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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시선> 모네의 수련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8년 01월 29일
↑↑ 김 경 희
웅상신문 대표 이사
ⓒ 웅상뉴스(웅상신문)
빛이 연못에 떠 있는 수련에 일렁거렸다. 정신이 몽롱해지고 아늑해지는 빛이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의자에 똑바로 앉아서 수련을 응시했다.

벽에 쭉 이어져 있는 수련의 연작은 비슷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뭔가 조금씩 달랐다. 그리고 손수 만든 물의 정원에서 피어나고 있는 수련을 보면서, 빛의 움직임에 따라서 달라지고 있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모네를 떠올렸다.

그리고 물감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팔레트를 떠올렸다.

그가 한평생 추구했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팔레트. 그리고 가장 많이 채색됐을 녹색, 붓에 듬뿍 묻혀서 보이는 대로 붓질을 하는 모네의 얼굴에 고여 있는 빛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모네는 ‘빛’을 주제로 삼고 보이는 모든 것을 그렸고 1890년 대부터 본격적으로 건초더미, 포플러, 루앙대성당, 런던풍경, 베네치아 풍경 등 연작을 그렸다. 그리고 그의 나이 57세인 1897년부터 86세로 사망할 때까지 수련만 그렸다. 약 250점에 이른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 웅상뉴스(웅상신문)
그가 수련을 그리게 된 동기는 소박하다. 그러니까 그는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파리에서 서쪽으로 70킬로미터쯤 떨어진 센 강변의 작은 마을 지베르니에 정착을 했고 일본식 다리를 짓고, 꽃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는 수련을 심어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수련을 심었고 버드나무 가지와 연잎과 수풀이 어우러진 정원은 바라보는 각도와 햇빛에 따라 시시각각 정원의 색채가 변했다.

“돌연 마법처럼 내 연못이 깨어났다. 난 홀린 듯 팔레트와 붓을 잡았고, 다시는 그보다 더 멋진 모델을 만날 수 없었다.”

모네는 말했다. 매력적인 수련을 만난 모네는 이후 수련만 그렸다. 그 순간에 그는 행복했을 것이다. 그때의 그에겐 백내장으로 악화되어 가고 있는 시력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그 모든 것을 오로지 캔버스에 담았다. 그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수련을 바라보는데, 문득 그때 그 순간의 풍경이 생생하게 펼쳐졌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따라 팔레트에 물감을 묻히고 그대로 표현 하는데만 집중하는 그때 그 순간은 하나의 그림이 되어 이렇게 내 앞에 있다.

그렇게 나는 2015년 12월, 뉴욕의 현대미술관에서 한 방 전체에 전시되어 있는 모네의 수련을 만났다. 그리고 한동안 자리에서 앉아서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아직 봐야 할 그림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련 앞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행복했다. 오롯하게 모네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모네의 붓질에서 어떤 기운이 전이되어 오는 것 같았다. 심장이 떨렸다. 방 전체에서 아니, 미술관 전체에서 어떤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 같았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견디게 해주고 마음을 정화시켜 주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기운이 모여 있었다. 뭐라고 할까. 그것은 예술가의 정신이었다.

아무튼 모네의 수련은 나를 꼼짝 달싹도 못하게 했다. 아직 봐야할 작품들이 많음에도 수련은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니, 내가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수련을 바라보고 있는 그 순간, 나는 행복했고 그것을 오래 지속하고 싶었다. 깊은 감동에 오래오래 사로잡히고 싶었다.

갑자기 날씨가 영하로 뚝 떨어졌다. 나는 몸이 으슬으슬해서 일찍 집으로 귀가했고 얼마 전에 지어 놓았던 몸살약을 먹고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살풋 잠이 왔지만 ‘22년 후의 고백’이라는 영화를 다운받아서 보기 시작했다. 잔인한 장면이 많을 것 같아서 미루어왔던 영화였다.

예상한 대로 처음엔 보는 것이 불편했다. 살인하는 장면을 보는 것은 늘 불편했다. 하지만 22년의 공소시효가 끝난 시점, 연쇄살인법 ‘소네자키’가 살인 고백을 담은 자서전을 펴내고 사인회를 하고 방송에 출연하려고 애쓰는 점 등에서 뭔가 있을 것 같았다

. 대체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짝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영화는 끝이 날 무렵이었고 반전이 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다각적인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트라우마라고 나는 봤다. 동료의 죽음을 강제로 지켜봐야 했던 살인범은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그것이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게 했던 것이다.

실제 현실에서도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곤 한다. 서울의 한 모텔의 방화 사건으로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죽기도 하고 부모의 일그러진 마음이 자식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자신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을 재물로 삼기도 한다.

그렇게 하는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면에 분열이 있었을 것이다. 그 분열을 일으키게 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현대미술관에서 찍은 사진들을 주루룩 훑어보았다. 수련을 찍은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면서 그때의 일을 떠올렸다. 그렇게 그 순간은 나 자신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찰나적인 시각의 인상을 평생 추구해온 모네. 개인적인 고통이나 어려움들을 극복하게 만든 모네의 열정은,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지대한 감동과 행복을 선사했다.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8년 0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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