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
소설가 김서련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4년 11월 27일
 |  | | ⓒ 웅상뉴스 | “살고 싶다” 지금 눈앞엔 이동원의 장편소설 ‘살고 싶다’의 책장이 펼쳐져 있다. 전투화 끈을 묶으면서 불침번을 서기 위해서 전투화 끈을 묶고 주인공은 처녀귀신의 손을 떼어내듯 어깨를 주무르며 살고 싶다, 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무인도에 갇힌 톰 행크스가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배구공에 윌슨이란 이름을 붙여주곤 혼자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그는 사물이 아닌 자신에게 간신히 중얼거린다.
지난 3월, 이 책의 제목을 보고는 살아가다보면 이런저런 위기에 부딪치고 그것을 헤쳐 나가려고 애쓰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사면초가의 절박한 상황에서 부르짖는 소리인 줄 알았다. 물론 그랬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명대사가 절박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주인공은 “살고 싶어 했던 한 친구”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진실을 캐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이 모여 있는 군대. 그 안에서 특수 조직인 국군광주통합병원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일들. 구조적인 폭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군인들의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술자리에서 또는 뉴스에서 군에서 일어나는 폭행사건이나 비리를 들은 적은 있지만 자세하게 알지는 못했다.
“살고 싶다” 첫 문장에서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주위는 고요하고 고요하다. 새벽 4시. 조금 있으면 날이 밝아올 것이고 사람들이 하나 둘 깨어날 것이다. 신문을 돌리고 우유를 돌리고 바쁜 걸음으로 출근을 할 것이다.
낮 동안 바쁜 일정 때문에 여기저기 쫓아다니느라 몹시 피곤함에도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았다. 뉴스 검색을 하다가 지난 12일 옥외전광판으로 올라가 대량 해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내려오지 않겠다며 고공농성을 시작한 두 노동자가 “살고 싶다. 도와 달라”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기사를 읽고는 몇 달 전에 읽은 ‘살고 싶다'를 떠올렸다.
군에서 받았던 ‘자살방지교육’을 계기로 이 소설의 줄기를 잡았다는 작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군인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부모님 죄송합니다’ 라는 유서를 읽어주며 강사는 “죄송할 짓을 왜 해?”라고 한 마디 덧붙였다.
이에 교육생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 작가는 자살한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고 그 조직을 세상에 내놓겠다고 결심을 하게 됐다. 잠이 완전히 달아난다. 살고 싶다. 가만히 혼잣말로 중얼거려본다. 상습적인 집단 폭행을 당해 사망한 윤일병, 팽목항의 차디찬 바다 속에 수장되어 있는 꽃다운 아이들, 계모의 학대로 죽은 아이들이 눈앞에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얼마나 살고 싶었을까.
“죽고 싶다” 살의 길목에서 가끔 중얼거리는 말이다. 살다가 보면 예상하지 못한 위기를 만나고 사면초가에 갇힌 듯 절망스런 상황에서 죽고 싶을 때가 있다. 죽고 싶다.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의 이면엔 간절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전제로 깔려 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드니 좀 도와달라는 마음도 깔려 있다.
‘살고 싶다’의 작가는 무덤의 돌을 치우는 심정으로 소설을 썼다. 폭행으로 사망한 청년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갈 길이 바빠서. 혹은 자신의 삶만 해도 너무 벅차서. 혹은 무관심해서 도움을 원하는 자들의 눈빛을 목소리를 외면한다. 방관한다.
더러는 원래 인간은 혼자야. 그러니 엄살 부리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 라고 단호하게 말하기도 한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느 한 지점에서 시작된 우리의 삶은 어느 지점에선 끝날 것이다. 과연 우리의 삶은 그 끝이 어딘지 모르지만 죽지 않는 한 살아야 한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내면을 들여다보고 진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인지 고민해야하지 않을까. 우리는 끝까지 그 물음을 놓치지 않고 살아야하지 않을까. |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4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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