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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판 신명나게 춤 추실래요?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3월 03일
ⓒ 웅상뉴스
‘막춤이란 닥치는 대로 몸을 나부대는 것이 아니라, 필생의 시간을 그려내는 마지막 동작이구나 싶다’

얼마 전 폐북에서 읽은 문인수 시집 '배꼽' 중 '막춤'의 한 구절에 오래 눈길을 던진다. 그와 동시에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음악에 맞춰 닥치는 몸을 흔드는 할머니들을 떠올린다.

프랑스 극장에서 흥이 나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추는 막춤으로 공연장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 할머니들. 몸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즉홍적으로 추는, 어떤 형식에도 매이지 않고 어디에서든 출 수 있는 그 막춤을 문인수는 필생의 시간을 그려내는 마지막 동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 원해서 이 세상에 오게 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서 툭 내 던져진 것인지 아니면 어떤 일에 대한 소명을 받고 온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정자와 난자의 결합으로 온 것인지 잘 알 수 없지만 어째됐든 엄마의 자궁에서 10개월을 살다가 태어났고 죽음이 나꿔채 갈 때까지 좋든 싫든 살아가야 한다. 각자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할 터, 자신에게 주어진 세상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테고 형식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냥 몸을 나부대는 것이 아니라 필생의 힘을 다하여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붙잡고 있던 소설이 있다. 올해는 어떻게하든 그 소설을 제대로 완성하는 게 목표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동안 허망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증명할 것 같았다. 그래서 새해에 소설을 언제까지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과 소설.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게 시간 안배를 하려고 애썼다.

그 일들을 하기 위해선 체력이 우선이라, 나름 컨디션 조절을 했다. 하지만 세상만사 뜻대로 되지 않는 법,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회사 일은 평소보다 더 불어났고 소소한 일들이 끼어들었다. 벌써 두 달이 지났건만 진척은 느리기만 했다. 매일 오늘은 어떻게든 작업해야지, 하고 머리를 짜내지만 하루는 일상으로 채워지고 날이 갈수록 마음만 초조해졌다. 어느 순간 귀까지 아프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지만 지나치게 청력이 좋고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시꺼먼 고무치마 두르고 도심 인파 속을 오체투지 기어다니던 사내, 요즘 보이지 않는다. 플라스틱 동냥바가지도 슬픈 피릿소리도 없이 이 커다란 문어는 공동어 시장 씨멘트 바닥을 면밀히 탐색하고 있다. 해저의 저 느린 춤, 놈의 가눌 길 없는 머리통은 이제 말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이다. 사내가 끌던 그 캄캄하고도 질긴 하반신, 뚜벅뚜벅 걸어간 곳은 어디일까.’

시를 읽고 있는데, 문득 현실에 허우적거리면서 오매불망 소설 하나만 바라보고 살고 있는 문우들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잘 읽지도 않는 소설을 위해 종일 골방에 틀어박혀서 고뇌하고 있는 문우들. 문학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필생의 힘을 다하는 문우의 모습이 어쩐지 오체투지 기어다니던 사내와 겹쳐진다. 한평생의 한을 풀어내듯 신명나게 몸을 흔드는 할머니와 겹쳐진다.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취업의 문 앞에 서 있는 젊은이들과 겹쳐진다. 심한 경영난에 허덕이며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기업 사장과 겹쳐진다. 갈수록 살아가기가 팍팍한 세상이다. 하루 세 끼 밥 먹는 것을 걱정할 정도로 경제는 어려워지고 있다. 암울하기만 한 현실이지만 걱정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닐 터,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하루하루 충실히 보내는 것뿐이리라.

그렇다. 내일 당장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도 오늘 우리는 살아야 한다. 이왕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면 잘 살아야 하지 않을까. 니체는 최고로 잘 사는 삶은 어린아이처럼 춤을 추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틀에 매이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춤을 추는 것.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몸을 흔드는 것을 말한다.

나는 다시 계획을 수정했다. 내면 깊은 곳에 잠재된 것들을 오롯하게 몸으로 표현하기 위해선 좀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힘든 여정에 지쳐 있는 사람들의 흥까지 끌어내려면 우선 나부터 흥겹게 춤을 춰야 할 것이다.

배운 적 없어도 누구나 출 수 있는 막춤. 어디서든 마음대로 출 수 있는 춤. 한 판 신명나게 추는 것은 어떤가. 한 판 멋들어지게, 필생의 힘을 다하여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춤추는 것은 어떤가.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3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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