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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19) / 산청 나들이2

사진/글 강명숙 시인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22년 08월 25일
구형왕릉

한방휴양림에서 숲에 젖어 푸르게 하룻밤을 보낸 이튿날 이른 아침, 아침 안개 너울 너머로 어깨를 겯고 있는 둔철산, 대성산 능선으로 해가 떠오른다. 한때 저 산들의 마루금을 밟으며 걸었던 때가 있었다.

흘러버린 시간과 함께 지금은 용기도 자신도 사라졌다. 다시 저 산의 숲길 밟으며 오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이젠 어려운 일인 것을 알기에 아쉬움이 인다. 산청 한방자연휴양림에는 산책로 조성이 잘 되어 있었다. 동이 튼 하늘을 바라보며 필봉산, 웅석봉 등산로 들머리 나무 데크 길을 걸으며 아침 산책을 즐겼다. 아침 안개가 머문 소나무와 자작나무 숲의 향기는 일찍 일어난 자가 누리는 행복이며 호사다.

귀감석

오늘은 산청 나들이 둘째 날이며 마지막 날이다. 하루 일정은 동의보감촌을 둘러보고 구형왕릉도 찾으려고 한다. 동의보감촌은 이미 몇 차례 다녀간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사이 새로운 시설들이 생긴 것 같아 시간이 허락되는대로 둘러 보려한다. 동의보감촌 내에는 산청한의학박물관을 비롯해 동의약선관, 국새문화원 등과 한방테마파크가 있어 동의보감촌만 둘러보아도 하루는 족히 걸릴듯 하다.

먼저 왕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한방 기체험장`을 찾았다. 기천문(氣天門)이라 새긴 출입문 계단을 밟아 들어서니 내부 전각들의 규모가 예사롭지 않다. 정면에 보이는 동의전(東醫殿)은 규모가 큰 사찰의 대웅전 같은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 너른 마당에 서 있기만 해도 좋은 기(氣)가 내게로 올 것 같은 느낌이다.
동의전(東醫殿)에 들기 전에는 동의보감을 편찬한 허준(許浚) 선생을 기리는 일과 무관하지 않은 전각이려니 했다. 막상 들어서니 기 체험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일행도 온열 체험을 했다. 몸에 온기를 더해 몸을 해독시키며 긴장도 완화 시킨다는 설명이다. 건강약초 강의와 한방 티 테라피, 기혈 순환체조 등의 프로그램도 있다는데 코로나로 인해 운영하지 않았다.

동의전 외에 복을 담는 그릇이란 뜻을 가진 복석정 바위와 동의전 뒤 127톤 무게를 가졌다는 거북 바위 귀감석(龜鑑石), 귀감석에는 갑골문자와 고대 글자체로 귀감이 되는 글을 새겨 두었다 한다. 우리 일행도 기를 받느라 복석정 바위를 만지며 돌기도 하고 귀감석에 기대어 두 팔을 뻗은 자세로 좋은 기운이 나에게 오기를 염원하기도 했다.

동의전

동의보감촌을 나와 달려간 곳은 금관가야 가락국의 마지막 왕이 묻혔다고 전해오는 `구형왕릉`이다. 구형왕은 신라 법흥왕에게 나라를 양위한 가야 10대 왕이자 마지막 임금이다. 나라와 백성을 신라에 넘긴 임금은 밀양 낙동강 변 곡강의 벼랑에서 강 건너 가락국을 바라보며 통탄의 눈물로 이별을 고했을 것이다. 왕이 이별을 고하던 곳이 이궁대(離宮臺)이다.
오래전 이궁대 팻말을 세우던 날 그 자리에 함께했던 인연으로 구형왕릉을 찾는 마음은 착잡했다.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신 사당 덕양전을 지나 곧바로 구형왕릉으로 향했다. 왕릉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피라미드이다.
피라미드라고는 하지만 돌을 쌓은 돌무덤이다. 나라와 백성을 잃은 왕은 ‘나라를 구하지 못한 몸이 어찌 흙 속에 묻힐 수 있겠는가. 내 몸을 돌로 덮어 버려라’ 는 유언을 남겼다는데 그 유언에 따라 지금의 능침이 되었다고 한다. 구형왕릉을 마주하고 1,500여 년 전의 그때를 막연히 그려보니 애잔하고 숙연해진다.

구형왕릉을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찰 정취암을 찾았다. 정취암은 대성산 기암절벽에 제비집 같이 자리한 사찰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취관음보살을 주불로 모신 절이다. 가풀막 힘든 길을 걸어서도 오르고 차를 가지고도 올라 몇 번을 찾았던 절집인데 그 풍경이 계절마다 다르니 늘 새롭다. 정취암 원통보전 앞 좁작한 마당에 서서 내려다보는 풍경의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나 그지없는 풍경이 된다. 쌍거북 바위와 절벽 바위에 선 고사목은 정취암의 또 다른 명물이다.
정취암을 절벽에 핀 연꽃이라고들 한다. 산청을 찾는 길이 있다면 이 연꽃을 꼭 한 번 만나러 가시라 권해본다. 산고수청(山高水淸), 산 높고 물 맑은 산청 여행은 수선사를 시작으로 하여 한방휴양림, 동의보감촌, 구형왕릉, 정취암을 마지막으로 1박 2일을 마무리 한다. 

  길 떠나면 집들은 부호로 남는다/ 내 일찍 선도(仙道)를 버리고 지상의 길 걸었으니/ 내 발은 웃자란 갈대와 부토의 먼지가 편안하지만/ 마음이 불타올라 등 뒤의 천년이 인화지처럼 환하다// 어떤 5세기가 이 산에 머물렀을까/ 나대(羅代) 사람들은 어떤 말로 사랑을 전했을까 / 햇볕에 들켜버린 내 속마음을/ 동풍이 비웃으며 지나간다/ 발은 구름을 향하지만/ 운문이 내 발을 받아주지 않아 나는 구름 바깥에 머문다/ 이 순금의 햇빛 아래서는 발에 밟힌 풀꽃 이름을 잊기로 한다// 핏줄 없이도 능히 천년을 견디는 돌들은/ 그렇다, 영원의 모습은 피의 빛깔이 아니다/ 뿌리들이 불끈불끈 힘줄 때마다/ 나무의 키가 하늘로 솟는다/ 나무는 얼마나 많은 말을 풀어놓아/ 바람이 일 때마다 노래를 잉태하는가// 올려다보는 산은 숭엄하지만/ 내려다보는 산은 아우 같다/ 이제 다 왔느냐 물으면/길 없는 길가 비옷나무가 손 흔들어 대답한다/ 아직도 오름길만 고집하는 내 신발을/ 나는 꾸짖을 수가 없다
​ - 이기철 시 「먼 길」 전문


↑↑ 강명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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