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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30)/ 몽골여행8-터브헝 숨

강명숙 시인 글/사진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3년 09월 15일
ⓒ 웅상뉴스(웅상신문)
날을 더 할수록 여행은 단순 관광을 벗어나 몽골 역사 탐방이 되어갔다. 단순 여행보다 유익한 여행이 되는 셈이다. 함께한 현지 코이카 단원들도 ‘이렇게 멋진 경험의 여행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행객이 몽골에 오면 으레 수도 울란바토르와 그다지 멀지 않은 관광명소 고르키-테렐지(Gorkhi-Terelj) 국립공원을 찾는다고 한다. 그곳에서 거북바위를 포함한 주변 자연경관을 즐기며 사파리 투어와 말타기가 대다수라 한다.

오늘은 수도 울란바토로에서 70여Km 떨어진 곳에 있는 <터브헝 숨> 사원을 찾았다. 사원 주변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침엽수가 울창한 숲 이루고 있었다. 푸른 들판과 언덕만 내어주던 땅이 이곳에서는 <내츄럴파크>로 불리며 초록색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원을 오르는 들머리에서 키를 낮추고 핀 이국의 노란 꽃 무리를 만났다. 꽃 이름이 궁금해 알고 싶었지만, 인솔을 맡은 교수도 그 이름을 알지 못했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사원은 해발 1,900m 고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8세기 몽골 2대 왕자 알타노 칸에 의해 창건되었다 한다. 몽골인에게 이 터브헝 숨 사원은 신성한 곳이라 했다. 몽골의 <달라이 라마>로 추앙받는 <자나바자르 다무바>가 수도한 곳이며 몽골의 표의문자 소욤보를 만들기도 하였다는 역사적인 곳이다. 그때 만든 소욤보는 몽골 민족의 문양으로 몽골의 국기와 지폐에 그려져 있다.

주차장에서 사원으로 가는 길에 <진입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붉은 바탕에 가로로 하얀 선을 그은 표지판이다. 청아함을 넘어 투명하기 조차한 이 땅에서 어찌 차량만 진입 금지이겠는가. ‘세상의 모든 것으로 오염된 당신도 진입을 금합니다.’ 라고 하는 것 같아 깊은 호흡을 하며 표지판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비로자나불을 모신 사원은 화려한 단청 없이 정갈한 모습이었다. 경내에서 여성과 남성의 영역을 구분해 자나바자르가 앉아 수도했던 바위와 작은 바위굴은 남성만 갈 수 있었다. 어떤 형태의 문화이든 존중되어야 하기에 그 순간 든 서운함을 쉽게 내려놓았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사원의 발아래 펼쳐진 침엽수 숲 가까이 게르 촌에서 오늘 밤은 묵기로 했다. 원시의 바람처럼 광활한 대지를 떠돌다가 며칠 만에 텐트가 아닌 제대로 된 숙소에서 휴식하게 되었다. 여행 기간 중 가장 편안한 잠자리가 되는 밤이다. 게르 안에는 두 개의 침상이 있고 중앙에는 화목 난로가 자리하고 있었다. 샤워 시설은 갖춰지지 않았지만, 온수는 제공된다고 했다. 오랜만에 물티슈가 아닌 물로 머리를 감고 세수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개운함이 저 먼저 밀려왔다. 그동안 제대로 씻지 않고 다녔어도 다행스러웠던 것은 습도가 낮으니 의외로 깔끔했다. 잠시 후 관리인이 분유통보다 조금 더 작은 깡통에 물을 담아 왔다. 양칫물인 듯했다. 그동안 양치는 생수를 아껴 사용했던 터라 오랜만에 그 물로 칫솔질을 시원히 하였다. 그런데 한 게르 당 한 깡통씩 배당된 양칫물이라 했다. 두 사람이 써야 할 물은 혼자 다 쓰고 만 것이다. 미처 양치질하지 못한 짝꿍은 일행의 다른 게르에서 물 구걸을 해 양치질을 했다. 머리 감고 세수할 물은 한 들통의 물로 두 사람이 사용해야 했다. 물의 귀함과 가치를 절실히 느끼며 집에서 수도꼭지 물을 틀어 둔 채 썼던 낭비와 사치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게르 촌이라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어 용변의 불편이 덜 할 듯했다. 구덩이를 파놓고 가림막을 걸쳐둔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다행스러웠다. 초원의 한복판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이면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하는데 화장실이 있을 리는 만무하고 각자 자신의 이용처를 개척(?)하러 다녀야 했다. 사방이 탁 트인 곳에서 개척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무리 지어 핀 야생화의 키 높이가 무릎께 정도면 괜찮은 개척지가 되었다. 이 순간 원시 형태의 화장실은 문명이었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게르 안 난로에 불이 지펴졌다. 초원에 누워 들짐승처럼 웅크리고 잠들었던 밤이었다가 오늘 게르의 침상은 위로의 잠자리가 되었다. 타오르는 불꽃이 주는 따사로운 안식이 호사처럼 느껴졌다. ‘짜작짜작’ 자작나무 둥치가 타고 있는 밤, 온기 퍼지는 가슴 안으로 은하의 강이 흘러들어 반짝이기를 기도하며 깊은 잠을 청했다.

여행을 가면/ 가는 곳마다 거기서/ 나는 사라졌느니./ 얼마나 많은 나는/ 여행지에서 사라졌느냐./ 거기/ 풍경의 마약/ 집들과 골목의 마약/ 다른 하늘의 마약./ 그 낯선 시간과 공간/ 그 모든 처음의 마약에 취해/ 나는 사라졌느냐./ 얼마나 많은 나는/ 그 첫사랑 속으로/ 사라졌느냐
- 정현종 시 <여행의 마약>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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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기자 / 입력 : 2023년 0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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