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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상사람들의 삶을 말하다(47)-하

기근을 일상처럼 생활했던 시절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8년 07월 04일
↑↑ 박극수
시인
(현)양산문화원 이사
양산시 향토문화연구회 감사
ⓒ 웅상뉴스(웅상신문)
세상에 먹고사는 일만큼 소중한 일은 없다. 죽 한 그릇과 밥 한 그릇으로 논 한 도가리와 교환해 먹으며 생명을 부지한 논이 있어 죽도가리 밥도가리란 지명을 가진 농토도 있다. 배가 불러야 체면도 이성도 지켜진다. 굶어 죽을 지경이 되면 본능 욕구만 남게 된다. 원시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도자가 가장 우선으로 해야할 일은 백성을 배부르게 하는 일이다.

원시시대 부족장은 사냥을 잘 해야하고 맹수로부터 부족민을 보호하고 타 부족으로부터 부족의 생명을 지켜야하며 부족이 가진 식량을 탈취당하지 않고 부족민이 식량에 어려움을 당할 때 타 부족을 침략하여서라도 부족민의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부족이 존재할 수 있었다. 인류가 생명을 부여받아 종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재해가 심할 때는 자연재해가 없는 지역으로 이동하며 먹을거리를 구했다. 흉년이던 지역에서는 집단으로 흉년이 들지않은 고장으로 식량구걸을 나아갔다.

언제부터 형성된 마을인지 알 수 없지만 외홈에는 걸인들이 1970년경까지 집성을 이루어 살았다. 이 마을이 형성되게 된 동기도 이웃마을에 부자들이 사는 마을이 있었기 때문이다. 명동화성아파트 일대에서 외홈마을 일대에는 명동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이 마을은 부자들이 사는 마을이라 흉년이 들면 걸인들이 너무 많이 몰려왔다고 한다. 마을이 있었던 흔적은 토지구획정리 이전 농지로 사용할 때까지 생생하게 있었다.

마을이 큰 마을이었는데 얼마나 정비가 잘 되었는지 장마철에 마을 어귀에서 마을 끝나는 지점까지 우의 없이 걸어도 처마로 덮힌 길이고 보도 블럭이 깔려 있는 길이라 비 한 방울 진흙한 방울 버선에 튀지 않고 다닌 길이라 한다. 흉년이 들면 마을에 구름떼처럼 밀려오는 걸인들을 감당할 길이 없어 이들을 못 오게 막고난 이후에 심한 돌림병과 원인모를 불이나 마을이 소실되어 없어졌다고 한다. 외홈 걸인 마을은 명동마을이 한창 번성할 시기에 정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걸인마을은 노약자를 섬기는 정성이 갸륵한 마을이었다. 병이들거나 연세가 많아 거동이 불편해 구걸을 할 수 없는 분들은 이웃분들이 구걸해온 밥을 나누어 먹고 살았다. 지나가는 배고픈 분들이 마을을 찾아오면 구걸해 온 밥을 나누어 먹었고 잠잘 곳이 없는 분들이 찾아오면 잠자리를 제공했다. 구걸해 온 음식이 남으면 이를 햇볕에 말려두었다 다시 끓여먹기도 했다. 농촌마을에는 1970년경까지 하루를 두고도 동냥아치들이 여러 명 왔다. 집집마다 다니며 동냥을 했다.

당시는 마을 몇집을 제외하고는 식량이 부족하여 죽을 끓여 먹거나 쑥밥 시락밥 무밥 잡곡밥을 해먹는 집이 많았고 그래도 식량이 부족하여 이자가 비싼 장이쌀(쌀을 빌려먹고 그해 가을에 추수한 쌀을 빌린 양과 이에 이자를 합해 갚는제도)을 빌려먹으면서도 동냥아치들에게 쌀을 나누어 주었다. 동냥아치들은 몸이 불편한 분들이 많았는데 6.25동란에 참전하여 부상을 당한 상의용사들이 많았다. 불구의 몸이라 힘든 일도 할 수 없었고, 일자리를 구할 수 없던 때이며 상의용사들에게 국가가 당연하게 생계유지 지원을 해야함에도 이들에게 지원할 국가재정이 허락지 않아 국가를 위해 목숨과 몸을 바친 국가유공자들이 걸인 신세가 된 사람들이 많았다.

어느날 동냥아치가 쌀을 나누어 달라기에 김장을 하고 계시던 엄마는 손에 고춧가루가 묻어 나에게 창고에 쌀도가지 두 곳이 있다. 성한 쌀과 돌이 들어 있는 쌀이 있는데 성한 쌀이 들어있는 도가지에 쌀을 퍼 동냥아치에게 주어라 했는데 창고가 어두워 돌이 들어 있는 쌀을 퍼 동냥아치의 들고 다니는 포대에 부어주니 동냥아치가 돌이 들어있는 쌀을 준다고 화를 내자 엄마는 큰죄라도 지은양 굽실거리며 쩔쩔매며 철없는 애가 한 짓이니 용서하라며 동냥해 온 쌀과 우리의 성한 쌀을 더 많은 양으로 바꾸어 주며 어쩔 줄 몰라하셨다. 어린 나는 마음속으로 우리가 밥 해먹는 쌀을 주었는데 거러지 주제에 어지간히 군림하네하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는 바보인지 천사인지 우리집에 양식이 떨어져 희멀건죽을 먹으면서도 동냥아치에게 쌀을 나누어 주었고 아침, 저녁 때 밥을 구걸하러 오는 걸인이 많을 때는 다섯 여섯사람이 되어 우리먹을 밥이 모자라 할머니와 엄마는 밥을 굶어가면서 밥을 나누어 주셨다. 우리집만 그렇게 한것이 아니라 이웃분들이 다 그렇게 한 것으로 안다.

가난을 말하는 말 중에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이 있다. 먹을거리가 떨어져 배는 고프고 산나물이나 거친 음식을 많이 먹어 변이 굳어 용변을 볼 때 항문이 찢어져 피가 나왔다는 처참한 모습에서 나온 말이다. 필자가 어린시절 식량겸 군것질거리로 먹었던 초근목피를 소개한다. 필자가 쓴 웅상 발자취 중에서 발췌한 것이다.

-송기 : 소나무 겉껍질을 벗겨내면 안에 든 껍질.
-송기밥 : 송기를 물에 우려 낸 후, 쌀, 보리쌀, 잡곡 등을 넣어 한 밥.
-송기떡 : 송기를 물에 우려 낸 후, 쌀, 보리쌀, 잡곡 등을 넣어 찧어 한 떡.
-진저리(바다에서 나는 해초)밥 : 진저리를 물에 우려낸 후, 쌀, 보리쌀, 잡곡 등을 넣어 한 밥.
-시락밥 : 시래기(무, 배추 잎사귀를 말려 삶거나 푸른 채로 삶은 것)와 쌀, 보리쌀, 잡곡 등을 넣어 한 밥.
-콩누룩밥 : 콩기름을 짜고 난 콩누룩으로 쌀, 보리쌀, 잡곡 등을 넣어 한밥.
-무밥 : 무를 잘게 썰어 쌀, 보리쌀, 잡곡 등을 넣어 한 밥.
-등겨떡 : 보리 찧을 때 겉껍질을 벗기고 속껍질에서 나오는 등겨를 받아 단 것을 넣고 한 떡.
-술찌게미 : 술을 거르고 남은 찌꺼기를 단 것을 넣어 먹음. 단맛으로 어린이들이 먹고 술에 취한 일도 많음.
-등겨수제비 : 밀가루에 보드라운 보리등겨를 같이 넣고 반죽해 끓인 수제비. 보리등겨만으로도 수제비를 해 먹기도 했다.
-밀살이 : 밀이 완전 익지 않고 노란빛이 들기 시작할 즈음 밀을 뽑아와 불에 구워 시이(송이)를 손에 비벼 먹음.
-콩살이 : 콩이 노란빛이 들기 시작할 즈음 콩을 뽑아 불에 구워 까먹었음.
버들강세이(버들강아지) :개울 버드나무에 이른 봄에 여는 열매. 잎이 피기 전 보드라울 때 따먹음.
-목화다래 : 목화가 피기 전 보드라운 목화 열매.
-찔래 : 찔래 나무에 올라오는 햇순을 껍질을 벗기고 먹음.
-참꽃(진달래) : 이른 봄 산에 피는 참꽃잎을 따먹음.
-피기(삐삐) : 이른 봄 밭 두렁이나 뻐든에서 자라는 풀. 피기전에 뽑아서 먹음.
-짠다구 : 딱주와 비슷한 식물. 뿌리를 날것으로 먹음.
-딱주 : 도라지와 비슷하게 생긴 식물. 뿌리를 날것으로 먹음.
-마매싹 : 나팔꽃처럼 피는 식물의 뿌리 토양이 좋은 땅에서 잘자람. 보리를 베고 논을 갈면 나오는 희고 긴 뿌리를 주워 다 삶아 먹음.
-감꽃:감나무에 핀 꽃이 떨어지면 주워 다 먹음. 약간 달짝지근 하면서 떨떠름한 맛이 나고 살짝 말리면 단맛이 더 강해짐.
-풋감 : 처서가 지나 떨어진 풋감을 주워 논 구석진 곳에 묻거나 도가지(항아리)에 물을 담아 풋감을 넣고 몇일 지나고 떫은맛이 가시고 나면 먹음.
-망게 : 망게 나무에 달린 풋망게를 따먹었음.
-오디 : 뽕나무 열매. 뽕나무에 달린 열매가 까맣게 익을 때 따먹었음. 맛이 달콤함.
-칠기(칡) : 칠기 뿌리를 캐어 그대로 먹기도 하고 가루를 내어 먹기도 함.
-포구 : 포구나무에 열린 열매를 먹음.
-산딸기 : 산딸기 나무에 달리는 열매.
-깨금 : 깨금 나무의 열매. 망시논을 매고 난 이후 정도의 시기에 익음. 껍질은 단단하고 깨트리면 딱 소리가 나고 그 안에 든 고소한 열매 살을 먹었음.
-어름(으름) : 어름 덩굴에 열린 열매를 늦은 가을에 따먹었음.
-모래(머루) : 모래덩굴에 열린 열매가 까맣게 익으면 따먹었음.
-다래 : 다래 덩굴에 열린 열매를 가을에 익으면 따먹었음.
-김치국밥 : 김치를 썰어 넣고 식은 밥을 넣고 물을 넉넉하게 부어 끓인 국밥.
-메밀따게미밥 : 묵을 하고 남은 메밀 껍질과 쌀, 보리쌀, 잡곡 등을 넣어 한 밥.
-올미 : 논에 나는 잡초. 뿌리가 둥글게 생겼고 붉은 빛이 있음. 그 뿌리를 먹었음. 잎은 겨울 되면 마르고 뿌리는 땅속에서 겨울 나고 이듬해 잎이 올라옴. 습답에서 잘 자라고 벼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풀. 제초제를 뿌려도 잘 죽지 않음.
-개구리 : 개구리 뒷다리를 껍질을 벗기고 구워먹음.
-맹꽁이 : 구워 먹기도 하고 매운탕을 끓여 먹기도 함.
-뱀 : 뱀을 잡아 껍질을 벗기고 구워 먹기도 하고 탕을 끓여 먹음.
-죽 : 온갖 곡식을 채소나 나물은 넣어 물을 많이 붓고 끓여 먹음. 곡식보다 채소나 나물이 더 많음.
-갱죽 : 시래기와 곡식을 넣어 끓인 죽.
-참새 : 참새를 잡아 털을 뽑고 구워먹거나 쌀을 넣고 옵밥을 끓여 먹음. 추운 겨울 초가집 처마 끝 부분 짚을 헤치고 구멍을 내어 밤에 참새가 들어가 잠을 자면 랜턴을 비추어 도망을 가지 못하게 한 후, 혹말(목말)을 하고 손을 넣어 잡음. 눈이 오는날 먹이를 뿌리고 틀(덫)을 놓아 잡기도 함. 1960년경에서 1970년경까지 공기총으로 잡기도 했다.
-달걀옵밥 : 달걀 껍질에 약간의 구멍을 내어 먹고 그 껍질에 쌀을 넣어 불 속에 넣어 익혀 먹는 밥.
-비지떡 : 두부를 짜고 남은 찌꺼기(비지)로 만든 떡.
-비지 : 두부를 짜고 남는 찌꺼기
-개떡장 : 보드라운 보리등겨로 메주를 만들어 담근 장.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8년 07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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