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지역을 살리다|천성산 이야기(1)
살풋, 가을이 내려 앉는 법기수원지 일제 강점기때 댐 건설, 한 폭 그림과 詩(시) 연출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11월 03일
|  | | ↑↑ 법기수원지 히말라시다 숲 | ⓒ 웅상뉴스 | |
새에도 / 애설 피 웃는 꽃잎에게도 /허리 굽혀 눈 맞춰가며 / 팔랑거리는 햇살과 / 바람과 구름과 / 나무들의 슬픈 가슴을 만나리 / 숲속의 길들은 / 고단한 일상을 위무 할 것이니 / 휘어진 가지마다 / 그리움 한 잎씩 걸어놓고 / 길 떠나리. -김백의 가을 편지 중에서-
우리는 늘 길 위에서 길을 만나고 길 위에서 사유한다.
프로이드의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처럼 우리는 길 위에서 미래의 불안정에 대한 치유를 꿈꾸는 것이다 .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미지의 길은 언제 걸어도 흥미롭다.
가을빛은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 곁에 소리 없이 다가온다. 지난 토요일, 가을 길 나섰다. 김정호 시인을 비롯, 양산도시문화연구소 황윤영 소장, 또 한 분의 전직 교장선생님, 우리 일행은 가을이 내려앉기 시작한 법기수원지를 찾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마을 입구에서 부터 즐비하게 늘어선 차들로 조금 복잡했다. 점심시간이 스치는 오후 1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일행의 발길은 수원지 입구 국수집부터 먼저 들어선다. 푸짐한 잔치국수 한 사발씩, 노릇노릇 잘 구워진 파전, 그리고 동동주가 먹음직하게 한 상 가득 나왔다. 소문대로 일품이다. 주고받는 술잔 속에 가을꽃 피고 지고 …….
관리원 두 분이 장승처럼 수원지 정문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입장은 무료. 불과 몇 발자국 숲으로 들여놓았을 뿐인데 아 !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하늘을 찌를 듯 아름드리 키 큰 히말라시다 나무들이 그 큰 품속으로 우리 일행을 확 안아 버린다. 동동주 한 잔에 얼큰해진 발길이 숲의 향기에 취해 더 없이 가뿐하다.
지난번 불어 닥친 태풍 차바는 이곳에도 상흔을 남기고 갔다. 지금까지 숲을 지켜오던 90살 된 히말리시다 덩치 큰 나무들을 6그루나 쓰러뜨렸다. 베어낸 자국으로 볼 때 어른 두 사람이 양팔로 안을 수 있는 둘레의 크기다. 베어낸 상처에서 피톤치드 향이 진동했다. 나무는 죽어 사라져도 그 혼은 떠나지 못하고 숲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  | | ⓒ 웅상뉴스 | |
숲속의 나뭇잎들은 이미 먼길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떨어지는 나뭇잎도 / 뜨거운 사랑 있다는 거 / 비 온 뒤에야 안다 / 우산을 접어들고 호젓이 / 호젓이 가을 길 걷다가 / 눈물 머금은 나뭇잎 보라 / 바스락 거리는 한 줌 생 말아 쥐고 / 시퍼렇던 한 시절 있었노라 며 / 손바닥 힘줄 다시 세우는 ……. - 가을편지 부분
수원지 둑으로 오르는 길은 하늘 길이라 부르는 124 돌계단의 사선길과 나무계단 길 두 코스가 있다, 우리는 데크길을 택했다.
둑에 오르자 산책 나온 가족들처럼 물오리들이 평화롭게 노니는 수원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미 가을은 물위에도 살픗살픗 내려앉고 있었다.
법기수원지 둑에 서 있는 반송 7형제는 가히 명품 중 명품이다. 아름다운 호수위에 그윽이 떠 있는 한 폭 동양화다. 안개 자욱한 날 다시 찾고 싶은 풍광이다.
댐 건설당시 이미 50년 된 소나무를 20명의 장정들이 옮겨 심었다 한다. 지금 130살이 넘은 셈이다. 수십 개의 줄기가 부채꼴 모양으로 사계의 늘푸름을 자랑하고 있다. 둑길을 건너가려면 이 소나무 밑을 허리 낮게 굽히고 경배하듯 지나가야 한다. 댐 오른쪽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취수탑이 있다.
그리 길지 않은 둑길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반송, 고요한 호수에 일렁이는 산 그림자 , 한가로이 떠다니는 물새들, 한 폭 그림과 詩다.
법기수원지는 일제 강점기인 1927년부터 5년간에 걸쳐 건설한 식수전용 토연제 (흙으로 쌓은 둑) 댐이다.
일본인들은 밤이면 반딧불이가 불을 밝히고 원앙새가 울던 이 곳 청정 계곡에 대대로 살던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댐을 건설한 것이다. 이곳의 물은 지금까지 하루 8천여 톤씩 부산지역 주민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현재 양산 특히 천성산 동쪽 기슭을 끼고 시가가 발달된 웅상지역은 낙동강 물을 공급받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  | | ⓒ 웅상뉴스 | |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은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그 주인이 되는 법인데 법기수원지 천혜의 맑은 물은 타 지역에 내어 주고 멀리 수질 나쁜 낙동강 물을 끌어다 먹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1960대 부산 군수기지 사령관으로 있던 박정희 대통령이 이 수원지에 찾아와서 낚싯대를 드리고 우고 휴식을 취했으며 지금의 일본 아키히토 천황의 사촌인 타카마도노미야 황족 부부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부산에 왔다가 이곳에 와서 쉬어 가기도 했다 한다.
양산시와 부산시는 2013년 이곳을 일반에 개방했다. 댐건설이후 80년 가까이 감춰진 비경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비록 일제가 건설했지만 댐 건설에 강제 동원되었던 선인들을 기리고 근대화의 격랑 속에서 온갖 풍상을 겪어 온 근대문화유산을 아끼고 역사적 교훈으로 삼는 다는 취지에서 빗장을 푼 것이다.
천성산 누리길은 법기 마을 입구 주차장과 수원지 전망대 두 곳에서 시작된다. 1코스 숲속의 노래길과 2코스 계곡의 노래 길로 무지개 폭포입구 장흥마을 까지 5.11km 의 안락한 누리길이 이어진다.
|  | | ↑↑ 시인 김백 | ⓒ 웅상뉴스 | | |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1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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