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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남미에 갔을까<1> 여행의 시작

평소 꿈꾸어 온 45일간의 여행, 드디어 이루다
이번 여행은 목적은 최대한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9년 07월 22일
↑↑ 나리타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후지산
ⓒ 웅상뉴스(웅상신문)
이번 호부터 남미여행기를 연재합니다. 남미 43일, 마이애미 2일 약 45일간의 여행으로 코스는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5개국입니다. 중간에 살짝 우루과이와 파라과이도 들립니다. 일행은 인솔자 포함 15명으로 각자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남미에 갔습니다. 우리는 왜 남미에 가는 것일까. 남미에 대체 무엇이 있을까. 나는 왜 남미에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을까.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여행을 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혼자 있는 시간도 많이 가졌습니다. 따라서 이번 여행기는 보고 느낀 것이나 소소한 일들을 있는 그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그러다보면 왜 남미에 왔는지에 대한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면서요. 지면에 따라 길게 혹은 짧게 연재합니다. 부족한 면이 많더라도 많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경희 웅상신문 대표이사(필명 김서련)-

드디어 2월 11일 밤 11시 30분, 나는 노포동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마침내 45일간 여행길에 나선 것이다. 남미 43일, 마이애미 2일 총 45일은 평소 내가 꿈꾸어 온 여행의 시간이었다. 그동안 소소하게 10일 정도였고 그나마 긴 것은 15일 정도였다. 살면서 한 번은 그렇게 긴 여행을 하고 싶었다.

어느 날 문득, 남미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고 싶다'가 아니라 '가야겠다'는 생각은 점점 강해졌다.
 
사실, 남미는 나와 먼 거리에 있는 지역으로 생각했다. 누가 페루의 마추픽추에 갔다 왔다고 하면 무척 부러워하고 ‘아, 나도 가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성이 없다고 여겼다. 그런 내가 남미에 가게 된 것은 정말 어느 날 ‘문득’이었다. 

1년 전이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가 쓴 오지 탐험가에 대한 기사를 보고 불현듯 남미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고 싶다’가 아니고 ‘가야겠다’는 생각은 점점 강해졌다. 나중에는 남미에 가야된다는 의무감마저 들었다. 그래야만 남은 내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하여 경비 생각은 둘째치고 여행계약부터 했다. 여행사가 아니라 개인이 인솔하는 팀이었다. 

그리고 1년 동안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노심초사 뛰어다녔다. 공무원인 남편의 월급은 매달 빠듯했고 여윳돈이 없었다. 또 한가지, 45일간 집을 비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편의 양해가 필요했다.

 매일 아침 6시쯤, 출근하는 남편은 직장 근처에 식당이 없어서 아침밥을 먹고 가지 않으면 점심 때까지 굶어야한다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아침은 먹고 가야한다고 했고 지난 30년 동안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었다. 그런 남편에게 45일간 집을 비운다는 소리를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자주 만들었고 평소에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했던 집안일들도 부지런히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시장은 보지 않겠다는 남편을 살살 구슬려서 마트에도 데리고 상황에 따라서 아침은 직접 차려먹을 줄 알아야한다면서 수시로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체력도 키우기 시작했다. 만보기를 사용하여 하루에 만 보 이상 걸으려고 애를 썼고 건강도 체크했다. 그리고 스페인어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1년 동안 여행 준비를 했다. 경비도 마련하고 남미여행기도 읽고 틈만 나면 걸었다. 그러다가 한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캐리어를 꺼내 놓고 여행 준비물을 챙기고 여행 일정을 점검하고 남미 여행에 필요한 자료들을 프린트했다. 

나름 준비를 하는데도 빠뜨린 것이 많았다. 출발 전 1주일은 나도 모르게 마음이 분주해졌다. 준비물을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다이쇼와 문구사를 몇 번이나 오갔다. 생각보다 가지고 갈 게 많았다. 화장품 케이스, 핸드폰 방수팩 등등 그리고 서점에서 책도 몇 권 사고(1권만 들고 갔지만) 노트와 필기구도 샀다. 그리고 최신 노트북도 구입했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전사처럼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뒤돌아보면 여행은 이미 1년 전부터 시작된 셈이었다. 1년 동안 오로지 남미를 생각하면서 살았다.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 그 1년은 내게 살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알게 해 줬고 소중한 경험을 선사했다. 내 일상을 남미에 대한 기대로 설레게 만들었고 가족들과 끈끈한 추억을 만들었고 힘든 일도 이겨내게 만들었다.

↑↑ 달라스 및 공항 청사 풍경
ⓒ 웅상뉴스(웅상신문)
여행은 이미 1년 전부터 시작, 소중한 경험 선사
힘든 일도 남미에 대한 꿈으로 극복

이번 여행,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자고 결심
여행은 현지의 풍경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그것이 마음에서 뭔가 작용을 일으키는 것

2월 12일 새벽 5시쯤, 나는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서울과 포항, 원주, 부산에서 온 일행은 모두 인솔자 포함 15명. 한 번 오티를 하고 단체 카카오톡에서 서로 얼굴을 익힌 탓인지 오래 알고 지낸 것처럼 익숙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서먹하기도 했다. 아무튼 모두들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 페루리마 센트럴 공원 풍경
ⓒ 웅상뉴스(웅상신문)
오전 10시 30분, 우리는 나리타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마침내 여행이 시작되었다. 약 5시간 동안 나리타 시내를 구경하고 저녁 비행기로 달라스로 날아갔다. 

달라스 공항에서 우리는 일단 출국을 했다. 짐을 리마로 부치기 위해서였다. 출국하는 과정은 다른 항공과 약간 달랐다. 여러 개의 출국수속기계가 있었다. 먼저 여권을 대고 확인한 뒤 사진을 촬영하고 설문조사를 했다. 입국 심사도 약간 까다로운 것 같았다. 앞에 선 동양인 여자가 심사에 부적격한 게 있는지 직원은 오래 붙잡고 질문하더니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그 바람에 나는 다시 다른 줄에 서서 수속을 해야만 했다. 이미 일행들은 안으로 들어가고 아무도 없었다. 

아무튼 달라스 공항에서 6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여유가 있겠구나. 시간이 있으면 커피숍에서 죽칠 생각이었는데, 마침내 그 기회가 온 것이다. 그리하여 분위기 좋은 바에서 카페라테를 마시면서 여행의 첫날을 즐겼다. 달라스 공항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인천공항과 달리 한적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

이것이 배낭여행의 맛인가. 패키지 여행에선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시간에 맞춰 게이트에 가면 됐다. 일행들도 몇몇씩 흩어진 것 같고 인솔자는 보이지 않았다. 

여행하면서 이렇게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진 것은 아마도 처음이지 싶었다. 딱히 여행을 좋아해서 다니는 편은 아니었다. 몇 년 전, 몇몇 문인들과 어울려 배낭여행을 간 것을 시작으로 딸과 단둘이 뉴욕에 가기도 했지만 대부분 모임이나 단체에서 패키지 여행을 갔다. 

돌이켜보면 점만 찍고 다녔다. 분명히 보고 듣고 눈에 담은 것이 있는데도 마음에 각인된 것이 별로 없었다. 우르르 모여 갔다고 시간에 쫓겨 풍경을 눈에 담고 온 느낌이랄까. 관광객의 시선으로 머무르고 왔다고 할까. 그래도 한 번 점을 찍었으니 두 번 가기에는 뭔가 좀 그런 여행이었다. 

이번에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 여행은 그런 패키지와 달랐다. 물론 인솔자가 이동과 숙소를 책임지고 일정도 나름대로 있지만 그 안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여행의 특징이었다. 

내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제일 마음에 들었다. 현지의 풍경을 오래 보고 현지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들이 내 안에서 뭔가 작용을 일으킬 수 있도록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자고 나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 페루리마 공항에 걸린 그림
ⓒ 웅상뉴스(웅상신문)
↑↑ 페루 알파카 인형
ⓒ 웅상뉴스(웅상신문)

페루 리마에 도착하다

2월 14일 목요일 오전 7시쯤, 우리는 리마 공항에 도착했다. 리마는 2월 13일 수요일이었다. 한국보다 하루 늦은 시간이었다.

새들은 왜 페루에 가서 죽을까? 

페루 리마. 몇 번이나 입속말로 중얼거렸다. ‘새들은 페루에서 가서 죽다’라는 로맹가리의 소설을 떠올렸다. 새는 왜 페루 리마에 와서 죽을까. 내내 궁금했는데, 이제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일까. 오래 전에 읽어서 가물가물한 소설 내용은 대충 이랬다. 

카페의 주인 레이네는 스페인 내전과 프랑스 레지스탕스, 쿠바에서 전투를 치른 다음 안데스 산맥의 페루 해변으로 왔다. 그리고 우연히 젊고 아름다운 여자의 목숨을 구해주고 그 여자와 남은 생을 하고 싶다는 유혹에 사로잡혔고 또 다시 시작하려고 하지만 결국 그 여자도 떠나버린다는 것이었다. 

왜 페루를 세상의 끝이라고 표현하는 것일까. 나는 그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짐을 찾고 세수도 하고 짧은 여름옷으로 갈아입었다. 공항은 여름 복장과 겨울 복장이 뒤섞여 있었다. 공항 직원도 달라스에서 왔다고 하면 그리 검색을 하지 않는다고 누군가 말했다. 왜냐하면 이미 확실하게 신분 보장이 되었기 때문이라나.

우리는 이국적인 그림이 있는 앞에서 사진을 찍고 승합차 두 대에 나눠 타고 숙소로 향했다. 기대한 것과 달리 거리는 낡았다. 건물들도 낡았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볼 때 시가지가 매우 정갈하고 단아해 보였고 인솔자도 대부분 벽돌집이라고 말해서 아주 고즈넉하고 예쁜 거리를 상상했는데, 아니었다. 건물은 페인트칠이 오래되어 낡았고 빈 집도 더러 보였다. 가게들도 지저분하고 허름했다. 한마디로 퇴색되어 가는느낌이었다. 

오전 8시, 출근 시간대라 그런지 차들이 밀렸다. 공항 시내를 벗어나자 곧 바다가 보였다. 차는 바다를 끼고 달렸다. 차창 너머 달리고 있는 차들도 낡았다. 어떤 차는 페인트가 벗겨지고 완전 삭아서 고물이 된 차도 있었다. 누가 탔나, 하고 보니 젊은 남자와 여자였다. 

바다는 저 멀리 절벽 아래에 있었고 파도가 거침없이 몰려오고 있었다. 해변에도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 나라가 현재 여름인 걸로 치면 바다는 지나치게 삭막했다. 차들은 밀리고 밀렸다. 두 개의 갈림길에서 승합차가 아랫길로 향했다.

 해변을 끼고 차가 달렸다. 마찬가지로 차가 밀렸다. 한참 가자 서핑을 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서핑보드도 보였다. 나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역시 바다구나. 저 멀리 태평양 바다가 눈으로 들어왔다.

글 = 김서련 소설가
사진 = 강환철 제공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9년 0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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