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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문장/ '맹지'

강영숙 소설가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1월 05일
그때가지도 나는 내가 계산한 밥값 생각을 했다. 무슨 명동이라면서 가게들은 벌써 셔터를 내리고 이미 깜깜했다. 지금이라도 터미널로 가 버스를 타면 자정 전에는 자영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남자 노인과 여자 노인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하며 뒤로 몇 걸음을 빼려는 찰나였다. “야 이 자식아, 너 이리와.” 남자 노인이 날 부르는 소리였고 여자 노인은 갑자기 긴장해 내가 있는 쪽으로 급히 걸어왔다. “그럼 저 양반 짐은 어쩌구. 가야 돼. 지금?” 내가 밥값을 낸 게 미안해 택시비라도 주려는 걸까.

나는 그때가지만 해도 그렇게 착하고 순진했다. “물건을 찾아주든가 우리를 다시 터미널에 데려다주든가 해야 할 거 아냐. 자네가 물건 찾아주겠다고 우리를 데리고 여기까지 온 것 아냐. 난 여기가 초행이야. 김 여자는 어때요? 김 여사도 초행이지?” 남자 노인이 계속 지껄여댔다.

나는 남자 노인 옆으로 다가가 노인의 팔뚝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여자 노인도 우리 뒤를 따라왔다. 빈 택시는 많아다. “자 타시죠. 제가 모시다 드릴게요.” 팔에 힘을 준 탓인지 남자 노인이 잠깐 긴장하는 듯했다. “기사 양반 버스 터미널로 갑시다” 뒤에 앉은 남자 노인이 말했고 운전기사는 말없이 차를 몰았다. 어쨌든 택시가 출발하자 두 노인은 입을 닫았고 다시 조용해졌다. 휴대폰을 열어보았지만 아무것도 도착한 것은 없었다. 나는 침착해지고 싶었다. 동장에게 답장을 빨리 못해 미안하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 사이언톨로지스트는 ‘미션이 곧 비즈니스’라는 이상한 말 뒤에 스마일 이모티콘 두 개를 붙여 보냈다.

택시가 지나가는데 파란색 고물차 앞이 환했다. 선캡을 쓴 수숫대처럼 마른 노인이 느리게 춤을 추고 있었다. 자동차 불빛인지, 이동식 백열등 불빛인지 알 수 없는 불빛 앞에서 혼자서 춤을 추고 커다란 개가 혀를 내민 채 노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개는 저만치서 택시 불빛을 보고 달려들 기세로 짖어댔지만 이내 노인 옆으로 가 앉았고 노인의 몸은 과메기처럼 꼬인 두 팔만 허공을 흔들고 있었다. 검은색으로 뭉쳐져 보였던 전선줄들도, 낮에 본 몇 개의 창고 건물도 거짓말처럼 눈앞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잠시 혼란에 바졌지만 곧 창고의 위치를 찾았다. 택시가 서고 나는 기사에게 두 배의 차비를 낸 뒤 잠깐 기다리라고 말했다. 창고 문은 금세 열렸다. 무인 경비 시스템조차 부실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그때 두 노인이 택시에서 내려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고 택시는 막 돌아서 위치를 바꾸는 중이었다.

“여기가 어디야 총각?” 하나는 비척비척 걸어왔고 하나는 한가롭게 황사로 뒤덮인 저녁 정취를 감상 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창고 문을 활짝 연 뒤 이 노인네들을 창고 안에 처넣고 빨리 건수를 떠날 작정이었다.

여자 노인의 어깻죽지를 한 팔로 잡아 창고 입구까지 끌고 갔고, 이내 경치를 보고 있는 남자 세게 끌어당겼다. 노인의 어깨를 잡아 창고 쪽으로 세게 끌어당겼다.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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