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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숙 작가가 디자인한 반구대 암각화 기반 문화상품. 고래 사냥, 일월오봉도, 천전리 각석의 상징 등이 실크 스카프에 정교하게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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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웅상신문=김경희 기자] 7000년 전, 문자가 없던 시대. 사람들은 생존의 욕망을 바위 위에 새겨 넣었다. 그 그림들이 지금까지 남아 ‘반구대 암각화’로 불린다. 국보 제285호로 지정된 이 암각화는 고래를 사냥하던 장면부터 사슴과 호랑이, 주술사까지, 선사시대 인간의 삶을 세밀하게 담고 있다.
김동숙 작가는 오랫동안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그림으로 다시 옮기며, 기록의 예술을 실천해 왔다. 울산 남구 상개동이 고향인 그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이수자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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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전면도 또 다른 변주. 김동숙 작가는 각 동물과 인물, 주술 장면을 세세히 표현해 스카프 및 타피스트리 등 문화상품으로도 개발하고 있다. 국보 제285호, 디자인 등록 제30-10784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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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전체 문양을 재해석한 김동숙 작가의 작품. 선사시대 고래사냥, 제사, 동물 문양 등을 원색으로 되살려 현대 감각으로 표현했다. 국보 제285호, 디자인 등록 제30-10784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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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전리 암각화, 국보 제147호, 디자인 등록 제 30-108693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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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몇 달씩 암각화가 물에 잠겨요. 고래도, 고래잡이배도, 호랑이도 점점 닳아가요. 사라지기 전에 색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수년간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디자인 특허 2점을 출원했고, ‘바위의 기억’이라는 문화상품 브랜드를 설립했다. 반구대 문양을 새긴 스카프, 타피스트리, 가방, 엽서 등이 그의 작업실 안에 진열되어 있다.
“사라질 수 있는 그림이라면, 기억이라도 남겨야 하지 않겠어요? 그림이 사라져도 기억은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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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숙 작가가 전통 유산을 현대 회화로 재해석한 패브릭 작품 3종. (위부터) 천전리 각석 문양 테이블러너, 반구대 암각화 회화형 스카프, 일월오봉도 모티프의 타피스트리. 문화유산을 일상 속 예술로 확장한 대표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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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인터넷 판매는 저조했고, 주로 지인들이나 지자체에서 선물용으로 구매했을 뿐이다. 김동숙 작가는 “그래도 꿈은 변하지 않아요. 반구대 암각화를 세계인들이 지닐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소장하고 싶은 문화유산으로 만드는 것이 제 작업의 목표예요”라고 말하며 과거 울산시와도 여러 차례 협력 시도를 했고,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지난 7월 12일,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최종 등재된 것이다.
김 작가는 불화를 함께 그리고 있다. 불교 집안에서 자란 그는 “그림을 좋아하다 불화도 그리게 됐죠. 불교는 제게 철학이자 삶의 방식이었어요. 그래서 불화도, 암각화도 모두 ‘기록의 그림’이라는 점에서 통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예술은 단지 창작이 아니라 기억의 방식이며,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는 행위다.
“작품을 구상하고 그릴 때는 일이라기보다 쉬는 시간 같아요. 나에게 예술은 휴식이에요.”
그는 반구대 암각화를 한 단어로 ‘삶의 기록’이라고 말하며 “문자가 없던 시대, 고래를 잡고, 나누는 방식까지 바위에 새겼어요. 그 안엔 생존의 방식, 공동체의 가치, 공평함에 대한 의식이 담겨 있었죠. 싸우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법이요” 라고 말했다.
김동숙 작가는 지금도 바위에 새겨진 그 고대의 삶을 다시 그리고 있다. “이게 사라지기 전에 색으로 남겨야 해요. 지금은 희미하지만, 언젠가 이 기록을 누군가는 다시 꺼내어 보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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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모티프로 제작한 토트백 시리즈. 고래사냥 문양과 동물 형상이 색채감 있게 담겨 있으며, 실용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지닌 문화상품으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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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숙 작가의 대표작 ‘반구대 암각화 변주도’가 프린트된 천 패브릭. 반복된 문양 배치는 전통 회화와 현대 디자인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무릎 보, 전시·장식용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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