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의 단상
김서련 소설가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5년 08월 20일
 |  | | ⓒ 웅상뉴스 | 누구든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안하면 삶의 의미가 없는 일이 있다. 어릴 적부터 가진 꿈이거나 인생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일이거나 뭐 그런저런 이유로 삶의 목적이 되어 버린 일이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바로 내 삶이고 내가 살아가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내게 그만큼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달 여름소설학교에 갔다. 50여 명의 소설가와 시인, 독자들이 어울려 지리산 계곡에서 한여름밤을 함께 보냈다. ‘소설은 자유다’라는 테마로 추리문학의 대가인 김성종 선생님, 조갑상 선생님, 이복구 선생님이 강의도 했다. 모두들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일상에서 벗어나 오로지 문학의 향기에 흠씬 취해도 좋은 소설학교였다. 술자리가 이어지는 것은 당연, 빗소리와 노랫소리, 술잔 부딪치는 소리, 말소리들이 허공으로 울려퍼지고 그렇게 여름밤은 지나가고 있었다. 문득 모 시인이 불쑥 입을 열었다. “사는 것이 어떤 것인가요?” 나이 오십 중반이 넘은 모 시인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은 그의 바로 옆자리에서 앉아 있는, 모 작가에게로 향했다. 나이도 육십이 넘었고 평소 인품이 넉넉하고 성실하게 진실하게 글을 쓰시는 분이라 뭔가 그럴 듯한 말을 해줄 것만 같았다. “난 아직 더 살아봐야 알겠는데...” 모 작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누군가 말했다. “그건 김성종 선생님한테 여쭤봐야하는 게 아닌지.” 모두의 눈길이 쏠렸지만 김성종 선생님은 못 들은 척 딴전을 피우셨다. “대체 요즘 잘 모르겠어요.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모 시인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잠깐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왜 사는 것인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요즘 들어 그런 고민을 했던 터라 동련상련의 기분이 든 나는 슬쩍 한 마디 했다. “내 경우는 이래요. 나 자신을 위해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아요. 남은 시간은 그동안 내가 돌아보지 못한 것들을 돌아보고 바로 세우려는데 애쓰고 싶어요. 딱 오 년만이라도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여름이 시작되고 어느 순간, 나는 생각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과연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꼭 내가 이루고 싶은 일인가. 갑자기 이런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불쑥 떠올랐다. 무모한 열정. 무모한 도전. 지난 시간들을 무모한 열정으로 채워버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때 열정이란 말이 도전이란 말이 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는데. 그랬다. 오로지 한 가지만 바라보고 살아온 시간들, 어느 순간 그 시간들로 인해 많은 것을 놓쳐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고 딱 5년만 그것을 복구하는데 보내자고 결심을 했었다. 정답이 없는 인생이었다. 만약에 우리가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것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마다 접근하는 방식도 다 다르고 . 그게 무엇이든 정답도 없을 것이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아무리 뜨거운 여름이라도 8월 중순만 지나면 서서히 열기가 식어버린다.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온다. 오고 가고 존재하는 것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아웅다웅 살던 사람들도 하나 둘, 먼 길을 떠나고 있다. 얼마 전, 부산 문인의 어른이신 최해군 선생님도 별세했다. 한평생 꼿꼿하게 문학의 길을 걸으신 분이다. 병원에 입원해서도 소설을 쓰셨다고 한다. 아무리 치열하게 삶을 살아도 언젠가는 사라질 거고 과연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일생에 있어서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고인을 보낼 때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 내 곁을 스쳐 지나가고 있는 뜨거운 여름처럼. |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5년 0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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