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걷는 것의 미학
강명구 양산시농수산물유통센터 양산시 협력관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9년 10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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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상뉴스(웅상신문) | 요즘 세간에 걷기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저녁에 밥을 먹고 강둑에 나가보면 맨발로 걷는 사람이 자주 눈에 보인다. 또 학교 운동장에 가보아도 맨발로 걷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이는 걷는 것은 스포츠가 아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스포츠는 기술과 규칙, 점수, 경기의 문제로, 훈련을 필요로 한다. 어떤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하고, 제대로 된 동작을 취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나면 즉각적인 대처 능력도 키워야 하고 타고난 재능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런 논리에 의하면 스포츠는 곧 점수다. 순위는? 기록은? 스포츠는 전쟁과 마찬가지로 승자와 패자가 항상 이런 것들을 공유한다. 그 반면에 전쟁과 스포츠 사이에는 다른 점도 존재하는데, 스포츠는 명예를 얻어내고 전쟁은 불명에를 얻어낸다. 즉 스포츠는 맞수를 존중하고 전쟁은 적을 증오하는 것이다.
또한 스포츠는 인내심의 지각이고 노력의 욕구이며 규율이기도 하다. 즉 스포츠는 하나의 윤리이고 노동이다. 그것은 물질적인 것과 버라이어티 쇼, 스펙터클, 마켓이며, 퍼포먼스다. 스포츠는 브랜드와 이미지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거대한 미디어 의식의 원인이 된다. 돈은 스포츠로 밀려들어 영혼을 비우고, 의학은 인공 신체들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스포츠와 비교하면 걷는 것은 당연히 스포츠가 아니다. 걷는 것은 한 발을 다른 발 앞에 내딛는 것 정도이고 이것은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걷는 사람은 누구를 만나도 성적이나 점수 얘기는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걷는 사람은 자기가 무슨 길을 걸어왔는지, 어느 산책길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지, 어떤 장소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얘기할 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러한 걷는 것에 뭔가를 가미하고 있다. 즉 혁신적인 신발, 매우 튼튼하면서도 가벼운 양말, 다용도 배낭, 기능성 바지 등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고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소위 스포츠 정신이라는 것을 도입하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이런 추세에 맞추어 이제는 걷는 게 아니라 ‘트레킹을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 걷는 사람이 들고 있으면 영락없이 스키 타는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끝이 뾰족한 지팡이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팔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오랫동안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될 수가 없다.
니체는 ‘진정 위대한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니체의 말처럼 걷기는 첫째, 동네 한 바퀴 같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무엇보다도 돈이 들지 않은 운동이다. 둘째, 걷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정신이 맑아진다. 그리고 셋째, 가장 좋은 것은 걸으면서 어떤 문제에 대해 천천히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 바쁜 세상에 느리게 가는데 걷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걷기 위해서는 다른 건 일체 필요가 없다. 오직 중요한 것은 하늘의 강렬함, 풍경의 찬란함뿐이다. |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 입력 : 2019년 10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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