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5-09-04 오전 08:36:18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오피니언

[내가 만난 세상] 도서관은 나의 최고 피서지

정영나 에세이 글쓴이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25년 08월 26일
8월이 반도 훨씬 넘게 지났다.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코앞이지만 더위는 도통 가실 줄 모르고 있다. 맹렬한 열기가 더 거세지기만 하고 있으니 높은 기온에 하루 종일 몸뚱이는 축축 처지기만 한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을 견디는 방법 중, 나에게 가장 최고는 바로 ‘도서관 가기’다. 나는 책과 관련된 건 뭐든 좋아한다. 그중 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도서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평소에도 자주 찾지만, 날이 너무 덥다 못해서 찌는 듯하게 무더운 날에는 도서관만 한 천국이 따로 없다. 더위에 눈이 저절로 떠지면 더 더워지기 전에 얼른 도서관으로 향한다. 그렇게 온종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덧 밖의 날씨는 무감각해진다.

도서관 열람실에 들어서면 ‘적당한 자리 찾기’부터 시작한다. 예전에 나는 늘 같은 자리에 앉았고 그러려고 애쓰기까지 했다. 때로는 내가 늘 앉던 자리에 다른 이가 앉아 있으면 내 자리를 뺏긴 것처럼 기분이 나쁘기까지 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이런 집착은 내다 버렸다. 그냥 되는대로 앉는다. 갈 때마다 늘 같은 자리에 앉는 사람들을 볼 때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일주일에 두세 번 도서관에 간다. 평일에는 오전에만 머물다 오고 종종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다. 평일은 책을 읽으러 갈 때도 있고 인문 강좌를 들으러 갈 때도 있다. 일요일은 오로지 책만 읽다 오는 데도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 이렇게 하루를 도서관에서 꽉꽉 채워 보내고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나는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G 도서관만 오로지 찾는다. 아주 가끔 빌리려는 책이 없어서 인근에 있는 다른 도서관을 방문하기도 하지만 머물지는 않는다.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 집 근처에 걸어서 갈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모른다. 부산에도 최근에 새로 생긴 도서관이 여럿 있지만, 멀어서 선뜻 가지지 않으니 더욱더 그리 느껴진다. 한 번쯤 방문해 보려고 하는데 언제가 될는지는 모르겠다. 또한 가까워서도 좋지만, 근처 도서관 중 열람실이 따로 있는 곳이 여기뿐인 데다가 남녀가 따로 나뉘어 있어 더욱 마음에 든다.

정영나 에세이 글쓴이
사실 G 도서관을 좋아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사연이 있는 도서관이다. 님비 분쟁을 종결시키기 위한 보상 차원으로 건립됐다. 도서관 너머로 영락공원이 있고 그곳엔 화장장이 있다. 이 화장장이 들어서는 걸 지역 주민이 반대했고, 주민들의 대모로 팽팽한 대립은 계속됐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겠으나 도서관을 지어주는 대가로 합의를 한 것으로 그리 알고 있다.

지어진 후 구경 차원에 주변만 어슬렁거렸다. 그러다 대학에 가서 과제를 한다고 이용 좀 하다가 ‘어린이 독서지도사’ 수업을 들으면서 줄기차게 드나들곤 했다. 진득하게 머물다 온 건 아니었고, 책만 빌리는 데 그쳤다. 그러다 코로나 때문에 카페에 갈 수 없게 되자 대안으로 찾은 곳이 도서관이었다. 열람실에서 책을 읽는데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카페도 수다 소리와 자판 두드리는 소리에 딱히 책 읽기 좋은 장소는 아니지 않나. 그래도 별수 없다고만 여겼는데 열람실을 알고부터는 이곳이 책 읽기에 최적의 장소임을 알았다. 물론 매번 완벽한 건 아니다. 소리에 예민한 나는 연필이나 볼펜 긋는 소리, 개념 없이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소리, 미세한 잡소리 등으로 집중이 안 될 때도 더러 있지만 대체로 도서관에 머무는 걸 무척 좋아한다.

나에게 도서관은 혼자인 시간을 오롯이 느끼고 집중하고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좋아하는 책을 원 없이 읽을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무료 강좌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도 쌓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이처럼 무한한 재미와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도서관만 한 곳이 없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말했다. “우리가 키워 온 문명이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냐는 우리 각자가 얼마나 충실하게 공공 도서관을 지원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p561)” 늘 가까이 오래도록 우리 모두의 곁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

이같이 무더운 여름날, 도서관을 방문해 보길 권한다. 책도 읽고 시원한 커피도 한 잔 마실 수 있으며 심지어 식당에서 적당한 가격으로 식사까지 할 수 있다(G 도서관의 식당이 최근에 새롭게 오픈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무엇보다 아무리 오래 머물러 있어도 눈치 주는 이가 없으니 단연코 최고의 피서지다.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25년 08월 26일
- Copyrights ⓒ웅상뉴스(웅상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포토뉴스
생활 정보
우진지게차는 고객 여러분의 성실한 .. 
부동산
GS건설이 경남 양산에 첫 ‘자이(.. 
울산 울주군 웅촌면 곡천지구에 들어.. 
사람들
단체
(사)양산시웅상상공인연합회(회장 김.. 
따뜻한 이웃
웅상시니어클럽(관장 엄수연)이 지난.. 
지역행사 일정
많이 본 뉴스
우리 모두 함께 만든 이 변화,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함께 춤추며 성장하는 공간” 양산 김단비무용학원..
[6人 6色] 배부른 하루..
박경진 변호사 한국철도공사 코레일 자문위원 위촉, 미래 철도 사업에 IT·법 전문성 더해..
나무와 삶을 나누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올해 모집 전형..
동원과학기술대학교, 개교 34주년 기념식 개최..
웅상노인복지관, 어르신들께 따뜻한 한끼 소고기국밥 제공..
윤영석·김태호 의원, 양산 발전 특별교부세 총 11억 원 확보..
양산경찰, 9월부터 ‘5대 반칙 운전’ 집중 단속한다..
신문사 소개 고충처리인제도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개인정보취급 편집규약 윤리강령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찾아오는 길
상호: 웅상뉴스(웅상신문) / Tel: 055-365-2211~2,364-8585 / Fax : 055-912-2213
발행인·편집인 : 웅상신문(주) / mail: news2022@hanmail.net, news2015@naver.com
주소: 경상남도 양산시 덕계 2길 5-21 207호, (기장)부산시 기장군 월평1길 7, 1층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아00194 인터넷신문 등록일:2012년 7월 11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철근
Copyright ⓒ 웅상뉴스(웅상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7,260
오늘 방문자 수 : 2,868
총 방문자 수 : 27,852,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