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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페스티벌

/허유나 (희망 웅상 한국어 강사)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7년 09월 14일
ⓒ 웅상뉴스(웅상신문)
지난 일요일은 서창초 운동장에서 우리 동네 다문화 축제를 여는 날이었다.
작년 까지만 해도 다문화 가족들과 그 지인들만 참석하는 아담한 잔치였다면, 올 해는 그 규모와 참가인원 면에서 명실상부 동네 축제라고 불러도 될 만큼 규모가 커진 것이 이제까지와는 달라진 점이였다.
지역 유명 인터넷 카페 회원들의 다양한 수공예 프리마켓 제품들과 지역 음식점 가판대가 운동장 가장 자리를 빙 둘러 자리 잡았고 다양한 체험 부스들도 여러 가지 흥미로운 볼거리를 전시하고 있었다.
볼거리 흥밋거리도 중요하지만 이 세상에 먹을거리 없는 축제만큼 재미없는 것이 또 있을까. 그래서 11개국의 나라별 천막에서는 간식, 후식, 주식 까지 평소 잘 접할 수 없었던 이국적인 음식들을 무료로 또는 아주 저렴하게 시식을 할 수 있었으니 웅상에 내로라하는 미식가들이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참으로 애석할 것 같았다. 그 중 친구가 들고 온 미얀마의 전통음식은 동글동글한 버블을 달짝지근하게 절인 후식이었는데 모두들 너무 달아서 못 먹는 것을 내가 맛있게 다 먹었더랬다. 나는 전생에 미얀마에 살았던 것일까 살짝 의문이 들었는데 이 김에 미얀마로 여행이나 한 번 가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러 나라의 음식냄새가 바람을 타고 풍기는 가운데 이국적인 전통의상을 입은 외국인들이 행사장 곳곳을 활보하는 것을 보니 국제도시가 저 멀리 인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형형색색 나비처럼 하늘거리는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성들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갈 때에는 서창이 아니라 하노이의 어느 거리 한 복판을 거니는듯 한 착각 속에 내 맘대로 빠져 보기도 하였다.
곧이어 이민자들의 춤과 노래자랑, 초등학생들의 귀여운 합창 등의 차례가 조화롭게 짜여진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꼭 완벽한 연주와 실수 없는 공연만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주변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인 줄로만 알았던 이웃들이 보여주는 비범한 재주는 멀리서 거금 들여 초대한 가수보다도 더 재미있었다.
한 여름 못지않은 가을 땡볕 속에서 축제를 즐기고 있자니 나도 이곳의 이민자들처럼 타국살이를 하던 때가 떠오른다. 모국이 아닌 나라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충분히 알고도 남는다.
모국어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고 어떤 날엔 한국 음식이 무척 그리우며 한국의 명절날이 그 곳에서는 평범한 날일 때 군중 속의 외로움을 문득문득 느꼈었다. 그럴 때면 그 곳 주민들의 친절함과 배려도 많은 위로가 되었지만 정작 내가 편안함을 느꼈던 순간들은 따로 있었다. 나를 외국인이라 차별하지 않았지만 또 외국인이라 과잉보호 하지도 않았으며 그들과 같은 의무를 지고 권리를 누리며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주민대접을 받던 순간들이었다.
특별한 눈길이 아닌 똑같은 눈길로 봐라봐 주는 것이 그들이 한국에서 적응하고 살아가는데 정작 필요한 배려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다문화 가정의 일원인데 거리를 걸어갈 때 사람들의 쳐다보는 눈들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세상에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행동에 기분 좋은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때로는 걸어가는 사람을 붙잡고 막무가내로 외국어 연습을 하자고 한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한국 사람이 길을 걸어가는데 외국인이 다짜고짜 붙잡고 한국어 연습을 하고자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비단 외국인뿐만이 아니라 한국 사람에게도 그런 실례가 되는 행동은 좀 지양해 주었으면 한다.
과도한 호기심은 조금 누르고 그래도 호기심이 넘치는 분들은 다문화 페스티벌에 적극 참여하거나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 활동을 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나는 그들에게 한국어 회화 연습 상대도 되어주고 한국어도 가르쳐 주지만 그들도 나에게 이제껏 잘 알지 못 했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문화, 음식, 기후 등을 많이 가르쳐 주어 당장 여행을 가도 길도 헤매지 않고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도 생겼다.
나의 우스운 중국어 발음에 같이 까르르 웃었던 기억, 휴대폰 속의 사진을 보며 가족 소개를 해준 덕에 지금이라도 당장 찾아가면 옆집 아줌마처럼 나를 반겨 줄 것 같은 캄보디아의 가족들, 나에게 꼭 태국 음식을 맛보여주겠다 하던 태국친구 이야기는 하도 들어서 이제는 내가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바다가 보이는 친정집이 그립다는 얘기에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고 때로는 육아의 고충, 살림9단 이야기 등등 우리들의 수다는 평범한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듯 우리 지역 곳곳에 들어와 21세기 한국 사회를 같이 살아가는 이민자들은 이제 우리 구성원의 일원이다. 그들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그들 또한 한국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지켜 가면서 도움을 줄 때도 있고 받기도 하면서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이웃이 되었다.
우리의 이웃들과 함께한 올해 다문화 페스티벌은 첫 해인데도 불구하고 천명도 넘는 방문객이 왔다니 대박 성공이다. 앞으로도 이민자들만의 찬치도 아니고 웅상시민들만의 행사도 아닌 서로를 알아가는 진정한 어울림 축제의 한마당이 되어 웅상에 거주하는 모두가 즐기는 진정한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아 가기를 기대해 본다.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7년 0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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