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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머금은 시어, 양산의 밤을 선율로 수놓다”

‘음악이 흐르는 시와 산책’ 시낭송회 양산문화예술회관서 성료
12년 시낭송 여정의 깊이 증명
대금·바순·성악 어우러진 복합예술, 지역 후원으로 시민에 ‘무료 선물’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6년 04월 18일
 ▲ 시와 음악으로 봄밤을 수놓은 주역들.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출연진들이 관객들의 박수 속에 희망찬 포즈로 화답하고 있다.

[웅상신문=김경희 기자]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밤, 시어는 음악이 되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난 17일 저녁 7시, 양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은 빗소리 대신 시와 악기의 잔향으로 가득 찼다.

‘시와 산책 시낭송협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음악이 흐르는 시와 산책’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시각과 청각을 아우르는 고품격 예술 무대를 선사했다. 공연장 입구부터 느껴지는 설렘은 류지나 씨의 차분한 진행과 함께 본격적인 시의 여정으로 이어졌다.

낭송가들의 절제된 호흡으로 빚어낸 시어들은 음악이 되어 관객들의 가슴 속으로 스며들었다.
1부에서는 나희덕의 ‘오분간(이숙녀)’을 시작으로 문병란의 ‘인연서설(김귀엽)’, 노천명의 ‘고향(이분엽)’, 박경리의 ‘넋(박동환)’, 천준집의 ‘늙어가는 나에게(송상옥)’ 등 주옥같은 명시들이 낭송가들의 목소리를 타고 관객들의 가슴에 안겼다.

여기에 대금과 기타의 협연, 소프라노와 바리톤의 성악 공연이 어우러져 시의 정서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바순 4중주(디파로티스텐)의 중후한 울림과 색소폰, 전자기타 연주가 이어지며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예술적 시도가 돋보였다. 마지막 순서인 ‘내림시낭송’에서는 이기철의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이 낭송, 만개한 봄날의 정취를 관객들과 함께 나누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남경희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시낭송회를 12년 이끌어오며 무수한 질문을 던지며 저를 찾아가는 여행을 한 것 같다”며 “시낭송은 소리로 승화된 시의 마음이며, 음악과 어울리는 이 시간이 시민들에게 따뜻한 누림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함께 자리를 빛낸 김순정 2대 회장 또한 “시가 사람의 마음을 가장 조용히, 그러나 깊게 두드리는 언어라고 믿는다”며 “힘겨운 날에는 위로가 되고, 기쁜 날에는 더 큰 울림이 되는 시낭송이 누군가의 삶에 따뜻한 빛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낭송회는 지역의 다양한 업체와 개인들의 정성 어린 후원으로 마련되어 더욱 의미를 더했다. 양산 시내 여러 소상공인과 단체들이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뜻을 모았으며, 덕분에 전석 무료로 진행되어 많은 시민이 부담 없이 고품격 문화를 향유할 수 있었다.

공연을 관람한 한 시민은 “바쁜 일상 속에서 시를 잊고 살았는데, 아름다운 연주와 함께 시를 들으니 마음이 씻겨내려가는 기분이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6년 0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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