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마지막 장면'
정익진 시인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1월 08일
마지막 장면 –정익진
화사한 봄날 아침, 청하루 창밖 나무를 바라보며, 새싹이 푸릇푸릇 돋는 짜장면을 주문한다.
아직 잠옷 차림인 종업원이 방을 나와 눈을 비비며 아직 잠든 요리사를 깨운 뒤, 슬리퍼를 질질 끌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창밖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아침 햇살을 애완견처럼 데리고 들어온 세 명의 여중생. 개나리 짬뽕, 진달래 볶음밥, 목련 잡채밥을 시킨 다음, 책가방에서 노트를 꺼내어 국어생물학, 수리관상학, 영어 기계학 숙제를 한다.
중국집 문이 열리고 아침햇살 마시며 야채 아줌마가 들어선다. 당근 모양의 감자, 양파 맛 오이, 검은색 토마토, 오렌지 맛 대파를 내려놓고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잠시 후, 슈퍼맨 복장을 한 푸줏간 아저씨가 입구와 함께 등장한다. 커피 맛 돼지고기, 카바레용 닭고기, 눈물 젖은 소고기, 기타 치는 오리고기를 바닥에 부려놓고, 봄바람과 함께 퇴장한다.
학생들이 주문한 음식 아직도 나오지 않았고, 저녁노을 번져가는 창박, 겨울 나뭇가지에 피어난 요리 한 접시. |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1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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