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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그림이 되고, 그림은 깨달음이 되어야 한다

원암 장영주
한민족역사문화공원 원장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6월 27일
천경자 화백과 이우환 화백의 그림들에 가짜 시비가 붙었다. 이우환 화백은 13점의 위작(僞作) 시비가 붙은 그림이 모두 자기가 그림으로 ‘진품’이라고 주장한다.

천경자 화백은 자신의 그림 ‘미인도’에 위작 시비가 붙자 '자기가 낳은 자식을 자기가 몰라보겠냐?'며 강력하게 자기의 그림이 아니라고 말하였다. 소장자 측에서는 진품이 틀림없다고 주장한다. 와중에 자기가 가짜 미인도를 ‘직접 그렸다, 아니다’라는 위작 주장자의 헷갈리는 고백이 있는 등 시비는 계속 일었다. 천경자 화백은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타국에서 돌아가셨다. 개인적인 비극을 넘어 국가, 인류적인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대신 작품을 그려주는 대작(代作) 시비도 일고 있다. 최근 한 유명가수가 인기 화가를 겸하다가 사기죄로 고발당하였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정상의 가수이자 화가, 저술가, 방송인으로 재능을 마음껏 구가하는 인기인이다. '겸손은 힘들다'면서 자유분방한 언행으로 세간의 이목을 한껏 누려오기도 했다.

얼마 전부터는 ‘아이디어가 기발하다’는 평을 들으면서 화투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개인전을 자주 열었다. 이제는 자신을 스스로 화가이자 가수인 '화수(畵手)’라 부르며 점차 화투 작품은 고가로 팔려나가기 시작하였다. 그 가격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정상급 전문 화가와 같다고 한다. 그는 그림이 잘 팔려나가자 시간이 부족한지, 능력이 부족함을 느꼈는지, 전문 화가를 고용하여 그림을 대신 그리도록 한다. 그러다 문제가 불거지니 소위 '대작 사건'이다. 그는 대필이 화단의 관행이라고 항변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고 미술계의 공분을 자아냈다. 작품이 팔릴 정도의 전문 화가에게는 자신의 작업이 인류문화의 내밀하고 근원적인 골간에 닿아있다는 성찰이 필요하다. 그와 대필화가는 그 점을 몰랐거나 소홀히 하였다.

△ '비상' (수채, 종이) 원암 장영주 작.
'그리움'은 ‘그림’이고, ‘그림’은 ‘그리움' 이다. ‘그림’은 인류가 꼭 기억하고 싶은 것을 땅이나 바위에 '긋는 행위'로 시작되었다. ‘긋는 행위’는 수많은 공간과 세대를 넘어 그림과 글로 진화하여 인류문화의 꽃이 된다. 잊을 수 없는 것은 오직 ‘그리움’으로 남는 법. 인류는 ‘그리움’을 ‘그림’으로 기억하고, ‘그림’으로 소망하고, ‘그림’으로 이루기 시작한다. 오직 그 길을 끝까지 가기 위해 고독과 궁핍과 절망 속에서도 자화상을 그리듯이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화가가 곧 ‘진정한 화가’이고 ‘전문화가'이다. 음악과 시는 20대에 최고의 작품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세월과 함께 익어가야 하는 그림만은 그렇지 않다. 그러기에 서양에서도 유독 그림 그리는 사람을 '기술자(artist)’가 아닌 ‘화가(Fine artist)’라고 한다.

일본은 40대가 되어야 비로소 신인으로 등단하고 화가의 대열에 동참할 수 있다. 신인으로서 치열한 고뇌의 시간이 지나고 삶의 그리움을 모두 체험하고 갈증을 넘어서면 한 명의 ‘화가’가 된다. 그가 자신을 채찍질하여 더 깊고, 높게 나아가 ‘생명수’와 ‘희망’을 길어 나누어 줄 수 있다면 가히 ‘화백(畵伯)’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 언감생심 화백의 칭호는 50대, 60대에도 과분한 것이다.

사람에게 두 눈이 있듯이 전문 화가는 두 가지 기능을 겸비해야 한다. 하나는 그림을 그려내는 자신만의 생명의 리듬을 표현하는 ‘육체적인 기능’이요, 다른 하나는 주제로부터 일관되게 ‘내가 누구인가’를 추출해내는 ‘사유기능’이다. 진정한 화가는 연약한 나무뿌리가 그리운 수맥을 찾아 바위를 뚫고 나가듯이 생명을 걸고 외길을 파고든다. 그의 ‘그리움’은 결국 청량한 수맥을 찾아내고, 그 물로 자신과 주변의 갈증을 풀어 줄 것이다. 진정한 화가는 진정한 관객과 함께 성장한다.

참된 예술을 향유하려는 관객도 자칭 ’셀프 화가’들을 냉정하게 가려내야 한다. ‘이름’이 아닌 간절한 그리움이 깃들어 있는 ‘그림’으로 승부하는 화가를 격려해 주어야 한다. ‘그리움’은 알파고로부터 인류가 지켜내야 할 ‘마지막 영역’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는 있다. 그러나 누구나 화가가 될 수는 없다."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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