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복지적인 도서관으로
김서련 소설가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2월 18일
 |  | | ↑↑ 김서련 소설가 | ⓒ 웅상뉴스 | 오래간만에 정관 도서관에 왔다. 지난 해 개관했을 때 잔뜩 기대를 하고 왔다가 규모가 생각한 것보다 크지 않은데다 사람들로 북적거려서 대충 층층이 뭐가 있는지만 훑어보곤 그 뒤에는 디지털실만 잠깐씩 이용하기만 했다.
오늘은 작정하고 3층 열람실로 바로 직행, 발을 들여 놓고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자리가 많이 없을 거라는 내 예상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서가를 둘러싸고 있는 책상들이 의외로 많고 바깥 경치를 음미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창에다 길게 달아낸 간이 책상은 허리에 알맞고 안락한 소파가 벽쪽에 놓여 있고 잡지 코너엔 고운 색상의 의자와 낮은 테이블이 놓여 있다. 무엇보다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서가를 채우고 있는 책장을 넘기면 뽀득뽀득 소리가 나는 새 책과 신간들이었다. 창가에 자리를 잡는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책을 꺼내는데,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진다. 책을 뒤적거리다가 얼굴을 드니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눈으로 들어온다.
저 멀리 또 다른 창으론 도시와 산과 하늘이 들어온다. 전화를 걸 일이 있어 복도에 나가니 모퉁이엔 빨간색 전화부스가 있고 안엔 메모할 수 있는 선반과 거울이 있다. 매점 또한 알록달록한 의자와 테이블로 카페의 분위기를 듬뿍 풍기고 있다.
도서관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새벽에 나가 줄을 서던 기억이 난다. 친구의 자리를 잡아놓곤 했던 그 시절의 도서관에는 미래의 대한 꿈과 희망으로 꿈틀거렸다. 그때의 그 열기가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느껴진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사람들의 사이 사이에 고요한 빛이 흘러 다닌다. 어찌된 셈인지 책장 넘기는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은 나름의 세계로 빠져들고 나름의 꿈을 추구하고 나름의 삶을 살고 있겠지만 바로 이 공간에서는 모두 비슷비슷해 보인다. 공동의 평화로움을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창밖을 내다본다. 얼어붙은 듯한 공기가 감돌고 있는 도시는 삭막하다. 단절된 관계처럼 차갑다. 갈수록 사람들은 각박해지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슴없이 남을 짓밟곤 한다.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그래야만 살 수 있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자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나중에 어떤 모습일까.
4.13선거를 앞두고 있는 요즘, 웅상은 10여명의 예비후보들이 나오는 기이한 현상을 빚고 있다. 면면이 살펴보면 어느 누구 하나 정치적인 꿈이 없는 사람이 없고 나름 소신을 가지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좋다. 다 좋다.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하는데, 누가 말릴 것인가.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심정은 어떨까. 누가 공약을 지킬 것이며 누가 지역을 위해 온몸을 바칠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살펴보고 싶지만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구인지 헷갈린다. 경기가 잔뜩 어려워서 힘들어 죽을 판인데 정치는 사람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
커피를 한 잔 들고 쉼터로 나간다. 산의 향기가 코끝으로 스며든다. 문득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5년 전미도서관대회 개막식때 한 연설이 떠오른다.
‘내 삶의 중대한 시기마다, 감각을 잃거나 표류하다가, 어쩌다 도서관에 들어가서 서가의 꽂힌 책들을 들여다보고 인류의 지식이 장서로서 모아진 것을 보면서, 접근하기 쉽도록 저를 위해 준비된 것을 보면서, 항상 내 의식이 고양되어졌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이 지속적으로 배움의 전당이 되고, 독재자가 우리의 어깨 넘어 무엇을 하고 있나 확인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읽고, 원하는 대로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도서관….’
이처럼 삶의 감각을 잃거나 혼란스러울 때 어떤 일에 실패해서 바닥으로 추락했을 때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앞일이 막막할 때 새로운 지식을 알고 싶을 때 낯선 세계를 탐험하고 싶을 때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정보를 얻고 싶을 때 우리는 어디로 가야할까.
바로 도서관이다. 그런 도서관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도시 한가운데 있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아주 예술적인 건물을 떠올린다. 책을 대여하고 반납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각종 문화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청소년은 공부를 하고
어린이는 놀면서 개성을 찾고 노인은 인생을 반추하며 남은 인생을 마무리하고 노숙자는 삶의 향기를 되찾는 등 누구나 자유롭게 찾아와서 책을 향유하고 충분히 자신의 삶을 즐기고 다른 사람도 도와주는 힘을 얻게 만드는 도서관.
사소한 부분까지 관심을 가지고 방문자를 배려해서 만든 도서관은 바로 우리의 삶을 변하게 해줄 터,
누가 국회의원으로 당선이 될지 모르지만 도서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많은 시민들이 도서관을 방문해서 새로운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편안하고 예술적이고 문화복지적인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할애해 주길 기대해 본다. |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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