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야(正也)의 길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11월 24일
 |  | | ↑↑ 소설가 김서련 | ⓒ 웅상뉴스(웅상신문) | “나는 좋은 국왕이 되려고 노력할 것이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뒤를 이은 왕이 계속 좋은 왕이 될 거라는 보장을 할 수가 없기에 나는 모든 권력을 포기하고 민주주의를 시행하여 국민들에게서 그 권력이 나오도록 하고 싶다.”
히말라야 산중에 있는 부탄의 추크 국왕이 한 말이다. 그는 옥스퍼드대 정치학 학,석사과정을 받았고 28세 때 제5대 왕위를 이어받았다. 왕위를 이어받은 그는 면밀한 준비 작업 끝에 2008년 의회선거를 치루었고 부탄을 입헌군주제로 만들었다.
국민들이 원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국민들은 왕을 원했고 불편해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국민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국민으로부터 권력이 나올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는 것.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있을 때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그의 마음가짐이 지금 부탄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물질적으론 궁핍하지만 마음은 행복하다. 거리는 청결하고 사람들은 겸손하고 친절하다. 그들은 정부가 부탄을 균형잡힌 나라로 발전시켜 갈 것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정부는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도 조사요원을 훈련하여 깊은 오지까지 빠짐없이 조사를 하고 조사에 응하는 사람에게는 하루 최저임금에 준하는 사례비를 줄 정도로 국민들을 챙긴다. 그런 진정성이 있는 이상 부탄은 매우 희망적인 나라다. 담양의 소쇄원은 한국에서 최고의 정원이다. 왜 그런 소리를 하나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 그보다 더 마땅한 말도 없겠다 싶었다.
물 맑은 소리 깨끗한 소리로 가득 채워진 소쇄원은물이 흐르면 그대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나무가 있으면 있는 대로 최대한 지형에 맞추어서 만들어져 있었다.
자연의 순리대로 만들어진 정원이었다. 물길을 막지 않도록 만들어진 담장도 물이 빠르게 흐르지 않도록 적당히 배치해 놓은 돌도 자연의 지형에 맞춰 올려놓은 건축물도 그 어느 것 하나 자연의 순리를 어기는 것은 없었다. 수백 년 그대로 보존된 정원의 정원은 겸손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하야하라’ ‘퇴진하라’ 쥬디스 백화점 앞에서 구호를 외치면서 소쇄처사 양산보의 정원인 소쇄원을 떠올렸다. 양산보는 스승인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사사되자 평생 벼슬길을 나가지 않고 소쇄원을 조성하여 뜻이 통하는 벗들을 모아 시를 짓고 학문을 익히는데 평생을 바쳤다.
<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란 말이 있다. 날이 저물어가는 어느 날, 공자는 승모라는 마을에 가게 되었는데, 마을 이름을 듣고는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또 도천이라는 샘 옆을 지나게 되었을 때도 목이 말랐지만 그 샘물을 떠먹지 않았다. 승모는 어머니를 이긴다는 뜻이므로 자식의 도리가 아니고 도천은 도둑의 샘이므로 떠먹을 수 없다는 거였다.
또한 공자는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는 계강자의 질문에 ‘정치는 정야 (正也)’라고 했다. 즉 정치는 바로잡는 것이다. 바른 것을 쫒는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느냐고 했다. 가을의 절정을 이룬 11월의 주말. 100만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길을 걸었다. 대중매체는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점령했고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부탄의 국왕이 소쇄원이 공자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겸손하게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 물 흐르는 대로 가는 것. 길이 아니면 애초에 가지 않는 것. 촛불집회에 참가한 한 시민이 말했다. “이십 대엔 도서관에 박혀 공부하고 취직준비 하느라 거리에 나서지 못했다. 결혼해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동동거리며 뛰어다니느라 시간도 없었지만 정치인들이 하는 짓이 마음에 안 들어 외면했는데, 오늘 이렇게 집회에 참가하니 정말 가슴이 벅차다.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그때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한 것 때문에 늘 마음 한구석이 그랬는데, 지금이라도 사람들과 함께 해서 다행이다. 우리 시민이 한 마음이 되어 나라를 제대로 바꿔 놓았으면 좋겠다. 이제라도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려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역사를 바꾸자. 그는 피켓을 높이 들고 구호를 외쳤다. 사람들이 행진하고 있는 거리를 바라보는데, 붉고 노랗게 물이 든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홀연 스산한 바람이 가슴을 스친다. |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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