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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의 꽃대처럼 스스로 올라가서 화려한 꽃 피워

양산의 신재화작가, 제24회 여수해양문학상 대상수상
일기처럼 힘든 세상살이를 글로 표현,
자연과 함께한 유년시절이 시의 자양분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2년 12월 30일
↑↑ 신재화 시인
ⓒ 웅상뉴스(웅상신문)

 그러나 관찰자를 벗어나서 그 환경과 섞였을 때는, 전체는 사라지고 육화된 섬과 바다의 생살만 남게된다. ‘돌산에서’ 바다는 내면의 통증을 펼쳐놓고 치유를 진행하는 장소이자 대상이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맏아들과 결혼을 했다. 층층이 시누이들 대학을 다녔다. 월급날에 맞춰서 시댁에 쌀과 연탄을 들이고 생활비를 대고 남은 돈으로 알뜰하게 살았다. 그렇게 살다가 책 읽는 집을 찾아다니면서 책을 읽었다. 의자에 앉으면 4,5시간씩 책을 읽었다. 가난해서 아이들도 집에서 체계적으로 교육을 시켰다. 아이가 잘 된 이유에는 유태인 교육법이 있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 내가 할 일과 아이가 할 일을 믿어주는 것.
그렇게 살다가 28년 전 웅상에 왔다.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열심히 살았다. 슬로건은 아이를 잘 키우자였다. 돈은 못 물려줘도 기술은 물려주자. 저녁이면 제기차기를 하면서, 콩쥐팥쥐를 하면서 아이들과 놀았다. 행복했다.

-2017년,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등단했다. 시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는지?

시는 어렸을 때부터 일기처럼 썼다. 토기하고 자연 속에서 얘기를 했다. 김소월 시인밖에 없는 줄 알았다. 혼자 시를 쓰고 문학저널에 전화를 해서 등단을 했다. 그만큼 먹고 사는 게 절박했다.
글을 쓴 이유는 술을 마실 줄 모르기 때문이다. 고개를 치켜들고 살아가려고 하니 힘들었다. 술을 마시면 편할 건데. 대신 그 세계를 글로 표현하고 소설을 쓰고 연애와 저승세계, 짐승 세계를 쓰곤 했다. 부족한 게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시를 읽으면 뭔가 심도가 더 깊고 리얼하게 매끈한 곡선 같은 게 있고 나와 다른 점이 많았다.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에 들어갔다. 잘 맞았다.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아도취에 빠져서 살았는데, 학교에 들어가서 큰 모래밭의 모래알, 예술의 세계, 글의 세계가 무한정 크다는 걸 알았다. 백석, 문정희 시에 푹 빠졌다. 이것저것 폭넓게 공부하다보니 도움이 되었다. 시집을 이틀에 한 권씩 사서 읽었다. 내가 모르는 면을 이 사람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산다.

-회사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바쁘신데 시적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지 궁금합니다.

옛날에는 상상에서 얻었다. 내 자신이 너무 보잘 것 없으니까 내가 이랬으면 좋겠다면서 나도 모르게 무아지경에 빠졌다. 왕비가 되거나 길거리의 꽃을 꺾은 미친 여자가 되거나 그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걸었다. 그런 세계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얼마 전, 방송통신대 마지막 시험을 치루었다. 졸업이다. 부산대 대학원 문창과 원서도 냈다. 어느 단계에 오르니까 일상에서 소재가 찾아졌다.

-여수 해양문학상 대상 ‘돌산에서’의 창작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바다에 접목시켰다. 진아 해수욕장에 가니까 파도가 밀려왔다. 나도 모르게 도망을 가고 그것을 느끼면서 아이를 떠올렸다. 명동공원에 꽃무릇이 한참 만발할 때였다. 꽃무릇은 꽃대가 올라가서 꽃이 화려하게 핀다. 마음은 웅크리고 있어도 마지막의 열정은 화려하고 크다. 그것을 바다와 아이와 접목했다.

-작가로서 일상 그리고 관심사는 무엇입니까

지금은 부러운 게 하나도 없다. 사업하는 아이들은 나보다 더 잘 산다. 늙으신 부모님을 잘 부양하고 나중에 손자와 손녀한테 남은 것을 물려주는 것, 힘이 닿는 한 내 자신이 낙엽이 되어 아이들이 꽃을 피우게 거름이 되는 것이다. 아들이 회사를 차릴 때 "너의 포부를 펼쳐보라. 내가 거름을 되어 줄게" 라고 말했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아들과 함께 다나 마스크 회사에서 같이 일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문인들과 교류하고 시를 쓰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대학원 가서 더 깊이, 내 마음을 넓히고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 창작 문화를 공부하는 것이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내 시집을 사서 읽는 것이 꿈이다. 시골에서 없이 자란 유년시절이 고맙고 풀 한 포기 모래 한 알도 내 손으로 일구다보니 너무 소중하다. 조카를 업어 키우면서 학교 등록금을 받고 시어머니를 부양하면서 살아온 것이 보람차다. 단 한 개 누구한테 얻어본 적이 없다. 양말 한 쪽도 내 힘으로 했다. 내가 일궜다. 자식도 내가 공부시켜서 다 했다. 부모님이 아무 것도 안 준 것이 고맙다. 내 생명력이 보람차다. 꽃무릇의 꽃대처럼 스스로 올라가서 화려한 꽃을 피운다. 이제는 내 속을 보일 수가 있다. 부모님께 월급 30프로 이상의 생활비를 준 것. 그것이 아이를 잘 키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2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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