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상의 역사를 말하다(38)-2부
평범한 이웃 아줌마의 생활모습 "많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겠다고 날마다 다짐"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7년 06월 26일
할머니의 장손자 사촌시숙(시백부님의 아들) 내외분이 자녀를 보지 못해 장손이 대가 끊기면 절대 안된다하시며, 양자로 대를 이어가게 해야한다며 우리가 낳은 아들을 입양할 것을 시할머니 시백부님 시아버지께서 우리 부부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당신들 멋대로 협의하여 어른들이 결정한 일이니 따라야 한다며 일방적 통고만 했다.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어른들 명을 거역할 수도 없고 본인이 장성하여 군에 갈 즈음에 본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양자를 보내기로 우리 부부는 의논을 했는데 시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 마음이 흔들릴까봐 그런지 양자로 보내 장손의 대를 잇게 해야만 당신네들이 저승에 가 조상님을 대할 면목이 있다는 말씀을 자주하셨다.
둘째가 간지 1년이 지난쯤 셋째를 임신하게 되었다. 배가 만삭이 되어오니 사촌동서께서 양자로 줄 것 같으면 태어난 즉시 데리고 가 키우게 해달라고 사정을 하기에 자녀를 두지 못하는 형님에게 측은지심도 생기고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가보고 우리집에도 맘껏 왔다 갔다 하며 안되겠나 형님과 협력해 애기를 키우자“ 라고 하며 태어난 지 6일 되는 날 형님이 애기를 데리고 갔다. 환장하고 미친다는 말이 그런 순간에 사용되는 말이란 걸 느꼈다.
더 나를 슬프게 한 일은 시동생들이 아무도 눈물 한방울 흘리는 사람이 없는데 철없는 여섯 살난 아들은 기둥을 붙들고 어찌나 슬프게 몇 시간을 우는지 한 다리가 천리란 말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가 하늘나라로 가고는 남편이 정신을 못차려 허우적거렸는데 셋째를 큰댁에 보내고는 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해 남편은 어쩔 줄 몰라하며 온갖 고생을 다했다.
정신병원 입원치료도 받고 오랫동안 우울증세에 시달리며 치료를 받았다. 애기를 같이 키우고 보고 싶을 때 보면 되지 했던 생각은 너무나도 착각이었고 우리 부부에게는 죽어도 아물지 않을 너무나도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둘째가 하늘나라도 가지 않고 셋째가 큰댁에 가지 않았다면 막내인 딸은 태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막내딸이 태어나니 너무 좋았다. 남편도 좋아 어쩔줄 몰라했다. 외모도 예쁘기도 했지만 예쁜 행동을 하며 자라기도 하고 자식 둘로 인해 너무 큰 상처를 입은 우리 부부는 딸을 금이야 옥이야 하며 귀하게 길렀다.
친정엄마가 우리의 결혼을 그토록 심하게 반대하며 원망도 많이 했지만 딸을 키우고 있는 지금에서야 엄마의 그 심정을 조금은 헤아릴 것 같다.
남편을 닮아 시누이 시동생들이 하나같이 착하디착했지만 어리아이들이 다르다면 얼마나 달랐겠는가. 먹는 것이며 입는 것이며 학비 문제로 나날이 급급하다 보니 내 즐거움은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기도할 시간이 있을 때면 항시 세월이 빨리가서 나를 빨리 늙은이로 만들어 주십사 하고 기도했다. 처녀때 뚱뚱해서 60kg이나 나가던 체중이 44kg으로 줄었다. 정말 모든걸 포기해 버리고 싶었던 때가 너무 많았지만 어떤 투정을 해도 질책 한 번 하지 않고 안쓰러워하고 미안해하던 남편이 있었어 지탱할 수 있었다.
남편은 누구도 남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을 살고 있을 따름인데 아무것도 대단해 할 것 없고 원망하고 불평하면 할수록 자신만 비참한 처지가 된다고 했다.
먹는 것 자는 것 쉬는 것에 관심도 가지지 않고 마을에서 가장 이른 새벽에 일어나 들에 나가고 들에서 가장 늦게 귀가하여 밤을 세워 책과 싸우는 일 말고는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같은 사람 내가 짜증을 부릴때 미안해 하고 안타까워 어쩔줄 몰라 할 때가 아니고는 언제나 웃는 얼굴이며 당신 기분이 좋다면 나는 무조건 좋아하는 남편, 나에게 어떤 구속을 가하지 않고도 나의 말문을 막고 가슴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린 남편의 힘에 이끌려 이제까지 살고 있는지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어떤 모습이냐고 천번만번 물어도 당신이 살고 있는 모습이야 세상에 가장 미인이 누구냐고 물어도 당연히 당신이지 나는 당신을 내 아내로 맞이해야지 하는 다짐을 한 순간을 당신이 중학교 다닐 때부터였고 그 다짐이 이루어졌는데 하며 나를 부를때 왕비마마라고 불러 내가 그토록 잘난 사람이며, 미인이고 최고라는 착각속에 살아왔는데 나만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산 것이 아니고 가난한 우리 농촌 아낙들은 다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는 걸 깨우치게 되었다.
사회적 지위도 갖추지 못하고 열심히 살아 왔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라고는 없는 젊은 농사꾼에 불과한 남편에게 결혼을 앞둔 이웃 젊은이들이 종종 주례부탁을 한다. 나이도 젊고 주례 설 인품이 되지 못한다고 극구 사양을 해도 형님 형수님은 아주 성공된 삶을 사신 분들이고 존경받을만한 분입니다 하고 간곡하게 요청해와 주례를 여러차례 맡았었고 지금도 몇쌍 주례가 예약되어 있다. 남편이 처음 주례를 맡은 것은 서른아홉에 주례를 맡았다.
젊고 명예도 가지지 못한 내 남편이 주례 부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그토록 어려웠던 지난 환경이 우리 부부를 성숙케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어느 누구도 어려운 여건에 처하길 희망하는 이는 없겠지만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선택된 그 순간들이 신의 축복에 의한 것이라 생각하고 우리 부부는 감사하고 있다.
남편이 주례가 있는 날 그 예식장에는 어떤일 있어도 나를 참석치 못하게 한다.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하고 싶은 말을 맘껏 할 수 있지만 내가 있으면 주눅이 들어 백지상태가 되어 버린다고 한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남편이 주례서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평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자기 아내의 생활하는 모습이라 하던 그이가 가난하고 평범한 소시민들의 애환이 담긴 생활자체가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충격이었고 공감하고 감동을 했다. 밭에서 뽑아온 채소를 내일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하여 밤세워 다듬고 계시는 엄마의 모습이 아름답다 했다.
혹한의 추위에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 이른 새벽에 길거리를 열심히 쓸고 있는 미화원의 모습이 버스정류장에서 시장바구니 들고 좌석버스 몇 대를 보내고 입석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아주머니의 모습이(당시는 좌석버스와 입석버스의 요금 차이가 많이남) 병고에 시달리는 환자와 아픔을 같이 나누고자 애쓰며 밤새워 환자를 돌보는 간병사의 모습이 얄팍한 월급봉투를 받을 지라도 직장이 있음에 감사하고 내 직장이 날로 번성하길 기원하며 맡은바 직분의 도리를 다하고 저 하는 모습들이 모두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했다.
이런 모습은 가난한 소시민들이 내 사랑하는 가족의 생존과 생계를 지키기 위한 본능적 책임감에 의한 것이며, “나의 처지는 어찌되어도 좋다 슬프고 고달프고 무시당해도 짓밟혀도 생명에 위협을 느껴도 좋다”는 사랑과 봉사와 희생의 바탕에서 생활화된 위대하고 거룩하고 숭고한 모습이라 했다. 좋은 남편은 자기 아내를 좋은 아내로 다듬고 좋은 모습으로 볼 수 있는 남편이고 좋은 아내는 좋은 남편을 만들고 볼 줄 아는 아내란다.
세상을 같이 살고 있는 주변 분들이 때에 따라 부담을 준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등교하는 자녀에게 도시락을 싸줄 형편이 되지 못하는 이웃도 이런 사정을 면해 보겠다고 열심히 사는 모습이 당사자 가족의 평온만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아니라 나아가서는 사회와 나의 행복을 지켜주는 분들이다. 나는 진수성찬에 배불리 먹을지라도 담 넘어 이웃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내 마음이 허기지지 않는다면 그도 사람이랄 수 있을까.
나는 지금도 농사를 짓고 있으며 여자의 몸으로 하기에는 거칠고 힘에 부치는 너무나도 서민적인 떡방앗간을 경영하는 주인아줌마다. 반만년 동안 민족의 혼이 담겨 있고 우리 농민들의 땀이 어려 있는 우리 농산물을 고집하면서 이웃들이 기쁜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 나의 정성을 다해 떡을 만들어 제공한다.
오늘 새벽2시 일어나 떡방앗간에서 조금 전까지 일하다 이글을 쓰고 있다. 내일도 새벽3시에 일어나야 하지만 지난날 내일이 밝아오는 것이 달갑지 않던 내가 지금은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고 이런 이웃들과 어울려 사는 참 좋은 세상에 나는 살고 있다.
그리고 더 오랜 세월동안 이 세상에 머물면서 많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겠다고 날마다 다짐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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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극수 시인 (현)양산문화원 이사 양산시 향토문화연구회 감사 웅상의 발자취 편집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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