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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들녘에 서서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8년 11월 12일
↑↑ 원암 장 영 주
화가
웅상신문 칼럼위원
ⓒ 웅상뉴스(웅상신문)
들판이 아침저녁으로 달라진다. 수북했던 덤불이 사라지고 풀벌레 소리도 하마 끊겼다. 모과나무, 대추나무, 감나무도 잎이 떨어지고 실한 열매가 멀리서도 보인다. 옆으로 길어진 가을햇빛의 감잎이 그 어떤 그림보다도 아름답다. 가늘어진 시냇물은 더욱 투명해지고 황금이삭이 일렁이던 논도 추수가 끝나니 빈 바람만 지난다. 가끔 참새 떼들이 나락을 찾아 날라든다. 하늘이 좀 더 얼면 멀리서 철새들이 찾아오겠지. 빈들을 보고 누구는 ‘공허하고 허무하다’ 할 것이고 누구는 ‘다 그런 거지 뭐’ 라며 마음에 두지 않을 것이다.
“자연, 색을 벗으니 더욱 자연스럽다.” 라고 이 늦가을을 노래한 지인의 말대로 이즈음의 자연은 껍질과 군더더기를 빼어내고 속살과 뿌리를 내어 준다. 바야흐로 철학의 계절이다. 자연만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간다. 장삼이사의 무명인도 가고 역사적인 인물도 간다. 비록 드라마에서이지 명나라를 건국하고 막강한 권력으로 산천초목을 떨게 한 ‘주원장’도 “춥다. 빛을 더 가까이...” 라며 숨을 거둔다. 삼성을 세운 ‘이병철’씨는 입원을 하여 양치질 중에 거울을 보다가 “내가 이 칫솔 한개도 못가지고 가는구나.“ 라고 하였다. ‘신성일’ 같은 위대한 스타도 왔다가 간다. 그는 세계에서도 유일하게 507편의 영화에 주연을 하였고, 국회의원까지 하였으나 딸에게 “나 재산 없다.”는 말을 남겼다니 마지막까지 스타이다. 또, 동지이자 부인이고 그 또한 스타인 ‘엄앵란’과의 사이에서 ‘졸혼’이라는 낯선 단어를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결혼을 졸업하다니---?’ 참 낯설지만 나이 들어 변하는 사랑에 따른 결합의 한 형태이기도 하여 수긍이 가기도 한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하늘의 진짜 별도 변하고 변하다가 블랙홀로 사라지고 화이트 홀로 태어난다.
겨울은 힘에 겨워 쉰다고 ‘겨울’이다. 봄은 새로 태어나는 모든 생명력을 분주하게 보아야 한다고 ‘봄’이다. 모두가 가고 오는 중이다. 분명히 봄은 또 다시 올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마음에는 봄 같지 않을 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수인번호 264번, 이육사(李陸史)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자연의 순환을 한탄하였고, 두보(杜甫)는 “나라는 사라졌어도 강산은 여전하고 성안에 봄이 오니 초목이 무성하다.”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고 봄을 맞아 오히려 신음하였다. 인간의 감정이 수없이 변하고 거기로부터 사랑도, 예술도 문화도 태어나련만 계절의 순환이라는 자연의 질서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인류의 보물인 한민족의 영원한 진리서인 천부경(天符經) 81자 중에는 ‘묘연 만왕만래 용변 부동본’(妙衍萬往萬來 用變不動本)이란 구절이 있다. “(삼라만상이) 묘하게 번져 수없이 가고 오면서 쓰임새는 변하지만 그 근본은 움직이지 않는다.” 라는 뜻이다.
그렇다. 우주보다 중요한 내가 당장 죽는 다해도 변함없이 시냇물은 흐르고 새는 지져 길 것이다. 우주의 근본은 한 치의 흔들림 없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할 것인가, 누구를 위해, 얼마나 진정으로 쌓아 갈 것인가.” 우주의 마음과 내가 하나 되는 것일 뿐이다. 그것이 우아일체(宇我一體)의 홍익인간의 지혜요 마음이라고 할 것이다.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8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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