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도시문화연구원 /마케팅, 지역을 살리다. 천성산 이야기(12)
미타암 천연 동굴에 조성한 석굴 사원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7년 0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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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섣달그믐 추운 밤.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고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윙윙 서로 격려하며 겨울추위를 이겨내던 그 때 음력설날 전날 밤, 차례음식준비를 끝낸 어머니는 기도를 위해 미타암을 오르셨다.
연연 해마다 이어져 오던 그 행사(?)에 이따금 참여 했던 초등시절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내려 올 때는 내리막 산길이 어찌 그리도 신나던지. 이제 자유라는 해방감과 알 듯 모를 듯 그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뿌듯한 자존감이었으리라.
한 해의 마지막으로 새벽녘에 닭이 울 때 까지 잠을 자지 않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섣달그믐을 가족과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며 지성으로 밤을 새고 새해 첫날 차례 상 준비와 찾아오는 친지 맞이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던 어머니와는 차원이 달랐지만 그 시원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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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천성산 일대를 탐방하는 일정 중 미타암을 오르는 차례다. 간간이 부는 산바람은 아직도 귓가에 쌀쌀맞고, 나름 밝고 따뜻한 햇살이 비추긴 해도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서 맴돌 뿐, 탐방 길에 오른 우리 일행의 두터운 외투는 혹여 작은 바람이라도 들어 오세라 언 손으로 자꾸만 자꾸만 여미고 있다.
굽은 등 봇짐 / 조막 보시 쌀 한 줌 / 오늘도 부처님 가피 받고자 / 새벽길 여는 날 - 중략 - 할매요 / 봇짐 이리 주이소 하여도 / 내민 손사래 질치며 / 꺾인 허리 매만지시더니 먼저 가소 / 좁은 길 내주시던 할매 보살님 / 옆길 솔가지에서 쓰르라미가 화답한다 -신재화님의 미타암 가는 길 중에서-
오르는 길에 만난 할머니 한 분이 가뿐 숨을 몰아쉬며 비탈진 길에 잠시 앉으셨다. 행여나 도움이 될 까 공양미 보따리 들어 드립사 여쭈기가 무섭게 사양하신다. 그 표정이 도를 이룬 얼굴 그 자체였다.
단순히 복을 바라는 욕심에서 나오는 옹졸함이 아니라 당신의 짐은 당신이 책임지고 가겠다는 소박한 듯 결연한 책임감, 운명을 거슬리지 않고 나아가겠다는 비장함마저 묻어 나옴에 잠시 숙연해졌다.
그렇다. 미타암은 단순한 산행을 위한 관문이거나 복을 기원하는 기복의 장소만은 아닌 것이다. 646년(선덕여왕 15) 원효대사가 천성산 일대에 창건한 89암자 가운데 하나로서 천연 동굴에 인공을 가해 조성한 석굴 사원이다.
현존하는 당우(堂宇)로는 대웅전·산신각·요사채 등이 있으며, 석굴법당에는 석조아미타여래입상이 모셔져 있다. 석굴법당 앞쪽에 있던 산신각이 지금은 천성산 2봉으로 향하는 입구에 옮겨지고 석굴법당아래 대규모로 석축공사를 단단히 하여 비바람을 피해 기도를 할 수 있도록 훌륭하게 정비해 놓았다.
이는 직전 주지로 계시던 산옹스님께서 수년에 걸쳐 불사를 이룬 것이다. 주지로 계시는 동안 우리 지역의 문화자산을 정비하고 잘 보존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해 주신 산옹스님의 불력에 지면으로나마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석굴 내부에 봉안된 아미타불(阿彌陀佛)은 신라 문성왕의 왕후가 병을 앓게 되자, 석굴에 부처님을 모시고 불공을 드리면 병을 나을 수 있다 하여 봉안하게 되었다는 일화를 지니고 있다.
이 불상은 719년에 조성된 국보 제82호 감산사석조아미타불입상(甘山寺石造阿彌陀佛立像)과 여러모로 닮아 있어 주목받고 있으며, 남북국시대(통일신라시대)의 뛰어난 석조예술로 평가되어 국가문화재 보물 제998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미타굴은 “양산의 석굴암”이라 불려 지기도 하는데 석굴의 입구는 동쪽을 바라 보고 뚫려져, 아침 해가 떠오를 때면 아미타불은 밝은 햇살을 듬뿍 받게 되는데 이것은 경주 석굴암의 경우와 같다.
현재 주지로 계시는 명천스님께서는 “미타암은 화엄경을 설하셨던 원효대사를 비롯하여 무수한 고승대덕 스님들의 구도와 사부대중들의 기도로 숱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인터넷, PC, 스마트 폰 등 최첨단 초고속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2500년 전 부처님께서 설하신 범망경을 통해서 현시대의 네트워크를 살펴 볼 수 있음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와 생활방식을 뛰어 넘는 진리 속에 양산도시문화연구원이 추진하고 있는 천성산 탐방을 위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들이 의미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21세기는 문화가 세상을 바꾸고 문화가 세상을 주도해 가는 시대이다. 문화자산의 보존유지와 세대 간 문화공유를 위한 작업에 벽돌 한 장 쌓고 하산하는 발걸음이 유독 신이 나고 즐거운 까닭은 어릴 적 추억 때문만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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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 윤 영 양산도시문화연구원 대표 제5대 양산시의원 역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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