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질탄지得蛭呑之’의 관용으로 좋은 사람을 곁에 두자
-김서련 소설가-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5년 02월 22일
 |  | | ⓒ 웅상뉴스 | 웅상 지역에 있는 모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강당에는 책상 4개를 붙여서 만든 테이블에 학생들이 둘러 앉아 있었다. 테이블에 위에는 케잌과 음료수가 놓여 있고 학생들은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었다. 딱딱하고 경직된 졸업식을 은영 중 상상했던 나는 의외의 풍경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흐뭇해졌다. 장학금 수여식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더욱더 친구들이 장학금을 받을 때마다 강당이 떠나가도록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부모와 제도의 보호에서 벗어나 이제는 무한경쟁, 새로운 세계로 첫발을 딛어야하는 아이들. 표정은 밝고 경쾌했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입춘이다. 새로운 기운이 얼어붙은 땅을 뚫고 지상으로 분출되고 있다. 햇살은 온화해질 것이고 부드러운 바람은 우리 몸을 어루만질 것이고 잔뜩 움츠렸던 뼈마디들은 쭉쭉 기지개를 켤 것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연례행사지만 해마다 새로운 마음이 되는 것은 올해는 뭔가 달라지겠지, 뭔가 좋은 일이 생기겠지. 일이 잘 풀리겠지, 라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한때 눈앞이 막막했던 적이 있었다. 검디검은 안개에 갇힌 듯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해야 할 일도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것이 불확실해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희망이 있었던가. 기억이 안 난다. 한 가지 생각나는 건 눈앞이 캄캄해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도 기를 쓰고 놓지 않은 것은 있다. 일상에 두 발을 굳건히 딛으려고 노력한 것. 원칙과 정도를 지키려고 노력한 것. 와, 함성이 들리고 갑자기 강당이 웃음바다가 된다. 단상에 선 한 여자애가 장학금을 받자 한쪽 구석의 남자애들이 책상을 치면서 소리를 질러대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여자 친구인가. 암튼 보기 좋은 장면이다. 그래, 마음껏 웃어라.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렇게 웃어라. ‘仁’은 사전을 보면 어질다. 인덕을 갖춘 사람. 사람. 사람의 마음. 모든 덕의 총칭. 불쌍히 여김 등 다양하다. 어질 인이지만 語지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어지란 무엇인가. 말을 더디게 하는 것. 그러니까 너무 빨리 하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해서 천천히 말하라는 뜻이다. 즉 그것은 말을 신중히 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말이 없으면 관계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따라서 말에 대해선 무순한 가르침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상대를 헤아리는 마음을 전제로 깔고 있다. 요즘 갑과 을의 관계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기업의 라면 상무와 우유대리점 횡포, 대학캠퍼스 갑질교수, 땅콩 회항, 백화점 갑질 등 안하무인식 행태가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사실 갑질 행태는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되어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사전적 의미로 甲은 두 개 이상의 사물 중 하나의 이름을 대신 이르는 말 혹은 차례나 등급을 매길 때 첫째, 乙은 둘 이상의 사물 중 또 다른 하나를 가리키는 말 혹은 차례나 등급을 매길 때 둘째를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甲乙관계는 새로운 것도 아니고 불평등도 새로운 게 아니다. 따라서 누구나 관계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갑이 될 수도 있고 을이 될 수도 있다. 장자잡편에 ‘득질탄지得蛭呑之’이 나온다. 초나라 혜왕이 한식날 아침에 먹는 나물 속에 거머리가 있는 것을 보았으나 그것을 말한다면, 요리를 만든 자들이 줄줄이 처벌을 받을까봐 그대로 삼켜 버렸다는 고사다. 즉 아랫사람의 잘못을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하고 관용을 베푼 것이다. 그로 인해 혜왕은 거머리가 평소 혜왕의 뱃속에 있던 오랜 병독을 다 빨아들이는 바람에 지병이 거짓말같이 나았다. 이처럼 관용은 뜻하지 않은 우리에게 선물을 준다. 서경에 보면 큰 상은 크게 주려고 하고 벌은 작게 주려고 노력하라는 말이 있다. 포용력이다. 너그러움이다. 곁에다 좋은 사람을 두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제 막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아이들. 맑고 해맑은 그들에게 세상은 어떻게 대할까. 사람이 바뀌야 세상이 바뀔 것이다. 좀더 관용 있고 너그러운 행동으로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5년 0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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