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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큰스님의 붓끝, 무형문화재의 손끝… 불심과 예술이 머무는 자리”

양산 통도사 인근 산문갤러리서 불교예술 소장전, 5월 18일까지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5년 04월 24일

소제 박춘묵 
[양산=김경희 기자] 한국 불교의 깊은 수행 정신과 예술혼이 깃든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 인근 산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 소장전은 단순한 미술 전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수행이 고스란히 담긴 예술 여정이다. 전시는 오는 5월 18일까지 이어진다.

이 전시는 불교 서화 수집가이자 월사갤러리 대표인 윤명순 씨가 수십 년간 모아온 소장품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하는 자리다. 유치원을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예절 교육을 하던 중 자연스럽게 다도와 선(禪)의 세계에 이끌린 윤 대표는, 불교 수행자들과의 인연 속에서 귀한 작품들을 하나둘 수집해왔다.
월하 스님
“혼자 보기엔 아까운 작품들… 이제는 함께 나눌 때”
윤 대표는 “예절이 결국 마음공부라는 걸 깨달은 순간, 제 삶도 달라졌다”며 “이제는 그동안 간직해온 불심의 흔적들을 세상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월하, 성파, 석정, 수안, 동원 스님 등 한국 불교계를 대표하는 고승들의 글씨와 그림이 함께 전시된다. 특히 월하 스님의 10폭 병풍 2점은 윤 대표가 가장 애정 어린 마음으로 보관해온 작품이다. “무진장(無盡藏)”이라는 글귀에는 자비와 지혜, 깨달음이 끝없이 흐르는 경지가 담겨 있으며, 글씨 한 획마다 불심의 기운이 느껴진다.

성파 스님의 서화 작품은 “무령재복 하번타아자자유(無令才服 下翻佗阿自異由)”라는 문구를 담고 있다. 이는 '재능에 얽매이지 말고, 타인의 틀을 뒤집어 나만의 자유를 찾으라'는 선의 가르침을 담은 글귀로, 단단하고도 자유로운 획 속에 스님의 깊은 정신 세계가 녹아 있다.

석정 스님
석정 스님은 한국 전통 불화의 거장이자 ‘불화장’ 인간문화재로, 참선·경전·그림을 삶의 세 기둥으로 삼은 ‘삼락자’였다. 그의 선화는 단출한 묘사 속에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불심과 정중동의 미학이 깃들어 있다.
“말 없이도 모든 걸 전하는 화폭”이라는 평가처럼, 그의 그림은 수행자의 내면을 투영하는 마음의 거울로 다가온다.

수안 스님
수안 스님의 ‘온 세상 품에 안고’라는 작품은 자유롭고 유쾌한 붓놀림 속에 선적 메시지를 담아낸다. 두 팔을 벌린 듯한 새의 형상과 “온 세상 품에 안고”라는 문구는 세상을 가슴으로 품는 자비와 희망을 상징한다. 수안 스님 특유의 유머와 철학이 조화된 이 그림은, 보는 이에게 따뜻한 미소와 함께 내면의 울림을 전한다.

동원 스님의 서화 역시 전시에 함께하고 있으며, 모든 작품들에는 “수행 그 자체가 예술”이라는 깊은 철학이 공통적으로 흐르고 있다.

‘진짜배기’ 도자기, 무형문화재 작품도 함께

이번 전시에서는 서화뿐 아니라, 윤 대표가 오랜 세월 수집해온 국가무형문화재 도자기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중요무형문화재 백산 김정옥 선생의 청화백자와 그 위에 입혀진 황칠 도자기는 전통과 장인의 손끝이 만나 탄생한 걸작으로, 한국 도자기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또 한 명의 주목할 작가는 연파 신현철 도예가다. 40여 년 동안 외길을 걸어온 그는 전통 도자기 기법에 현대적 감각을 아우르는 독특한 조형미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도자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연잎다기, 흑유 다관 등은 단순한 공예품을 넘어 하나의 정신적 표현으로 다가온다.  대표작 ‘연지’ 시리즈는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곡선미를 통해 생명력과 사색의 깊이를 동시에 전한다.

윤 대표는 “이 도자기들은 단지 예쁘고 귀한 게 아니라, 다시는 만들 수 없는 정신이 담긴 작품”이라며, “그 정신에 공감하는 분들과 인연이 닿길 바란다”고 전했다.

작품 일부는 판매 또는 기증 협의도 가능하며, 관람은 무료다. 전시와 작품 관련 문의는 010-4277-1550으로 할 수 있다. 한 점의 그림, 한 점의 도자기에서 시작되는 마음공부.
이 봄, 불심과 예술이 머무는 공간에서 마음의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 웅상뉴스(웅상신문)

연파 신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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