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기부문화
황 윤 영 전 양산시의원 양산도시문화연구소 대표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5년 10월 16일
 |  | | ⓒ 웅상뉴스 | 얼마전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인 롯데에서 형제간 경영권력을 다투는 보기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 롯데상품 불매운동도 확산되려는 순간 다행히 빨리 수습이 되고 사회공헌과 관련된 몇 가지 약속을 하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다독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어떤 문제가 생기기 전에 할 수 없냐는 것과 사회적 공헌 또는 기부가 지속적으로 될 수 없냐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라 생각한다.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제국의 2천년 역사를 지탱해 준 힘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철학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프랑스어에서 비롯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용어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한다.
초기 로마 사회에서는 사회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 헌납 등의 전통이 강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면서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재임 중 국가의 재정이 어려울 때 개인재산으로 국고를 네 번이나 지원했다고 한다. 로마의 귀족들 또한 공공시설의 복구나 건축을 위해 개인재산을 희사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며, 빈곤퇴치나 차세대 육성을 위한 기부도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귀족층의 솔선수범과 희생에 힘입어 로마는 고대 세계의 맹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런 사회지도층의 역할이 지성이나 체력, 기술력이나 경제력에서 다른 민족들보다 뒤떨어 졌다던 로마인들이 커다란 문명권을 형성하고 무려 천 년 동안이나 강국을 유지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기부역사. 우리에게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기부의 역사는 면면히 흐르고 있다.
먼저 경주 최 부자 가문의 사회공헌은 무려 10대의 300년에 걸쳐 만석꾼의 재산을 유지하면서 수많은 선행과 독립운동의 후원자 역할을 통해 부자로서는 드물게 존경과 칭송을 받는다.
최 부자 집안이 칭송받는 것은 부를 많이 축적하고 오랫동안 유지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자선활동과 사회공헌으로 지도층의 모범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가문의 모범은 한 두 대에 그친 것이 아니라 집안의 전통으로 전해 내려온다는 점에서 더 가치가 있다.
다음으로는 우당 이회영 일가를 빼놓을 수 없는데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이회영과 그의 형제들은 만주에다 무력항쟁 기지를 설립할 구상을 하고 요즘가치로 600억 원이나 되는 재산을 모두 처분한 뒤 만주로 떠났다. 그 자금으로 경학사와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여 독립군 양성의 중추기관으로 성장시켰다.
우당 이회영의 6형제 가운데 훗날 부통령을 지낸 이시영을 제외한 5명은 끝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조국의 해방도 보지 못한 채 옥사하거나 고문 후유증, 굶주림으로 타국 땅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였다. 명문가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전 재산을 헌납하며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이회영 일가의 일화는 사회적, 도덕적 책무를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기업인으로서 본보기가 되는 인물은 유일한이 우뚝하다. 그는 한 세기 전 불과 10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고학생에서 경영자로 성장하였고,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그리고 고국에 돌아와 민족기업을 일으키고는 항일투쟁을 위해 미 육군 전략정보처(OSS)의 특수요원으로 변신하였다. 해방 뒤에는 제약업체를 크게 키우고 교육기관을 설립하였으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 기업은 목적이 아니라 나눔을 위한 수단이었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다. 다만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다.”라는 그의 어록에서 남다른 기업관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기부문화. 우리 사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의 눈부신 경제발전에 힘입어 이제는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문턱에 서 있다. 그동안은 양적성장에 몰두 할 수 밖에 없었다 해도 이제는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소외계층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질적 성장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 이다.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기부문화가 조성되려면 먼저 사회 지도층의 모범적 기부가 많아져야 하며, 기부자를 영웅으로 대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가정과 학교에서 기부에 대한 교육이 늘 이루어져야 하고, 기부를 장려할 수 있는 여건과 조세제도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5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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