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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떠나다/ 산청 나들이

사진/글 강명숙 시인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22년 07월 23일
↑↑ 수선사                                                              <이니지 클릭-크게 확대>
ⓒ 웅상뉴스(웅상신문미
여름 숲은 풍성하다. 야리야리한 연록의 이파리 달고 나온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나뭇잎 우렁우렁 자라 손바닥 펼치고 몸집을 키우더니 온 산이 녹색으로 그득 차올랐다. 계절은 초하를 지나 삼복으로 발을 옮겨 불어오는 바람결에 더운 내가 훅훅 밀치고 든다. 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바다가 먼저 피서지로 떠오르지만, 가끔은 숲이 주는 시원함을 휴식과 함께 즐기고 싶을 때도 있다. 녹색의 숲에 안기면 마치 숲이 푸른 수액을 나에게 꽂아 주는 것 같아 숲에서 머무는 동안 일상의 무게로 눅눅해진 몸과 맘이 시나브로 가벼워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덤으로 열기 사이를 뚫고 불어오는 초록빛이 흠씬 밴 바람 한 줄기의 싱그러움은 여름날 숲에서 맛보게 되는 상큼한 청량제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여름을 관통하고 있는 시간의 날을 헐어 1박 2일 산청 나들이를 잡았다. 산청(山淸)은 지명 그대로 맑은 산들의 고장이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라고 새겨진 표지석을 머리에 이고 서서 그 아래 골 깊은 칠선계곡을 비롯해 많은 계곡과 연봉을 거느리고 서 있는 어머니 산, 그 지리산도 산청에 적을 두고 있다. 산청 여행은 일주일 정도로도 모자랄 만큼 다닐 곳이 많다. 바쁜 일상으로 시간의 틈새를 빌어 일행이 계획한 1박 2일로는 산청의 한쪽 귀퉁이만 스치는 수박 겉핥기이다.

여행 첫날 ‘노포동’ 역에서 출발해 남해안 고속도로 군북 IC를 나들목으로 내렸다. 의령과 생비량면 국도를 이용해 목적지 산청으로 가기 위해서다. 빠르기로 말하자면 당연히 고속국도가 우선이겠지만, 여행은 시간을 늘려 즐기며 가야 맛이다. 군북 IC에서 10여 분이면 의령 관문이다. 남강을 가로지른 정암철교와 망우당 곽재우 장군이 왜적을 무찔렀던 정암진, 그 물속에 우뚝 솟아있는 정암(솥바위)를 만나게 된다. 이곳은 이미 몇 번 찾은 적이 있던 곳이라 곧바로 길을 달렸다. 첫 목적지 <수선사>로 향했다. 수선사는 여행자의 글과 TV 방송 등으로 많이 알려진 사찰이다. 수선사를 찾기 전 점심 끼니를 먼저 해결하기로 했다. ‘산청에 왔으니 산청 흑돼지 오겹살은 먹어야 예의가 아니겠는가.’ 우스개를 하며 든든히 점심을 먹었다. 다음 산청을 다시 찾을 때도 ‘산청 흑돼지 오겹살’을 꼭 먹어야겠다고 할 만큼 맛이 있었다.

칠월의 수선사는 풀빛 여름 향기가 가득하다. 주지 여경 스님이 호미 한 자루로 시작해 지금의 수선사로 가꾸었다는데 마치 비구니 스님의 절집처럼 정갈하다. 백련이 해맑게 피어난 연지와 연지 위를 거닐 수 있는 목책 길 그리고 극락보전 앞뜰의 융단 같은 잔디를 보며, 스님께서 많은 사랑과 정성을 들여 관리하시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아름다운 절 수선사를 돌아보다 기회가 된다면 수선사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며칠 머물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 시간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며 산청 한방자연휴양림 숙소로 발을 옮겼다.

우기 중 움직이는 것이라 행여 비를 만나지나 않을까 염려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하늘이 맑다. 동의보감촌 깊숙이 왕산과 필봉산 자락에 자리한 한방휴양림 숲속 방은 복층 구조로 이층 공간은 어릴 적 갖고 싶던 다락방을 떠올리게 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먼저 동의보감촌 구경에 나섰다. <2023 세계전통 의약 엑스포> 준비를 하느라 몇 년 전보다 동의보감촌이 많이 달라져 있다. 2021년에 완공되었다는 길이가 211M에 달하는 출렁다리 ‘무릉교’가 무릉계곡을 가로질러 놓여 있다. ‘무릉교’를 걷고 내려와 식당가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것으로 산청 나들이 1박 2일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나무가 나무에게 서로 몸 기대어 숲이 된 이곳에서 오늘 밤은 나무처럼 네 가지 뻗고 숲에 들어 자야겠다.

인간인 내가/ 인간이 아닌 나무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싶을 때/ 나무는 고요히 춤을 춘다// 모르는 이들은/ 만행 중인 바람이/ 나무의 심연을 헤적인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나무는 제 앞에 선 인간에게/ 더덕꽃 향기 짙은 제 몸의 음악을/ 고요히 들려주고 싶은 것이다// 나무는 춤을 출 때/ 잎사귀 하나하나/ 다른 춤의 스텝을 밟는다/ 인간인 당신이 나뭇잎 속으로 들어와 춤을 출 때/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그러다가 홀연 당신 또한/ 온몸에 푸른 실핏줄이 퍼져나간 은빛 이파리가 된다// 인간이 아닌 나무가/ 인간인 내게/ 시를 읽어주고 싶을 때/ 나무는 고요히 춤을 춘다// 세원이 흘러 나무가 땅에 누우면/ 당신도 나란히 나무 곁에 누워/ 눈보라가 되거나/ 한소쿠리 비비새 울음이 된다/ 먹기와집 마당을 뒤덮는 채송화 꽃밭이 된다

곽재구 詩 [나무] 전문
↑↑ 강명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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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22년 0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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