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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우 원효암 신도회장이 불전 앞에서 시를 낭송하며 기도와 말의 힘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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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천성산 자락, 청명한 바람이 머무는 고요한 원효암, 이른 새벽, 공양간에서는 밥 짓는 소리와 함께 시 한 편이 흐른다. 시낭송으로 마음을 열고, 정성스런 밥 한 상으로 사람을 맞이하는 이곳. 그 중심에는 원효암 초대 신도회장 김옥우 님이 있다. “시낭송은 에너지이고 인문학입니다. 시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는 걸 경험하면서, 저는 제 삶의 언어를 다시 배웠습니다.” 동원과기대와 인제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시낭송 강사로 활동해온 김옥우 회장은 지역 문화 행사와 전시 오프닝은 물론, 결혼식과 천도재, 49재 등 삶의 다양한 순간마다 시로 사람들의 마음을 잇는 ‘문화 전달자’ 역할을 묵묵히 이어왔다. “결혼식에서는 시를 낭송하고, 천도재에서는 고인의 생애를 담은 시로 위로를 전합니다. 시 한 줄로 울컥하는 순간, 그게 바로 신앙송의 힘이지요.” 시낭송가로 활동하던 김옥우 신도회장이 원효암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봉정암 순례길에서였다. “한 번도 못 가봤던 봉정암을 다녀오면서, 이 좋은 기운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이후 원효암 스님과 인연이 닿아, 신앙송 봉사부터 시작해 공양간 봉사로 자연스레 손길을 넓혔다. 신도회장으로 선출된 과정도 흥미롭다. 스님은 그녀의 섬세한 배려와 실천을 몇 달간 지켜보며, “신도회장이 잘못 뽑히면 절이 시끄러워진다”는 말을 전제로 그녀에게 신도회를 맡겼다. “나는 내 말보다는 남의 말을 잘 듣는 회장이 되고 싶어요. ‘경청’의 한자는 ‘임금이 신하의 말을 듣는 글자’랍니다.” 김 회장은 오랜 세월 어머니회 회장, 합창단 솔리스트, 대학 다도 활동 등 다양한 길을 걸어왔고, 그 경험들이 지금의 신도회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원효암 신도회는 현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절의 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 또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김 회장은 “요즘 절도 젊은 신도들이 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책 한 권 읽고, 시 한 편을 감상할 수 있는 그런 문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포교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으로 바뀌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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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우 원효암 신도회장이 공양간에서 차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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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회장이라는 직함 외에 김옥우 회장의 또 다른 역할은 공양간 봉사자다. 코로나 이후 절 사정이 재편되며 공양주 인력을 구하는 일이 어려워지자, 그는 매일 새벽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며 직접 스님의 공양을 챙기고 있다.
“공양주는 밥을 짓는 게 아니라 마음을 짓는 거예요. 음식에 담긴 기도, 그 진심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게 돼 있어요.”
김 회장은 한때 예민하고 날카로웠던 자신이 기도와 시를 통해 조금씩 변화홰 왔다고 고백한다. 그는 “시를 통해 삶이 정화되는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면서
“원효암 부처님 전에서 우리는 함께 돌보는 삶의 동반자일 뿐이에요. 나를 내세우지 않고, 상대의 말을 먼저 듣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가장 깊은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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