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지역을 살리다! 천성산 이야기(7)
은수(銀水)고개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7년 0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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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답지 않게 푸근한 날씨다. 동양산지역에서 발행하는 웅상신문에 ‘양산도시문화연구원’에서 「마케팅, 지역을 살리다」라는 명제로 천성산 이야기 연재를 하고 있다.
오늘은 은수(銀水)고개를 거쳐 천성산 제2봉(비로봉)으로 탐방 산행을 한다. replica watches
Rolex Replica Watches 평산동 유앤아이 아파트 절개지 옆 임도를 들머리로 잡아 오른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잘려나가 수직의 절개지가 된 자리, 예전의 이름은 ‘소 모다 만디(소를 모아들인 언덕 높은 곳)’이다. 웅상 지역이 개발되기 전, 농경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을 때 이야기다.
새벽 이르게 밭 갈고 논 써레질 마친 소를 농부는 천성산 숲 속에 풀어 놓아, 요즘 말 그대로 자율급식(?)을 즐기도록 했다. 해거름이면 동네 사람들이 숲에 들어가 소를 불러 모아들였던 ‘소 모다 만디’의 그 목가적 풍경은 이제 기억에서 사라져 아련한 일이 되었다. 지금도 그 길을 오를 때 ‘소 모다 만디’를 떠올리면 어딘가에서 워낭을 떨렁이며 ‘음머~’ 하는 소 울음소리 가 들리는 듯하다.
너와너와 너와너와/ 우리야 큰 암쇠/ 우리야 작은 암쇠/ 우리 날만 졸졸 따라온나/ 너와 우리야 횃대뿔이 오각뿔이/ 날만 졸졸 따러라/ 너와너와 우리야 깐난이/ 날 따라온나 너와너와 너와// 여와여와 우리 큰 암쇠/ 여와여와 오각뿔이여 자각뿔이여/ 횃대뿔이여 곤두뿔이여/ 여와여와 우리 송아지/ 여어어 먹으나 굶으나/ 니 에미만 따라라/ 저짝 근네 소는 배고프고/ 우리 소는 배 불러라/ … (중략) - 구전되어 오는「소 부르는 소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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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 모다 만디’를 지나면 곧바로 평산동 일부가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계곡물 집수 탱크가 있다. 재미있게도 본 동네 사람들은 ‘물창고’라 이름한다. 정감 가는 이름이다.
길의 오른쪽 구릉에는 산속에서 땔감 나무를 하다 지친, 나무꾼의 허기와 더위를 달래 주던 옹달샘인 ‘찬샘’이 있다. 지금은 ‘참샘’으로 불리고 있지만, 여전히 산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청량제가 되고 가까운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약수터로 이용되고 있다.
참샘 약수터를 지나 임도를 걸어 오르면 등잔산(451m)과 천성산 사이, 잘록한 부분을 지나게 된다. 그 잘록한 부분의 옛 지명이 ‘떡방아 모가지’다. 지금이야 위성지도로 쉽게 확인될 터이지만, 그 옛날 눈으로만 지형을 읽고 붙인 이름들이 어찌 그리 정확한지 참으로 옛 선조들의 식견에 고개가 숙여진다.
산을 우러르면/ 산만 우러러지지 않는다/산의 미덕은/ 산으로만 정의되지 않는 것이다/ 하늘을 함께 우러르게 하는/ 산의 넉넉함으로서야/ 산의 미덕은 비로소 정의 되어지는 것인 게다. - 김동현 시집『 이수씨개꽃 』의 시「 산의 미덕 」전문
어느 산 어느 능선이 그러하지 않으랴마는, 천성산의 산마루금은 장쾌하다. 산 하나가 온통 통일 신라 고승 원효의 발자취와 설화가 얽혀 있는 곳이 아니던가. 천 명의 제자에게 전하던 화엄의 설법이 산등성을 넘어, 스치는 바람결에 들려올 것만 같다.
은수고개 역시 옛 이름을 가지고 있다. 비네매기(비녀목)이다. 천성산 정상 원효봉이 있는 능선과 2봉 비로봉이 있는 능선 이음이 은수고개에서 잘록해진다. 그 지형이 비녀목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되기 전, 은수고개는 천성산 서쪽 너머에 터전을 잡고 살던 사람들이 동쪽 바닷가를 오가는 길이었다.
산에서 난 약초 혹은 귀한 임산물을 가져다 바닷가 사람에게 내다 팔았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도 등짐 보따리에 산마을에서 귀한 해산물을 구해 오지 않았을까. 그 오가는 길, 숨찬 가풀막을 넘어 만나는 쉼터가 비네매기(은수고개)였다. 삶을 위해 오가던 길에 쉼터가 되었던 은수고개가 지금은 생활의 여유를 즐기려는 등산객들의 쉼터가 되었다.
울산지역 상수원 중 하나인 회야강의 시원 또한 은수고개이다. 이곳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아영골을 흘러내리다가 무지개폭포 계곡의 물줄기와 어우러져 땅을 풍요롭게 만들고,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넉넉하게 하는 것이다.
은수고개, 그곳에 가면 한 번쯤 나지막이 구푸려, 오래전 비네매기를 오가던 옛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삶의 무게 실린 등짐 잠시 벗고 곰방대 한 모금으로 수심을 씻어내던 순박한 이들을 만나보자.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면 화엄의 향기를 머금은 설법이 되어, 가슴에 와 닿지 않겠는가.
시인 강명숙 2016년 『문예운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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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7년 0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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