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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13) / 매화꽃 만발한 원동 영포마을로 갈까요

강명숙 시인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22년 03월 22일

온산을 뒤덮은 영포마을의 매화  (사진 /강명숙 제공) 
춘분을 며칠 앞두고 윗녘에는 춘설이 내렸다. 남녘에는 바라던 눈 대신 내리 사흘 차가운 비가 내렸다, 양산의 진산인 천성산 능선은 희끗희끗 백두다. 이렇게라도 봄눈의 흔적을 보게 되니 아이처럼 한순간 가슴이 환해진다. 

눈비 내린 뒤 꽃샘추위치고는 제법 매워 마치 다시 겨울 속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날이다. 비록 추위를 몰고 왔어도 춘설과 봄비 덕분에 경북과 강원도 산간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산불이 진화되었으니 다행스럽기도 하다.

며칠 전 호된 꽃샘추위가 오기 전 매화로 유명한 원동 나들이를 했다. 원동은 오래전 젊은 날부터 막연한 그리움이 머문 곳이다. 딱히 지인이나 연고도 없이 그리했다. 내가 살던 부산에서 경부선이든 경전선이든 기차를 타면 꼭 지나는 원동이었다. 

사진/강명숙 제공
완행열차 차창으로 하롱하롱 날리던 꽃잎과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이 설렘을 선물했었다. 친구들과 어우러진 나들이길 원동을 지나 봄이면 삼랑진 딸기밭, 가을이 오는 길목에선 포도밭을 찾을 때도 원동은 설렘을 주는 곳이었다. 지금은 흐른 시간 속에 추억이란 이름으로 사랑하던 이들이 박제되어 있지만 원동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형이다.

겨울이 끝날 즈음 원동 미나리 삼겹살을 시작으로 원동을 찾는 발걸음이 잦아진다. 1022번 지방도를 달리노라면 낙동강 물길 따라 황산베리길을 끼고 고불고불 모롱이를 돌아가는 풍경만으로도 아름답다. 이른 봄의 매화마을은 전국에 이름을 알린 우리 지역의 핫플레이스다. 

원동역으로 완만한 S자를 그리며 들어서는 무궁화 열차와 튀밥처럼 피어 있는 매화의 앙상블, 그 풍경을 눈으로 혹은 카메라 렌즈에 담기 위해 인파가 꽃처럼 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코로나 발생으로 타인과의 접촉을 지양하느라 해마다 펼쳐지던 매화축제도 몇 해째 자취를 감추었지만, 이른 봄 매향에 빠지고 싶은 이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원동을 찾아든다.

사진/강명숙 제공
원동은 매화 때가 아니어도 요산 김정한 선생의 소설 수라도의 배경이 된 곳이라 소설을 읽고 소설 속 지명을 찾아 `수라도 투어`를 해도 좋은 곳이다. 토교 마을 작은 카페에 앉아 창밖으로 소설 속 토교 쪽과 낙동강 물빛, 오가는 기차 그리고 화제 마을 가야부인의 일생을 그려보는 시간만으로도 하루의 휴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거르지 않았던 순매원을 오늘은 지나쳐 삼랑진과 배내골 갈림길에서 배내골로 향한다. 배내골 들머리는 원동 미나리와 삼겹살 식당들이 도로를 끼고 쭉 이어져 있다. 올봄 이미 와서 먹었던 터라 그대로 영포마을을 향한다. 

배내골로 향하는 길에 원동 미나리 재배지 함포리, 원동 자연휴양림이 있는 내포리, 그리고 천년고찰 신흥사가 있는 영포리가 있다. 이 세 마을을 합쳐 삼포라고 하는데 오늘은 신흥사 들머리 영포마을을 찾는다. 영포마을 입구에 주차하고 만난 첫 풍경, 토석 담장이 멋들어지게 둘러쳐 있는 우진각 지붕의 한옥이 중후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담너머 마당에 서 있는 나이 많은 모과나무와 소나무의 조경이 예사롭지 않다. 한옥을 지나 마을 골목을 들어서니 7080년도 벽화가 반갑게 일행을 맞는다. 유년의 모습이 벽화 골목길에 머물렀다.

 연탄불에 녹인 포도당 덩어리에 소다를 넣어 부풀려 먹었던 쪽자(우린 똥과자라 했다), 그리고 녹인 설탕을 모양 틀로 눌러 온전히 그 모양을 살려내면 한 번 먹을 수 있던 뽑기(오징어 게임 속 달고나)의 기억이 골목길에서 스멀스멀 살아나고 있다. 다망구를 비롯한 이런저런 놀이로 햇구멍이 막히도록 골목길을 뛰어다니다 `OO아~ 밥 묵어라~` 부르는 엄마의 음성이 골목 안을 울리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갔었다. 

사진/강명숙 제공
사진/ 강명숙 제공
그리고 아이들이 떠난 골목에는 어두운 고요가 내렸다. 잠시 천둥벌거숭이 시절을 소환해 정겨운 낮은 담의 마을 벽화 길 그 골목에서 잠시 행복에 젖어 보기도 한다. 마을에서 마주 본 금오산 비탈은 매화꽃 사태다. 온 동네 그득 알싸한 향기가 감돌고 일행도 향기에 취해 입이 벌어진다. 매향 그윽한 이른 봄이면 연례행사를 치르듯 찾는 원동, 올해의 첫봄 맞이도 이렇게 시작했다.

창 밑에는 매화가 몇 가지 피고(窓下數枝梅/창하수지매)
창 앞에는 보름달이 둥글게 떴다(窓前一輪月/창전일륜월)
맑은 달빛 빈 등걸에 스며 드니(淸光入空査/청광입공사)
시든 꽃을 이어받아 피고 싶은가(似續殘花發/사속잔화발)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 조선 후기 문인
매락월영(梅落月盈)/매화 지고 달이 찼다


강명숙 시인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22년 0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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