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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홍혜문 자전거여행

자전거 산책5/삼십 리 벚꽃 길을 지나며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9년 05월 27일
ⓒ 웅상뉴스(웅상신문)
낙동강하구둑에서 삼십 리 벚꽃 길을 지나 삼랑진까지 달리기로 한다. 헬멧을 쓰고 자전거에 올라탄다. 도로를 따라 낙동강하구둑 인증센터에서 큰 도로로 나와 현대미술관을 지나 우회전을 한다. 왼쪽 둑 아래 큰 도로는 과거에는 김해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강서구로 편입된 곳이다. 둑 아래 왼쪽 도로 건너편으로 민가는 보이지 않고 공장이 줄지어 있다.

삼십 리 벚꽃길인 둑 위로 올라서자 양쪽에 벚나무들이 사열하듯 줄지어 있다. 십여 분을 달리지만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왼편 아래 도로를 달리는 트럭과 승용차 소리만 들린다. 이미 꽃잎을 떨군 벚나무는 푸릇한 잎을 무성하게 피워 올리고 있다. 오른쪽 낙동강을 쳐다보며 강을 거슬러 페달을 굴린다. 강바람이 살랑거린다. 강 너머에는 부산시가지의 아파트 단지와 산들이 희미하게 병풍처럼 머물러 있다. 벚꽃 길은 승용차로 가면 훨씬 빨리 갈 수 있는 거리지만 걸어가면 네 시간 이상 걸린다. 자전거로 달리니 그 시간의 반의 반 정도의 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대저 생태공원을 지난다. 이 아름다운 길을 다시는 내가 볼 수 없다면, 오늘이 내게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보고 있는 이 강과 지금 달리고 있는 이 길이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지리라.

조명희의 동상이 나타난다. 그의 얼굴은 햇볕을 받은 강물처럼 빛나고 눈빛은 깊고 그윽해 보인다. 그의 소설 <낙동강>은 조국의 앞날을 걱정했다. 그가 혹한의 땅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낙동강을 바라보며 아쉬웠던 마음을 노래한 소설이다. 낙동강과 고향의 고국산천을 버리고 불모의 땅 러시아로 떠나는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싶다. 1927년 『조선지광』에 발표한 대표작 「낙동강」은 프로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국으로 건너간 그는 한국에서 온 고려인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신문을 발간했다. 그러나 어느 날 친일파반혁명분자라는 누명을 쓰고 공산당에게 끌려가 총살을 당했다. 낯설고 먼 땅에 아내와 어린 아이들을 남겨둔 채. 가족들은 우즈베키스탄으로 이동했고 그곳 원주민들은 아내와 아이들을 돌봐주었다. 사 년 전 필자가 우즈베키스탄에 들렀을 때 그가 활동했던 신문과 글 책들이 그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락동강아 락동강아’ 그의 그리움에 젖은 글귀를 보고 참으로 놀랐다. 지난 시간을 아는지 모르는지 30리 벚꽃길 아래로 낙동강은 그저 조용히 흐르고만 있다. 삼십 리 벚꽃 길은 이제 맥도 둑길을 지난다.

낙동강을 건너면 화명생태공원이다. 화명대교에 오르기 위해 오르막에 진입한다. 오르막 중간쯤에서 짧게 좌회전하여 다시 올라간다. 바닥을 보며 턴을 하는데 다리 위에서 다른 자전거가 쏜살같이 내려온다. 그가 먼저 나를 본 것 같다. 당황했지만 그의 기막힌 묘기로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며 위기를 벗어난다. 참으로 감사한 순간이다.

다리 위에 올라선다. 높은 공중에 오른 느낌의 묘미는 산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수천 년 흘러온 강물은 오늘도 변함없이 흘러간다. 쉬엄쉬엄, 이제 괜찮다는 듯이 그래 많이 아프지 않았냐는 듯이, 그동안 참으로 힘든 길 잘 참아왔다는 듯이, 그래 이제 당신은 제대로 웃어볼 자격이 있다는 듯이, 오래전에도 그전에도 당신을 믿어왔고 지금도 여전히 믿고 있다는 듯이 등을 토닥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지나간 시간 상처와 아픔들은 이제 보내주라는 듯이. 어느새 긴 다리 아래까지 내려온다.

자전거를 세우고 걸어서 화명 공원 안으로 들어선다. 공원 운동장에 앉아 잠시 물을 마시고 간식을 챙겨 먹으며 인생이란 뭘까 생각해본다. 그것은 낙동강에서 조상 대대로 선조들이 낙동강 젖줄을 먹으며 힘든 환경을 이기고 짜내온 지혜. 그것은 또한 우리가 겪었던 상처와 아픔에서 무엇을 배웠는가가 아닐까, 한다. 그 강한 정신력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지 않았을까. 자전거는 호포를 지난다. 자그마한 다리를 건너자 황산 공원이 나타나고 물문화전시관과 황산 베랑길을 맞이한다. 멀리 강변으로 삼랑진의 다리가 보인다. 미래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저만치서 손을 흔들고 있다. 나는 손잡이에 더욱 힘을 준다.
↑↑ 홍혜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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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9년 0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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