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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상뉴스(웅상신문) |
| 정말 지긋지긋하던 코로나였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던 코로나가 주춤해지고 바야흐로 우리는 코로나 해방을 맞았다. 그동안 서로를 꺼리던 불신의 시각이 걷히고 소중한 시간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코로나 이전의 평온하던 일상의 기억들이 기지개를 켜자 몇 년 묵혔던 숙제를 하듯, 이 계절 가을에 지역마다 축제 봇물이 터졌다. 즐기고 싶은 곳의 축제를 다 찾아다니려 하면 몸이 두셋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10월의 일정이 탁상 달력의 지면에 겹치기로 적히고, 같은 시간대에 잡힌 일정을 두고 저울질을 해야 할 만큼 바쁘고 생기 있는 날들이 이어졌다.
벼르고 있던 함안 둑방의 꽃축제를 접어버렸다. 그리고 우리 양산의 황산공원과 경주 첨성대를 찾으려 마음을 정했다. 먼저 우리 지역의 꽃 잔치를 찾아 나섰다. 혼자 가고 싶어 가까이 지내는 지인들에게조차 침묵하고 카메라를 챙겨 노마(老馬)를 몰아 양산 황산공원을 찾았다.
- 황산공원
가을꽃 설렘주의보를 앞세워 들어선 황산공원, 오전 일찍 찾은 덕에 그다지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꽃 모양이나 자태로 이야기하면 봄날에 피는 꽃양귀비가 화려하고 황홀할 듯한데 꼭 그런 것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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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랑이는 가을바람에 가벼이 흔들리는 황화 코스모스의 진노랑 꽃물결이 마치 금빛 비단 자락을 펼쳐 놓은 듯 화려하다. 코스모스라면 색색의 꽃만 생각했다가 하나의 색이 무리 지어 더 고울 수 있음이 새롭다. 황화 코스모스 하나하나와 눈 맞춤을 하고 있노라니 나태주 시인의 동시 [풀꽃]이 떠오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수천수만의 예쁜 미소가 연한 바람 속에 흩어진다. 꽃길을 걷는 이들의 얼굴이 덩달아 꽃이 된다.
황화 코스모스와 함께 심어 놓은 댑싸리도 푸른 잎이 익어 붉게 물들고 있다. 지금은 조경용으로 아름다움을 선물하지만, 댑싸리는 산비탈에 선 싸리나무와 함께 플라스틱 빗자루가 생산되기 전 매어 마당을 쓰는 빗자루로 사용되었다.
유럽의 정원을 연상케 하는 댑싸리 단풍은 몇 주를 즐길 수 있다고 하니 댑싸리 단풍 구경을 놓쳤다면 11월이 오기 전 황산공원 나들이를 권해 본다. 공원 월당 나루 쪽에는 핑크뮬리가 곱게 피었다. 상큼한 낙동강 강바람과 함께 황화 코스모스와 댑싸리, 핑크뮬리를 만나러 간다면 다 즐길 수 있다
- 경주 핑크뮬리
언젠가부터 가을이면 핑크뮬리 핀 곳이 명소가 되었다. 외래종이어서 우리 생태환경에 미칠 영향을 염려하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몇 년 사이 그 식재 면적이 더 넓어지고 있다. 가까이 황산공원, 대저생태공원 등에도 핑크뮬리가 있지만, 좀 더 넓은 면적에 핀 핑크뮬리를 찾아 경주로 향했다.
엄청난 차량 행렬에 밀려 몇 바퀴를 돌아 겨우 주차 후, 찾아간 첨성대에는 정작 국보인 첨성대는 뒷전이다. 첨성대 주변 핑크뮬리를 보기 위해 찾은 인파가 몰려 북새통이다. 분홍인 듯 자주인 듯 몽환의 색감에 빨려들어 몇 장의 사진을 남겼다.
내친김에 월정교, 동궁 월지 야경도 즐기리라 하였더니 ‘신라 문화제’ 축제로 온통 혼잡해 온전히 야경을 즐기기엔 틀린 일이었다. 남은 일정을 접고 해가 서녘으로 채 기울기도 전 경주를 벗어나 35번 국도에 노마(老馬)를 얹었다. 늘 그랬던 그것처럼 가슴에 아쉬움만 품어 안고서.
꽃잎이 날아드는 강가에 나는 섰네/ 내 맘에 한번 핀 꽃은/ 생전에 지지 않는 줄을/내 어찌 몰랐을까/ 우수수수 내 발등에 떨어지는/ 꽃잎들이/ 사랑에서 돌아선/ 그대 눈물인 줄만 알았지/ 내 눈물인 줄은/ 내 어찌 몰랐을까// 날 저무는 강물에 훨훨 / 날아드는 것이/ 꽃잎이 아니라/ 저 산을 날아가는 나비인 줄은/ 나는 왜 몰랐을까//꽃잎이 날아드는 강가에/ 나는 서 있네 김용택 詩 [나비는 청산가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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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숙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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