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세상] 도서관은 나의 최고 피서지
정영나 에세이 글쓴이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 입력 : 2025년 08월 26일
8월이 반도 훨씬 넘게 지났다.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코앞이지만 더위는 도통 가실 줄 모르고 있다. 맹렬한 열기가 더 거세지기만 하고 있으니 높은 기온에 하루 종일 몸뚱이는 축축 처지기만 한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을 견디는 방법 중, 나에게 가장 최고는 바로 ‘도서관 가기’다. 나는 책과 관련된 건 뭐든 좋아한다. 그중 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도서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평소에도 자주 찾지만, 날이 너무 덥다 못해서 찌는 듯하게 무더운 날에는 도서관만 한 천국이 따로 없다. 더위에 눈이 저절로 떠지면 더 더워지기 전에 얼른 도서관으로 향한다. 그렇게 온종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덧 밖의 날씨는 무감각해진다.
도서관 열람실에 들어서면 ‘적당한 자리 찾기’부터 시작한다. 예전에 나는 늘 같은 자리에 앉았고 그러려고 애쓰기까지 했다. 때로는 내가 늘 앉던 자리에 다른 이가 앉아 있으면 내 자리를 뺏긴 것처럼 기분이 나쁘기까지 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이런 집착은 내다 버렸다. 그냥 되는대로 앉는다. 갈 때마다 늘 같은 자리에 앉는 사람들을 볼 때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일주일에 두세 번 도서관에 간다. 평일에는 오전에만 머물다 오고 종종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다. 평일은 책을 읽으러 갈 때도 있고 인문 강좌를 들으러 갈 때도 있다. 일요일은 오로지 책만 읽다 오는 데도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 이렇게 하루를 도서관에서 꽉꽉 채워 보내고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나는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G 도서관만 오로지 찾는다. 아주 가끔 빌리려는 책이 없어서 인근에 있는 다른 도서관을 방문하기도 하지만 머물지는 않는다.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 집 근처에 걸어서 갈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모른다. 부산에도 최근에 새로 생긴 도서관이 여럿 있지만, 멀어서 선뜻 가지지 않으니 더욱더 그리 느껴진다. 한 번쯤 방문해 보려고 하는데 언제가 될는지는 모르겠다. 또한 가까워서도 좋지만, 근처 도서관 중 열람실이 따로 있는 곳이 여기뿐인 데다가 남녀가 따로 나뉘어 있어 더욱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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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나 에세이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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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G 도서관을 좋아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사연이 있는 도서관이다. 님비 분쟁을 종결시키기 위한 보상 차원으로 건립됐다. 도서관 너머로 영락공원이 있고 그곳엔 화장장이 있다. 이 화장장이 들어서는 걸 지역 주민이 반대했고, 주민들의 대모로 팽팽한 대립은 계속됐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겠으나 도서관을 지어주는 대가로 합의를 한 것으로 그리 알고 있다.
지어진 후 구경 차원에 주변만 어슬렁거렸다. 그러다 대학에 가서 과제를 한다고 이용 좀 하다가 ‘어린이 독서지도사’ 수업을 들으면서 줄기차게 드나들곤 했다. 진득하게 머물다 온 건 아니었고, 책만 빌리는 데 그쳤다. 그러다 코로나 때문에 카페에 갈 수 없게 되자 대안으로 찾은 곳이 도서관이었다. 열람실에서 책을 읽는데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카페도 수다 소리와 자판 두드리는 소리에 딱히 책 읽기 좋은 장소는 아니지 않나. 그래도 별수 없다고만 여겼는데 열람실을 알고부터는 이곳이 책 읽기에 최적의 장소임을 알았다. 물론 매번 완벽한 건 아니다. 소리에 예민한 나는 연필이나 볼펜 긋는 소리, 개념 없이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소리, 미세한 잡소리 등으로 집중이 안 될 때도 더러 있지만 대체로 도서관에 머무는 걸 무척 좋아한다.
나에게 도서관은 혼자인 시간을 오롯이 느끼고 집중하고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좋아하는 책을 원 없이 읽을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무료 강좌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도 쌓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이처럼 무한한 재미와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도서관만 한 곳이 없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말했다. “우리가 키워 온 문명이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냐는 우리 각자가 얼마나 충실하게 공공 도서관을 지원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p561)” 늘 가까이 오래도록 우리 모두의 곁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
이같이 무더운 여름날, 도서관을 방문해 보길 권한다. 책도 읽고 시원한 커피도 한 잔 마실 수 있으며 심지어 식당에서 적당한 가격으로 식사까지 할 수 있다(G 도서관의 식당이 최근에 새롭게 오픈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무엇보다 아무리 오래 머물러 있어도 눈치 주는 이가 없으니 단연코 최고의 피서지다. |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  입력 : 2025년 0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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