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5-08-18 오후 12:36:09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오피니언

<문화산책 3 >가난한 영혼을 위하여

시인 김백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8년 12월 20일
ⓒ 웅상뉴스(웅상신문)
바람벽에 걸린 마지막 캘린더 한 장, 쓸쓸합니다.
인디언들처럼 무소유의 달, 침묵하는 달, 나뭇가지가 뚝 부러지는 달입니다. 바야흐로 세모입니다.
밤새 추위에 쫓겨 몰려다니던 가랑잎들이 구석진 곳에 모여 서로의 몸을 포개고 온기를 나누며 슬픔을 위무합니다.
모두가 겨울을 건너가는 가난한 영혼들입니다.
사랑하라 사랑하라. 구세군 종소리가 인파를 헤치고 사랑을 외칩니다. 오체불구의 사내가 온 몸으로 지하철 바닥을 쓸고 다니며 흘러간 유행가로 사랑을 구걸합니다.
세모의 거리는 모두가 슬픈 사랑입니다. 오! 하늘엔 영광, 땅엔 자비를 …….
환하게 불을 밝힌 시내버스가 아무도 없는 정류장에 저 혼자 섰다 갑니다. 노숙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겨울밤, 정류장은 온기가 그립습니다. 누구라도 그 차가운 의자에 앉아서 막차보다 더디 오는 사랑을 기다린다면 영락없이 고독한 도시의 섬이 됩니다.
포장마차 그리운 칸델라 불빛 같은 촉수 낮은 가로등 아래 고요히 깊어가는 겨울밤 정경은 추위에 떨고 있는 사유의 깃을 세우는 페이소스입니다.

겨울밤 / 집으로 가는 길은 쓸쓸합니다 / 등 굽은 하루가 돌아가는 / 희미한 골목길 / 바람소리조차 / 소주병처럼 / 속빈 울음을 웁니다.
김백의 <집으로 가는 길> 부분

가만히 눈을 감으면 그날의 하얀 집 종소리가 아득히 들려옵니다.
눈 덮인 가로수, 눈 덮인 전봇대, 눈 덮인 예배당. 어린 소년의 눈 내리는 날의 캐럴은 그리도 설레었는지, 그리도 따뜻했는지.
이제 그 신성한 새벽은 다시 와서, 멀리 청탑의 종소리가 나를 깨우면, 나는 이 낯선 도회의 언덕 창을 열고, 가슴속 그 날의 찬가에 기도드릴 것입니다. 가난한 영혼을 위하여, 오! 메리크리스마스.

↑↑ 김백 시인
월간 <문학공간>으로 등단.
시집 <자작나무 숲에 들다>.
문예지 월간문학공간에 수필 <문화산책> 연재 24회
ⓒ 웅상뉴스(웅상신문)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8년 12월 20일
- Copyrights ⓒ웅상뉴스(웅상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포토뉴스
생활 정보
우진지게차는 고객 여러분의 성실한 .. 
부동산
GS건설이 경남 양산에 첫 ‘자이(.. 
울산 울주군 웅촌면 곡천지구에 들어.. 
사람들
단체
(사)양산시웅상상공인연합회(회장 김.. 
따뜻한 이웃
웅상시니어클럽(관장 엄수연)이 지난.. 
지역행사 일정
많이 본 뉴스
천성산에 막힌 행정, 웅상 주민은 왜 여전히 불편한가?..
“주민이 주인공 되는 무대” 양산 중앙동 주민자치회, 주민총회 및 프로그램 발표회 성료..
웅상출장소, 덕계3지구 지적재조사사업 8월 완료..
동원과기대 야구부, 2025 KUSF 대학야구 예선전 타격상·홈런상 동시 수상 쾌거..
“광역철도 흐름,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내가 만난 세상] 죽음을 생각하면 삶이 보인다..
박대조 전.양산시의원,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 친견..
동원과기대 글로벌 리더 골프 아카데미 제4기 수료식 및 총동문회 결성..
천성산 미타암, 취약계층 기력 회복을 위한 특별식“한방삼계탕” 지원..
[윤현주의 고전과 세태] 박지원 『열하일기』/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스릴과 서스펜스 넘치는 드라마·코미디이자 심오한 실학사상서..
신문사 소개 고충처리인제도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개인정보취급 편집규약 윤리강령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찾아오는 길
상호: 웅상뉴스(웅상신문) / Tel: 055-365-2211~2,364-8585 / Fax : 055-912-2213
발행인·편집인 : 웅상신문(주) / mail: news2022@hanmail.net, news2015@naver.com
주소: 경상남도 양산시 덕계 2길 5-21 207호, (기장)부산시 기장군 월평1길 7, 1층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아00194 인터넷신문 등록일:2012년 7월 11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철근
Copyright ⓒ 웅상뉴스(웅상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8,162
오늘 방문자 수 : 8,587
총 방문자 수 : 27,716,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