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읽기/등뼈
이 기 영 시인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 입력 : 2017년 07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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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빠진 바다에 와서야 바다도
등뼈를 가졌다는 걸 알았다.
저 등으로 져 나른 물길이 어디 한두 해였을까.
들고 나는 모든 목숨이 저 등을 밟고 왔겠지.
< 김인애의 디카시 읽기 >
왜 그렇지 않던가. 어떤 것이 완연함을 드러내기 전까지 우리는 그 오롯한 실체를 바로 알지 못하게 되지 않던가. 물이 빠진 연후에야 시인이 바다의 등뼈를 낱낱이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나도 그랬다. 바다를 팽팽히 서 있게 하는 등뼈가 수평선 이 끝과 저 끝 어디쯤 존재하는 줄 알았다. 때때로 광풍이 휘몰아쳐 사람의 땅을 집어삼키라 충동질할 때도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함부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바다는 그 등뼈를 곧추세워 자신의 금도를 지켜냈을 것이라 여겼었다.
시인의 마음을 따라 이제 나도 바다의 등뼈가 수면 위가 아닌 저 깊은 데, 바다의 바닥을 받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 등으로 수많은 물길을 져 날랐음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목숨들이 그 등뼈를 저며 밟고 나들었음도 알았다.
아버지의 휘어진 등뼈가 우리의 꽃길을 닦으셨고, 어머니의 굽어진 등뼈가 우리의 꿈길을 여셨음을, 아버지, 어머니의 등뼈를 밟고서 도움닫기 하였기에 우리의 등뼈가 곧게 세워질 수 있었음도 알았다. |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  입력 : 2017년 07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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