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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으로 햇볕 바라보기

김서련 소설가
admin 기자 / 212입력 : 2015년 10월 16일
ⓒ 웅상뉴스
“낙타의 움직임에 몸을 맡겨요. 몸의 중심은 잡고요.”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뒤돌아본다. 일행들이 쌍봉낙타의 고삐를 꽉 붙들고 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정말 그럴까. 반신반의하며 낙타가 움직이는 대로 몸을 움직인다. 허리는 꼿꼿하게 펴고 중심을 잡는다. 낙타가 평평한 모래를 걷고 있을 때 살짝 고삐를 잡고 있던 손을 떼 본다. 출렁출렁. 낙타가 움직일 때마다 몸이 들썩거린다. 의외로 괜찮다. 안정적이다. 주위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을 여유까지 생긴다. 하늘과 해를 배경으로 낙타들이 일렬로 걷고 있다.

둔황 시내에서 약 5킬로미터 떨어진, 동서로 40km, 남북으로 20km의 거대한 모래 구릉인 모래산인 명사산(鳴沙山). 심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울음소리와 비슷한 거대한 소리를 내고 가벼운 바람이 불어도 음악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했던가. 5인 1조로 낙타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한 줄로 모래산을 오르고 있다.

잠깐 사막을 횡단하며 교역하는 카라반이 되어 본다. 낙타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짐을 싣고 태양이 작열하는 먼 길을 떠난다. 모래와 바람만 있는 사막은 끝없이 펼쳐져 있고 가도 가도 오아시스는 보이지 않는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친다. 중단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대열에서 낙오되어 혼자 남아서도 안 된다. 쓰러져서도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해서 비단과 향신료을 팔고 다른 물건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올망똘망한 눈으로 기다리는 아이를 떠올린다.

살아가기 위해서 사막을 건너야 했던 카라반. 그들로 인해 만들어진 실크로도. 중국의 장안(長安)에서 출발하여 서쪽으로는 감숙성의 하서주랑을 가로질러 옥문관, 양관을 지나서 신강. 중앙아시아. 서아시아를 경유하여 고대 로마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에 이르는, 길이가 무려 7,000여km에 달하는 고대 세계 문명의 대화와 교류의 통로였던 실크로도. 인류문명의 길이었고 진정한 외교의 길이었다.

맨발로 모래산을 오른다. 모래밭에 발이 푹푹 빠진다. 걷는 게 힘들지만 곱디고운 모래의 감촉이 좋다. 간신히 산등성이에 도착, 저 멀리 시선을 던진다. 모래산 너머 펼쳐져 있는 모래산에 아침 햇살이 고즈넉하게 흘러내린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끝도 없는 사막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낙타의 행렬이 떠오른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살아남기 위해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야만 하는가.

“태어난 곳이 그곳이니 뭐 어쩔 수 없죠. 그들은 그러거니 하고 살겠죠. 밖으로 나온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우루마치에 위치한 해발 1980미터의 천산천지 호수. 11월부터 눈이 내리면 내년 4월까지 갇혀 살아야한다는 원주민들. 그런 환경에서 왜 벗어나지 않느냐는 말에 대한 가이드의 대답이다.

“아마, 지금쯤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을 거예요.” 가이드의 말에 ‘벗어날 수 없으면 받아들여라’ “포기하지 마라” 등 문구를 떠올린다. 신은 인간이 극복할 만큼의 고난을 준다더니 아무리 척박한 상황 속에서라도 사람은 나름 살아갈 방법을 터득한다.

사막으로 오기 전, 내겐 현실이 사막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사막이었다. 평생지기로 생각했던 문우와 말 한마디의 오해로 틀어졌고 일에 파묻혀서 정작 본업은 잊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발전하는 게 아니라 퇴보하는 느낌이었다.

낙타가 사막에서 살아나는 방법 중의 하나는 햇볕을 피하려 등을 돌리지 않고, 얼굴을 햇볕 쪽으로 마주 향하는 것이다. 햇볕을 피하려고 등을 돌리면 몸통의 넓은 부위가 뜨거워져 화끈거리지만, 마주 보면 얼굴은 햇볕을 받더라도 몸통 부위에는 그늘이 만들어져 어려움은 오히려 줄어든다. 잠시 위기를 모면하려는 얄팍한 수법이 아닌 정공법으로 사막에서 살아남는다.

불확실한 인생이다. 어려움과 고난이 곳곳에 매복되어 있다. 어떻게 건널 것일까. 낙타의 움직임에 몸을 맡겨야 하듯이 현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순리에 몸을 맡겨야 하지 않을까.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견뎌야하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그닥 힘들지 않게 일상을 잘 건너갈 수 있지 않을까.

뜨거운 태양 아래 묵묵히 걸어가는 낙타를 바라본다.
admin 기자 / 212입력 : 2015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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