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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이야기(16)/적멸굴 (寂滅窟) 上

글 시인 김백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7년 11월 21일
가을빛은 소리 없이 다가오는 것. 두어 차례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산야는 어느새 울긋불긋 고운 빛 옷을 갈아입었다.

언제나 청춘일 것처럼 푸름을 구가하던 나무들도 또 한 줄의 나이테만 무심한 생의 흔적으로 남겨놓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세속의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오라” 는 불가의 말씀 방하착 (放下着)을, 구도의 길을 떠나는 말없는 초목들에게서 배운다.

가랑잎의 사그락거리는 속삭임을 들으며, 사색에 잠기며, 호젓이 걷는 산행의 즐거움도 가을이란 계절이 주는 더없이 좋은 선물이리라.

적멸 (寂滅)이란 번뇌의 세계를 완전히 벗어난 경지를 일컫는 말이다 . 무릇 생의 나고 죽음이 함께 없어져 무위 적정한다는 것. 곧 번뇌의 경계를 떠난 열반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곳이 인간세상 어디에 있을까?
햇살 맑은 날 원효대사가 이 같은 열반의 경지에 들기 위해 참선 수도했다는 천성산 적멸굴을 찾아 나섰다.

천성산엔 원효의 수도처라고 전해져 오는 석굴이 서너 개 있다. 미타암 석굴을 비롯해 금수굴, 큰 바위 석굴, 적멸굴등이다. 그중 적멸굴과 금수굴이 원효의 수도처일 것으로 추정하기에 가장 근접한 곳이다.

천성산은 북에서 남으로 길게 누워있는 형상이다. 산 중앙 허리 9부 능선 쯤 동쪽으로는 금수굴이 있고 서쪽엔 적멸굴이 있다.

양산지역 문화발전의 선도역을 자임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양산도시문화연구원 (원장 황윤영) 은 2~3년 전부터 천성산을 무대로 한 원효대사의 발자취를 찾아 구전, 전래하는 스토리들을 발굴하고 안내판을 세우거나 신문지면을 통해 널리 알리고 있다.

적멸굴가는 길은 몇 개의 코스가 있지만 전문 산행인이 아닌 우리 답사팀은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내원사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코스를 택하기로 했다.

주차장에서 위치를 잘 아는 안내인과 시 관광해설사 한 분이 합류, 8명으로 답사팀이 구성됐다.

내원사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다 왼편으로 계곡을 건넜다. 산으로 접어든 길은 제대로 된 안내판이나 이정표가 없다. 다만 어느 산악회원들이 다녀가면서 나뭇가지에 리본을 달아 놓아 적멸굴 가는 길임을 짐작할 뿐이다.

옛날, 나무꾼들이 다녔음직한 오솔길, 처음엔 그리 가파르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는데 중간쯤부터는 급경사 길이다. 바위를 부둥켜안고 기어오르다시피 했다. 필자에겐 제법 힘든 코스였다.

산행 1시간 쯤 되었을까. 소나무, 참나무, 싸리나무 등 주로 잡목으로 이뤄진 산등성이에 푸른 대나무 숲이 나타났다.

선인이라야 접근을 허용한다는 적멸굴에 오려거든 대나무 숲에 몸을 씻고 오라는 듯 바람소리도 청량하다.

숲을 지나자 거대한 바위 앞에 “원효대사 수도처” 라고 새겨진 작은 비석이 서 있었다.
원효대사라는 큰 이미지에 비해 너무 작고 초라한 비석이었다.

푸른 대나무 숲을 병풍삼아 남녘을 향해 포효하는 한 마리 큰 호랑이, 적멸굴을 품고 있는 거대한 암석의 모습이 그랬다. 굴속은 그리 깊지 않았으나 10여명은 넉넉히 기거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다. 거기에다 바위틈에서 석간수가 흘러나와 샘물처럼 고여 있어 수행자의 거처로는 안성맞춤이다.

아 ! 이곳이 바로 천년 고승이 밥을 짓고 새우잠을 자며 고난의 세월로 적멸의 득도를 염원했던 곳인가.

필자는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원효대사의 흔적들을 만났다.

경주 분황사에서, 황룡사지에서, 경주박물관 목없는 돌부처에서, 여수 향일암에서, 경기도 소요산에서... 그리고 삼국유사나 그의 저서 등 여러 문헌에서.

하지만 적멸굴, 이 굴속 어둠속에서 그의 숨결을 이렇게 가까이 느껴보는 건 처음이다. 이리도 가슴 뛰는 감동이라니.

이슬처럼 맑고 차디찬 석간수에 몸과 마음을 닦고 그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이며 동트는 미명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리고 굴 밖으로 나와 바위에 정좌하고 경을 외며 구도정진 했을 것이다.
요석공주가 산 아래 산막까지 찾아와 막을 치고 기다리며 한 번이라도 만나주기를 애원해도 그 그리움의 소리를 외면했을 것이다.

세속의 번뇌는 다 씻고 오라는 듯 대숲에 이는 바람이 청량하다. 이런 저런 사색에 잠기며 형언할 수 없는 경지에 든다.

↑↑ 시인 김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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