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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외롭지 않게 잘 살아가려면

김서련(소설가)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4년 08월 03일
↑↑ 김서련(소설가)
ⓒ 웅상뉴스
얼마 전 일이다.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오전 내내 집에서 뒹굴다가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다. 청탁받은 원고 마감이 눈앞이라 마음이 급했다. 오늘은 어디서 일할까. 머릿속으로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다. 하단의 탐앤탐스, 남포동의 커피숍, 부전동의 카페베네, 눈여겨 봤지만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범어사의 커피숍. 시간이 없는 터라 가까운 데서 일할 생각으로 지하철을 탔다. 김성중의 ‘배꼽 입술 무는 이빨’이란 소설을 읽으면서 하단을 지나고 남포동을 지나쳤다. 부전동도 그냥 지나쳤다. 금정산 자락에 있는 범어사의 커피숍이 그나마 조용하고 한적할 것 같았다. 결국 범어사도 지나쳤다.

웅상도서관!! 1시간 30분 동안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간 웅상도서관은 역시 생각한 대로 조용하고 한적했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꺼내는데,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지고 차분해졌다. 일하다 말고 고개를 드니 푸르스름한 구름에 휘감겨 있는 천성산이 눈으로 들어왔다.

“라일락 향기가 하늘에 구멍을 뚫어놓는 것 같지 않아요?”
문득 김성중의 소설 속의 문장이 떠올랐다. 천성산이 내뿜는 푸르고푸른 기운이 도서관을 휘감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열람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떠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한순간 도서관이 마치 다른 세계인 것처럼 느껴졌다.

딱딱한 건물과 소란스럽게 내뱉는 말들과 세파에 찌든 얼굴들이 있는 도시와 별개의 세상인 것처럼 느껴졌다. 적자생존의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살아남기에도 급급해 주위를 돌아볼 여유도 없고 경쟁으로 늘 힘들고 고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사회적으로 팽배되어 있는 불안감으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병들어 가고 있다. 크게 욕심을 안 부리고 그냥저냥 살아가는 것도 힘든 세상이었다. 힘들지만 가족들을 건사하면서 온힘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데,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힌다.

배신과 거짓이 판치고 탐욕과 이기심으로 생떼 같은 아이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고 오고가는 사람들이 느닷없는 사고로 죽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바다도 하늘도 지상도 지하도 가정도 사회도 국가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온전한 사랑만이 온전히 병든 자를 치료한다”
김성중의 소설 속에 나오는 말이다. 어려서부터 폭력을 당하면서 살아온 소설 속의 주인공은 어느 봄날 라일락 ‘향기’를 발견하고 그것으로 인해 한 남자의 사랑을 받으면서 배운 인생의 진리다. 한 남자의 사랑은 병든 주인공의 마음을 치료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주인공은 자살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 두 개의 가지를 뻗고 있는 나무에다 준비해 온 천을 걸었다. 그때 나무가 말을 걸어왔다. “설마 목이라도 매려는 건가? … 가지는 부러질 거고 한동안 나는 외팔이로 살아야 할 거야.” 이에 죽음을 보류한 주인공은 목부와 대화를 나누며 친구가 되어 한평생 살아간다.

웅상 지역은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다. 덕계동와 평산동, 소주동을 가로질러 회야강이 흐르고 천성산과 대운산에 둘러싸여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산이 보인다. 매일 천성산의 기운을 느끼면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는 지역 주민의 말 그대로 어딜 봐도 산이 보였다.

푸른산이 뿜어내는 신선한 향기가 웅상 지역을 떠다녔다. 삭막하고 각박한 세상이다. 살아가느라 힘들지라도 하루에 한 번은 산과 대화를 나누고 산이 들려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친구가 되는 것은 어떨까.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루하루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를 안전하게 돌볼 수 있지 않을까.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고 위로하는 건 바로 자연의 순수한 향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4년 08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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