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으로 빛나는 오월에
김서련/소설가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5년 05월 08일
 |  | | ⓒ 웅상뉴스 | 나뭇가지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잎들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 독회 모임에 갔다. 한 달에 한 번, 소설을 쓰는 동료들이 돌아가면서 작품을 내고 평을 하는 모임이었다. 오랫동안 함께 소설공부를 해 온 동료들이라 허심탄회하게 속내도 털어놓고 문학도 얘기 할 수 있는 소중한 모임이었다. 모임에 가는 발걸음은 가볍고 즐거웠다. 연둣빛으로 물든 산과 환한 햇살이 가득한 들이 눈으로 들어왔다. 몸과 마음이 연록으로 물들어지는 것 같았다. 일도 좋지만 글만 쓰면서 느긋하게 살고 싶었다. 연둣빛과 저녁 햇살이 나를 평화롭게 고즈넉하게 만들었다. 그런 날이었다. 그렇게 온 천지가 연둣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눈이 부실 정도로 꽃들은 환하게 피어났다. 하나 둘, 카페에 모였다. 얼마 전 우즈베키스탄을 갔다 온 그 친구는 예쁜 파우치를 풀어놓았고 우리는 카페라테와 아메리카노, 팥빙수, 요플레, 빵 등 골고루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로 화제의 꽃을 피웠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속내들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럴 수밖에 오랫동안 글을 쓰면서 동고동락해 왔던 동료들이었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행복했다. 이윽고 작품 평에 들어갔다. 분위기가 갑자기 진지해졌다. 돌아가면서 작품 평을 하는 순간에는 날카롭게 예리하게 작품을 분석하고 사정없이 칼날을 휘두르는 독자가 되었다. 신랄한 평이 오갔다. 작품을 낸 작가한테 힘든 시간이기도 했다. 고통 없이 쓴 작품이 어딜 있을까. 정말 고생해서 쓴 작품인데, 한순간 해체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정말 가슴 아픈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과정을 겪어서라도 보다 좋은 작품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감수할 수밖에. 그날, 그 친구의 작품은 예상한 것보다 더 날카로운 평이 가해졌다. 연신 웃으면서 겸허하게 평을 받아들이고 돼지국밥 식당에서 소주를 마시면서 화기애애 잡담을 하다고 헤어졌지만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었다. 강도가 너무 높았고 어쩌면 절필을 결심할 정도로 지독한 고통을 겪으리라는 것을. 모두 마음이 저릿했다. 하지만 겪어야하는 산고였다. 우리 모두 그렇게 해서 소설을 발표했고 그것을 모아 책을 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그렇게 해서 세상에 내 놓은 책을 누가 읽는가. 일 년에 한 번 북데이를 만들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고 있다. 책을 사러오는 사람이 없어 문을 닫는 서점이 늘어나고 있다. 책 속에는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재미있는 이야기 있고 근사하고 멋진 인물들도 있고 살아가는 데 유익한 얘깃거리도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어려운 문제에 부딪쳤을 때 사람들은 책 속에서 길을 찾았다. 책은 우리에게 보다 지혜롭게 현명하게 길을 찾는 법을 가르쳐 준다. 우리를 향기롭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세상 사람들에게 홀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책을 내는 동료들, 심기가 편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꿋꿋하게 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 친구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다음 날 그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다. 아니나다를까 그네는 풀이 잔뜩 죽어 있고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절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추진 중인 일도 중단할 결심까지 하고 있었다. 이십 년 동안 치열하게 소설을 써온 친구였다. 일 또한 1년 동안 학원에 다니면서 준비해왔던 거였다. 대체 소설이 뭐길래. 그 친구의 절망이 고스란히 내게로 전해져왔다. 마음이 무거웠다. 이런 고통 속에서 글을 쓰는데. 어떤 이는 살아가는 것만 해도 벅찬 세상에 한가하게 책 읽을 시간이 어딨냐고 차라리 그 시간에 다음 날 일을 하기 위해 재미있는 일로 충전하겠다며, 작가들을 비난하곤 했다. 정말 문학하는 일이 헛된 세상이 온 것일까. 이렇게 작가들이 치열하고 고민하고 몸부림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눈이 아리도록 붉은 영산홍 꽃무더기처럼 절절한 마음으로 글을 써서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 독자들을 매혹시키고 책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 신록으로 빛나는 오월이다. 이 아름다운 봄의 절정이다. 그 친구가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길 바란다. 다시 치열하게 글에다 열정을 쏟아붓기 바라고 독자들이 그런 작가의 고통을 알고 책을 읽어주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5년 05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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