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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29)/몽골여행7 – 볼강 아이막 투어

강명숙 시인 (글/사진)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23년 07월 17일
ⓒ 웅상뉴스(웅상신문)
초원의 평화, 그 푸름 위에 서지 않고 진정한 맛과 멋을 느낄 수 있을까. 평원이 하늘처럼 푸르고 하늘이 평원인 듯 푸른 몽골의 대지는 한없는 품으로 여행객에게 휴식을 베풀었다.

몽골에서는 사내아이가 4살 정도 되면 말타기와 말을 다루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고 했다. 꼬마인 체기 조카가 높아 보이는 말 등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신기해하니 체기 아버지가 나더러 말을 타보라 권했다. 도움을 받으며 겨우 올라앉은 말안장 위는 아래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 높이에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말이 움직이자 무서움에 그만 내려오고만 나와는 달리 몽골에서 한 해를 보낸 딸 아이의 말 타는 솜씨는 부러웠다. ‘추~추’ 입술 밖으로 짧은 바람 소리를 내자 말이 가볍게 달리기를 시작했다. 말과 호흡을 맞춘 안장 위의 몸이 꽤 안정되어 보였다. 부러웠다. 북반구가 가까워 늦게 지는 해 덕분에 오후 시간을 말타기 체험으로 보낸 한나절이었다.

절러치(운전사) 체기네 어머니가 정성껏 만들어 준 고릴테슐로 저녁을 들고 체기네 게르와 멀지 않은 곳에 텐트를 쳤다. 침낭 속으로 파고들어 변태 전의 굼벵이처럼 몸을 뉘었다. 세 사람이 함께한 잠자리에서 별과 꽃과 야생 쌍봉낙타 티메와 몽골의 전통 야생마 타키 이야기를 나누었다. 풀밭 위 잠자리 담소는 야상곡보다 더 감미로웠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한국이라면 달콤한 새벽잠에 비몽사몽일 시간인데, 몽골의 해는 부지런히 달려와 새벽 5시를 아침도 아닌 오전으로 만들어 놓았다. 해의 위치가 우리나라의 오전 10시경 정도가 되었다. 새로운 날 아침 식사는 전날 들판에서 수확한 야생 부추를 넣은 비빔밥을 먹으려고 했었다. 햇반을 냄비에 넣어 끓여야 하는 수고를 덜려고 계획을 변경해 부추를 넣어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아침 라면은 해장라면이라 했는데 우리는 몽골의 자연에 취한 몸을 라면으로 달랬다.

아침을 먹은 뒤 물티슈로 얼굴을 정돈하고 체기의 자릉유스에 탑승했다. 오늘은 현재 일행이 머물고 있는 볼강(Bulgang) 아이막(Aimag, 市)을 돌아보기로 했다. 볼강 아이막은 수도 울란바트로에서 북쪽 320여km 떨어진 곳이다. 그리고 러시아와 몽골의 경계에 있는 스텝지역이다. 항가이산맥을 비롯한 여러 산맥이 있고 몽골에서 가장 깊고 맑은 흡수굴 호수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흡수굴 호수의 크기가 경상남도의 면적보다 넓다고 한다.

자릉유스 네 바퀴가 구르는 곳 어디에서든 초원의 향기가 날아와 스며들었다. 이왕 초원을 떠도는 바람이 되기로 했으니 풀향기에 흠씬 젖어 온몸이 푸르러도 좋을 것 같다. 초원을 달리다 길 곁에서 돌무지를 만났다. 흙에 뿌리를 묻은 바윗돌 위에 누군가가 포개 얹어 놓은 작은 바위들이 모여 있는 무지였다. 마치 우리나라의 돌탑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그 돌무지 중앙 아랫단에 제단이 있고 돌무지에는 푸른 천 조각들을 친친 둘러놓았다. `어워` 라고 했다. 유목을 위해 먼 길을 오갈 때 어워를 만나면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며 소원과 안녕을 빈다고 한다. 우리의 서낭 신앙과 닮았다고 했더니 우리의 서낭 신앙 애니미즘(Animism)이 몽골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신생아의 몽고반점, 칼국수, 조랑말 등등 우리 생활 중 몽골에 기원을 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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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의 다음 여행지는 터버헝 숨(읍)의 사원을 찾아가기로 하였다. 여행은 점점 역사 탐방이 되고 있었다. 오늘 밤도 초원에 누워 장대로 똑 따 내릴 수 있을 것 같은 별을 우러르며 노래하다 잠이 들겠지.

맑고 푸른 하늘/ 맑고 푸르게 하는 자 이 하늘에서, 우리는/ 지혜와 밝은 지성을 배운다/ 끝도 없이 광활한 이 초원에서, 우리는/ 순결하고 넓은 마음을 얻는다/ 멈춤 없이 앞으로 물결쳐 흐르는 강물에서, 우리는/ 목적한 곳에 이르는 믿음을 생각한다/수직으로 연이은 회색빛 산, 산에서 우리는/ 용기와 인내의 이야기를 듣는다/ 분홍빛 작약꽃 그에게서, 우리는/ 가슴을 성스럽게 하는 사랑을 발견한다/ 즐겁고 명랑한 여름, 우리는/ 뜨거운 청춘의 생명력을 느낀다/ 누렇게 변한 초원의 가을에서/ 고통을 맛보는 자의 인고를 생각한다/ 균열 되는 소리를 낼 듯한 겨울의 희디흰 성에에서, 우리는/ 백발의 생애를 읽는다/ 풍요롭고 드넓은 고향에서, 우리는/ 삶은 영위하는 법칙을 깨닫는다
- 몽골 시인 S.돌람의 詩 <<몽골현대시선집>>27P (이안나)
↑↑ 강명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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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23년 0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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