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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 봄, 만감이 교차한다.

원암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 화가, 웅상신문 칼럼위원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8년 05월 02일
↑↑ 원암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 화가
ⓒ 웅상뉴스(웅상신문)
따뜻한 허공에 매달려 둥둥 떠다니는데 사방은 온통 하얗기만 하다. 이것이 내 생애 최초의 기억이다. 이런 모습이 왜 자꾸만 떠오를까? 오랫동안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8.15 광복 2년 후에 태어나서 세살에 6,25동란을 맞았다. 늙으신 부모님 아래 외아들로 자랐기에 고등학생이 되도록 유난히 적막한 가정 분위기에서 자랐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사관학교를 가겠다는 말씀을 듣고 그때까지 쉬쉬하시던 부모님께서 처음으로 가족사를 들려 주셨다. 1951년 초, 유난히 추운 겨울, 온 가족이 짐을 싸서 집을 나서서 때로는 걷다가, 어느 때는 기차 지붕에서, 운 좋으면 소달구지를 얻어 타면서 충북의 청주에서 경북의 밀양까지 피란을 갔다고 하셨다. 그 때 이미 50이 다 되어 가시는 어머니의 등에 엎여 흰 보자기를 덮어 쓰고 가던 기억이 바로 최초의 각인된 경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6.25 동란 직전에 큰 매형과 큰형님이 행방불명이 되셨다고 하셨다. 우리 집안의 분위기는 왜 늘 적막하고, 부모님께서는 왜 먼 산을 보면서 한숨을 자주 쉬시고, 이미 시집을 가신 누님들은 친정을 오갈 때 마다 어김없이 어머니를 껴안고 흐느끼는지, 그럴 때마다 아버님을 왜 돌아서서 헛기침을 하시는지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방학이 끝나면 친구들이 손가락을 잃고 나타나기도 하였다. 어디에나 박혀 있는 총알을 까고 쌀과 엿으로 바꿔 먹고, 가끔은 불발된 박격포 알을 해체하다가 변을 당 한 것이다. 교육자이자 화가이신 아버님은 그 와중에도 그림을 겻들인 일기를 쓰셨으니 가히 ‘난중일기’ 이다. 피란길에 폐렴에 걸려 다 죽어 가는 막내둥이에게 산토끼 똥이 특효라는 말을 듣고 하루 종일 겨울 산을 헤매시던 날의 기록도 있었다. 그날 어느 힘없이 절망하는 백성의 ‘난중일기’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토끼 똥도 약에 쓰려면 없더라.”
고열로 숨이 넘어 가던 나를 업고 ‘자식의 목숨을 살려 달라.’고 간청하는 부모님께 숨겨 두었던 마지막 페니실린을 선선히 놓아 주신 시골 병원의 의원께 고마워하는 모습을 그린 아버님의 ‘난중일기’도 있었다. 결국 부모님과 누님들께서는 이산가족의 한을 품고 세상을 작별하셨다. 나 또한 언젠가는 떠날 것이다. 그러나 남과 북의 분단과 대치를 생각하면 내 가슴 속에서 절대 떠날 수 없는 만감이 교차한다. 어찌 나 하나만의 만감일까?
온 국민과 세계가 집중한 남북 정상 회담이 열리는 날, 북한지도자가 최초로 남한 땅을 밟으면서 “만감이 떠올랐다.”고 하였다. 곧이어 남과 북, 두 정상은 손을 잡고 불과 20센티 높이의 국경선을 넘나들며 남과 북을 들락거리는 이벤트를 하였다.
이렇게 쉽거늘!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을!
발표문을 보고 누구는 ‘절대 받아드릴 수 없다.’고 통분에 잠기고 누구는 이제 시작인바 첫 단추가 잘 꿰어졌다고 기뻐한다. 선택과 약속은 언제나 개인과 민족과 나아가 인류의 운명을 가르고 있다. 우리 한민족의 진리의 가르치심인 참전계경 제 76사에는 ‘찰합(拶合)’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 찰합이란 꼭 들어맞는 것을 말한다. 한 사람이 믿음을 높이면 한 나라가 믿음을 높이 여기게 되고, 한 사람이 믿음을 세우면 천하 모두가 믿음으로 나아가게 된다. 큰 약속은 꼭 들어맞는 것과 같아서 한 방울의 물도 스며들지 못하며 아주 작은 먼지도 끼어들지 못한다.” (拶合者 平木之具相合也 一人崇信 一國景信 一人立信 天下就信 大約如拶合 點水不能渝纖芥不能用)
북핵의 위험이 영원히 사라지고 믿음으로 서로를 도우면서 ‘찰떡같이 하나로 꼭 합해지기’를 이 봄에 간절하게 기원 드린다.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8년 05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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