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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지역을 살리다. 천성산 이야기(10)

가난 속에도 풍류가 있었던 잔치바위 이야기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7년 05월 29일
↑↑ 양산도시문화연구원 회원들이 탐사를 하고 있다
ⓒ 웅상뉴스
천성산 잔치봉은 일명 (걸뱅이 잔치바위) 라고도 한다. 천성산 1봉과 2봉이 건너다보이는 잔치 바위는 약 100여 평의 평평하게 넓은 바위다.

마치, 바위의 모습이 자연이 이겨 놓은 건버섯 같은 꽃이 피어 있다. 이 바위에서 걸인들이 모여 잔치를 벌였다는 잔치바위의 설화를 쓰면서 글이나 말로 전해지는 내용이 아무리 믿을 만하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인정하기에는 극소수의 경우에만 해당될 것이다.

어떤 실체의 고유한 사실을 액면 그대로 전달하기란 어려운 것이며 시대적인 문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단, 어떤 대상을 명확히 더듬어서 그것에 관해 글로 읽든지 말로 듣든지간에 모두 새롭고 즐겁다. 전달받는 내용이 생생한 인상과 연결되기 때문에 이에 독자가 생각하고 판단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잔치바위에 서려 있는 이야기들을 추상적 관념에서 추리되는 내용들을 글로 남겨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장死藏될 수도 있는 설화들을 발굴하여 현재의 시각을 가미해서 이야기를 엮는다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난 시대의 전설들을 내밀한 마음으로 더듬어 활자화하는 것이다.

ⓒ 웅상뉴스
지난 그 시대의 걸인들이 모여 잔치판을 벌렸다는 실체를 상상에서 출발해야 될 것 같다. 현재의 잔치봉을 의식적으로 구분해낸다는 게 착잡해지는 심정이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근원적인 변화를 격어 왔으면서도 이 땅 이 산은 변함없이 옛것과 같은 모습의 자연을 목도하는 이 순간 까마득히 지나간 그 때를 뒤돌아보게 된다. 이러한 자연을 대할 때 인간은 위대하고 섬세한 자연의 배려에 머리 숙여야 할 것 같다.

잔치바위라는 그 의미에 깊이 들어가 보면, 그 시대를 살 당시에는 암울하고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을 것이지만 지금의 상상 안에서 유추해 보면 한 시절 풍류로 떠오른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지난날의 힘겨웠던 고통이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때가 재미가 있었다고들 하듯이 말이다. 가난한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난 필자는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때는 비료가 귀한지라 퇴비를 장만하는 목적으로 문간방 세를 받지 않고 대신 그 식솔들의 배설물이 방세를 대신해 빌려준 기억이 새롭다.

십시일반十匙一飯 이란 단어가 그냥 한 구절 고사 성어처럼 예사롭게 여겼던 것인데 지금, 잔치바위라는 이곳에 와서 그 뜻을 유추해 보면 우리 민족의 여유롭고 따뜻한 인정이 담겨져 있다는 걸 절실하게 느껴진다. 추수 때 가을걷이를 할 때도 듬성듬성 이삭들을 떨어뜨린 양 남겨 놓은 것도 가난한 이들을 위한 배려에서 일 것이다.

가가호호 길흉吉凶 사가 있을 때에도 모여드는 동양꾼들에게 별도의 음식상을 차려주는 인정을 베푸는 것을 관습처럼 행하였던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날짐승에게도 까치밥이란 이름으로 과일을 마저 따지 않고 남겨 두는 순박한 풍습을 곳곳에서 확인 할 수 있다. 한민족의 마음처럼 모나지 않는 곡선미曲線美는 고풍어린 기와집 처마 끝에서도 볼 수 있다. 뿐인가, 여인네의 한복 소맷자락과 보선도 유선형이다. 이 모습은 한민족의 유려한 정신과 여유롭고 따뜻함의 상징일 것이다.

가난도 유산이었다. 재산이나 전답田畓을 물려받지 못한 가난한 이들은 건강한 몸이 재산이었는데 그렇지 못한 이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며 속절없이 걸인으로 동냥만이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시절이었다.

그해 겨울에 쌓인 눈덩이는 / 봄이 와서 녹여 주더니 / 병든 가랑잎 같은 생을 보듬고 / 옛 노래처럼 오늘은 지나가고 / 내일은 해묵은 남루가 / 풍화되어 / 올해의 겨울은 / 가슴을 찧으며 펑펑 울었다. /

김정호의 『패랭이꽃*』 중에서
*(패랭이꽃은 거친 환경에도 잘 자라는 민중을 의미할 때 가끔 쓰여 짐)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다” 란 말과 “나라님도 가난은 어쩌지 못한다” 라는 말이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두 단어가 연결이 이해되도록 설명을 하려고 하니 적당한 문장이 떠오르질 않는다. 전자의 단어는 이치에 맞는 말이지만 후자의 단어는 어쩌면 권력과 부와 명예를 누리면서 정작 해야 할 의무는 회피하는 뉘앙스가 담겨져 있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2016년)현재 확인된 권력의 고질적인 부패는 쌓이고 쌓여서 곪아터진 것이다. 권력과 재력은 서로 간에 내밀한 경쟁관계 속에서도 적당히 서로 비위를 맞추어 가며 살아야 싫든 좋든 구차하지만 생존이 평탄하다는 걸 누구보다도 당사자들이 잘 알 것이다.

그러나, 걸인들은 그런 면이 생략된 생활이라 자유로웠을 것이다. 생활의 변화를 꾀할 만한 의지도 지혜도 없고 젊고 늙음의 인식의 경계도 희미했을 것이다.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일부로 살았을 것이다.
그들은 인가와는 외진 숲속에서 가족이 아니면서도 가족처럼 바위 위에다 십시일반 얻어온 음식을 차려 놓고 나누어 먹으며 떠들썩하게 웃었을 것이고 그 순간만은 부잣집 밥상과 무엇이 달랐을까도 싶어진다. 그들은 일순, 해방된 기분에 취해 어떤 뜻의 노래이든 노래를 부르며 한 순간을 즐겁게 지냈을 것이고, 그것은 생의 남루한 자가 또 다른 고독한 자에게 같은 심정의 노래를 들려주고 들으며 다시 맞장구를 치며 응답조로 웃음 반 울음 반, 우짖으며 마치 축제인 듯 덩실덩실 일제히 추임새에 숲속이 출렁거렸을 것이다. 백의민족의 넉넉한 감성에서 비롯되는 희로애락이 뒤범벅이 되어 덩실덩실 춤을 추었을 것이다.

겨울 한 복판 / 지하철 돌 의자에 누워 있는 / 한 덩어리 절망 / 덮고 있는 신문지 속에서 / 떨고 있는 맥박이 느리다 / 밤의 가시에 찔려 / 울대를 찢으며 흐느끼는 / 울음 / (........) / 헬리콥터를 동원하여 / 긴급하게 구출하였다는 / 천연기념물 205호* / 사회면 신문지를 덮고 / 맥박이 사그라지고 있다 /

*천연기념물 노랑부리저어새
김정호의 졸시 『노숙자』 전문

시대적 변화를 무던히도 겪어왔지만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물화物化적 무한대의 경쟁 속에서 낙오되는 현대판 걸인들을 도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 김 정 호 시인

1998년 문예사조 등단
부산해동문학 부산시인협회
가톨릭문인협회 꽃등동인회
양산도시문화연구위원
ⓒ 웅상뉴스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7년 0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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