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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36) ˝시베리아 횡단열차˝

몽골 여행14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24년 06월 19일

ⓒ 웅상뉴스(웅상신문)
유월 더위가 예사롭지 않아 한여름의 기온인 30????C를 넘나들고 있다. 예전엔 28~9????C만 되어도 매스컴에서 불볕더위니 용광로 더위니 하며 떠들기도 했다. 그보다 더한 더위가 예사로이 이어져도 지금은 더위에도 면역이 생겨 그러려니 한다. 초여름 더위가 한여름을 능가하는 나날들 속에 몽골의 유월을 생각한다. 초원의 꽃향기를 실은 상큼하고 쾌청한 바람이 그리운 것이다.

이젠 몽골의 여행기도 끝을 향해 간다. 몽골인 보다 더 현지인인 듯 초원의 드넓은 풀밭에서 2주일 가까운 날들을 텐트 속에서 자고 뒹굴었다. 물을 만나면 얼굴이라도 씻을 수 있어 다행이었고 고마웠다. 물이 없는 곳을 떠돌 때는 물티슈로 대신했지만하루하루 더할수록 별다른 불편도 느끼지 않았다. 몽골을 떠날 준비를 하며 야인(野人)으로 산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해, 밤마다 나를 향해 쏟아지던 별들과 은하수 어디쯤에선가 빗금을 그으며 내리꽂히던 별똥별, 붉은 입이라 불리던 오르혼강과 올랑 차트갈랑 폭포, 초원에서 만났던 모래폭풍, 으문고비 대신 찾았던 엘승 타사르헤, 사라진 제국의 수도 카라코름, 돌궐의 여름궁전과 겨울궁전, 운전사(절러치) 체기네 집에서 먹었던 수태차를 비롯한 고링테슐, 타라크, 으름, 아롤, 버우와 그리고 바다 같던 호수 흡수굴로 가는 길에 만났던 순록을 키우며 사는 유목민 등, 초원의 푸른 빛에 온몸을 적시며 지낸 시간이 영상이 되어 그려졌다. 몽골행 비행기 안에서 난기류를 만나 두려움에 아뜩했던 순간도 추억이 되고 있었다.

유월 여행 계획은 몽골 여행에 이어 중국으로 여행지를 옮겨 가기로 하였다. 여행지를 이동하며 꼭 한 번 시베리아횡단 열차를 타고 싶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출발하여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운행하는 열차다. 우리는 모스크바에서 출발한 열차를 다르항에서 타기로 했다. 그리고 횡단열차의 분기역인 울란바트로에서 다시 몽골횡단 열차로 바꿔 타고 30시간 정도 달려 베이징으로 가기로 했다. 열차가 국경을 넘을 때마다 철도 궤(軌)의 폭이 달라 궤를 조정하는 동안의 시간을 정차한 역에서 주변 구경도 하며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잔뜩 기대를 안고 예매를 위해 다르항 역으로 향했다. 몽골어로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선 딸아이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전산 상태가 좋지 않아 침대칸 예약이 어렵다고 했다. 열차만 서른하고도 몇 시간을 더 타고 가야하는데 불가능하게 된 거였다. 순간 부풀었던 기대감이 무너져 아쉬움이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일생에 한 번쯤의 기회인데 허무하게 사그라들고 만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린 항공기를 이용해야 했고 울란바트르 징키즈칸 공항에서 베이징 공항으로 이동을하였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몽골 이야기를 조금 더 하려한다. 딸아이가 2년 반 정도의 임기 기간 크게 아픈 적이 있었다. 현지인과의 친밀감을 가지려 먹었던 음식들이 온통 기름진 육류였다. 양고기 말고기 쇠고기 등등... 그러다 덜컥 몸에 이상이 생겼다. 몽골 병원에 갔더니 처녀여서 마음대로 진료를 볼 수 없다고 했다. 몽골에는 게르 한 공간에서 온 가족이 함께 자는 관습으로 인해 어릴 적부터 성에 일찍 눈을 떠 10대에도 임신과 출산이 많다고 했다. 그런 탓에 나이 든 처녀는 찾기 힘들다고 했다. 딸아이는 서울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되었고 그곳 1인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1인실 하루 입원비가 수십만 원이라는 병실에서 몇 주를 보내고 다시 임기를 마치기 위해 몽골로 돌아갔다. 항공편이나 치료비 일체는 물론 국가가 부담하였다.

딸아이가 임기를 마치고 돌아오기 일주일 전쯤 가르쳤던 제자 운전사(절러치) 체기의 부모가 그동안 가르침을 고마워하며 선물을 가지고 왔다고 했다. 그 선물이 羊 반 마리였다고 했다. 딸아이가 난감함을 전화로 이야기했다. 마치 2월이어서 몽골의 기온이–30~40????C이었다. 아파트 테라스가 바로 냉동고라 테라스에 두고 후임에게 그 양으로 요리해서 각국에서 파견 나온 국제연합봉사단 단원들과 인사 겸 회식하라고 했단다. 몽골에서 양은 바로 재산이다. 양을 잡아 가져다준 체기 부모님의 순전한 마음이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분들이다.

이렇게 몽골 여행 이야기 끝을 맺는다. 그동안 부족한 여행기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때로 여행은 그럴 때 있어라/ 낯선 이들 속에 앉아 맛없는 음식을 먹거나/ 보내기 싫은 사람을 보내야 할 때 있어라/ 지구의 반대편을 걸어와 함께 시간을 나누던/ 친구와 작별하듯 여행은 때로/ 기약 없는 이별일 때 있어라/ 닫혀진 문 밖으로 음악이 흐르고/ 때로는 마음이 저절로 움직여/ 모르는 여인을 안고 싶을 때 있어라/ 한때는 내 눈이 진실이라 믿었던 것/ 초처럼 녹아내려 지워질 때 있듯이/ 여행은 때로 행복한 도망일 때 있어라/ 음음음, 소리 내어 포도주를 음미하듯/ 눈감고 바라보는 향기일 때 있어라/ 숨죽인 채 들어보는 침묵일 때 있어라

- 김재진 詩 <여행은 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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