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만 직업인가?
학림 수월사 주지스님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5월 16일
내가 사는 우리 웅상은 참 복 받은 동네다. 1000명의 성인이 나온다는 천성산을 주산으로 하고 동네 이름도 덕이 넘치는 덕계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디 사느냐고 물으면 앞으로 999명의 성인이 더 나올 덕계보다는 강남 산다고 한다. 실제로 한강의 남쪽에 살기도 하지만, 그러면 강남 어디냐고 감동 먹고 한 번 더 물어보니까!
어쩌다 우리나라가 덕보다는 돈이 먼저인 시절이 왔는지 많이 아프다. 나는 원효대사 같은 성인 만남이 주제였는데, 어느새 돈으로 바뀌었다. “자식들이 공무원 시험을 보는데 이번에는 꼭 합격하게 해 달라”는 사람들을 주로 상담하기 때문이다. 나는 보통 100:1의 공무원 시험은 로또의 확률로 본다. 그래서 자식을 위해서 빌고 또 비는 부모 심정에 대못 하나를 박는다. 공무원 말고 아는 직업이 없습니까? 라고.
시퍼런 해고 칼바람이 갑툭튀하는 심쿵시대에, 공무원은 죽이는 직업이다. 우선 정년이 보장되고 빨간 날 아니라도 또 논다. 으례 당연히 갑질을 하고, 업무 실명도 적고, 시간만 지나면 월급보다 더 번다. 그래서 순하고 잘 외우고 상사 시다바리 잘하는 사람이 공무원되는 것을 나는 매우 반대한다. 이건 민족의 필망이다. 알파고와 맞서야 하는 의무를 가진 공직자는 영혼이 펄펄 살아서 희망을 폭발시키지 못하면, 민초들이 자살 말고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에는 꼭 공무원 합격”을 꺼내면, 그저 웃는다. 공무원(公務員)을 다른 것 할 것 없어서 대충하려는 공무원(空無員)쯤으로 여겨서이다.
나는 부처님에 훅 했다. 팔자는 출생 아닌 성격이며 내가 뿌려서 내가 거둔다에 반했다. 그래서 열심히 재미있게 산다. 이 얼마나 좋은가.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데, 애벌레가 날개를 다는데, 어찌 신나고 즐겁고 멋지지 않은가. 하루가 짧고 할 일 넘쳐서 유에프씨도 생방을 못보고 즐겨찾기로 졸면서 본다.
나는 나에게 물었다. 너 다시 태어나면 공무원 할거냐고, 답은 바로 나왔다. 왜정 때 순사질 같은 공직자는 핼조선을 만든다고. 이 세상 널린 게 돈이고 기회인데, 그저 먹고 살기 안전한 공무원이 최고라는 세월은 비극이다. 창의와 자유와 기술을 천박하게 여기고, 의무와 책임과 공정을 제 사리사욕에 우선하는 죽은 사회에 뭘 기대하겠는가! 지위를 이용한 등 처먹기, 비리와 꼼수를 당연하고, 빽으로 용이 되는 국가가 있다면, 거긴 절망이다. 나라가 부자편에 서고, 서민을 상대로 영업 행위를 일삼고, 영혼 없는 피라미드가 형성되어 상관에 충성하고, 주인에게 교묘하고 더럽게 양아치 짓을 하는 나라가 있다면 거긴 자살공화국이다.
어마 무시한 기계인간 알파고가 오는 21세기다. 속담도 변했다. 중이 제 머리 깎는다. 전등밑이 더 밝다. 공무원만 직업인가? 전지현보다 예쁘고 송중기보다 잘 난 청춘들이 왜 공무원만 되려고 하는가! 세계 어디에 내 놔도 뛰어난 미모와 지성과 단기 4349년의 당당한 역사를 가진 이 엄청난 보물들이, 왜 외우기만 잘 하면 되는 공무원에 청춘을 거는가.
먹고 살 것 많다. 온 세상에 돈 아닌 게 무엇인가. 생각을 바꿔야 인생이 수월하다. 내 기쁜 것, 남 안하는 것 찾아라.
묻고 싶을 것이다. 잘난 너 부자냐고. 그래 나 빚없다. 강남 산다. 부동산은 독도 대마도가 우리 땅이다. 그리고 한걸음 더 들어가자, 난 돈 없으면 쓸 생각 안 한다. 확실한 하나 더, 어떤 녀석이 나 장동건 급이라고 아들 한댔다. 재산도 적은 이보다는 많다. 나 진짜 부자다, 어쩔.
실업자는 산더미고 알파고는 총알이다. 이 엄청난 시장을 보라. 엉뚱한 것, 나만 내는 기쁨이 답이다. 로또 당첨 같은 공무원만 직업인가. 청춘, 아 하다 보면 어 한다. 아직 100세 인생 보장 안 된다. 사랑만 하기에도 짧은 세월이다. 더 웃으면 다 풀린다. 핼조선은 우연일까! 불기 2560년 부처님 오신날 수월사 주지 학림 두손 모으다. |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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