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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김서련(소설가)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4년 06월 06일
ⓒ 웅상뉴스
어느새 유월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이 있는 지난 5월은 주위를 돌아보고 가족간의 화목을 도모하는 가정의 달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아니었다. 슬프고 슬픈 달이었다. 어른들의 탐욕으로 아이들이 바다에 수장되고 한 겹 한 겹 벗겨지는 참사의 원인은 충격적이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고 사람들은 슬퍼하고 분노했다. 나 또한 그 범주를 벗어날 수 없었다.

오래간만에 오일장에 갔다. 길거리에서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부추와 상추, 시금치 등을 팔고 있었다. 소쿠리에 수북하게 담긴 야채들을 보면서 무슨 반찬을 할까. 두루두루 살폈다. 문득 오래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한때 문화센터에서 요리강습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학원을 운영하다가 잠깐 쉴 때였다. 밑반찬 만드는 법과 김치 담그는 법, 돼지갈비찜, 조림, 볶음 등 한식 요리 전반에 걸쳐 배웠다. 한참 재미가 붙어서 이런저런 요리책을 사서 일일이 만들어보기도 하고 여러 종류의 김치를 담아서 시댁에 갖다 주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맛은 그리 없었다. 음식은 손맛이고 손맛은 정성이라는 것을 그땐 잘 알지 못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시어머니가 만들어 준 강된장국이었다. 된장에다 고추를 썰어 넣어 밥솥에 찐 된장국에다 밥을 비벼 먹으면 왜 그리 맛있는지. 뿐만 아니다. 시어머니가 담은 김치는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았는데도 입에 착착 달라붙었고 무와 파, 명태로 만든 전은 들큼하면서도 깔끔한 게 별미였다. “엄마처럼 한 번 해 봐라.” 가끔 남편은 주문을 했고 기억을 되살려 강된장을 만들어봤지만 시어머니의 손맛과는 영 달랐다.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한동안 요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루 일정이 빡빡하다보니 시장에서 만든 반찬을 사오거나 했다. 식당은 주변에 널려 있고 하루 24시간 아무 때나 음식을 사 먹을 수도 있고 시켜 먹을 수도 있었다. 김장과 제사 음식까지 주문이 되고 국도 나물도 밑반찬도 마찬가지였다. 바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니었다. 그냥 음식을 만드는 데 게을러진 것이었다.

차가운 바다속에 수장된 아이들을 보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았다. 난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아이들에게는 어떤 엄마인가. 돌이켜보면 나는 늘 뭔가 하느라 바빴고 아이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울컥, 가슴에서 뭔가 치밀어올랐다. 아이들에게 가장 기억나는 음식이 없다면. 엄마를 기억할 음식이 없다면. 엄마의 손맛을 모른다면. 추억할 만한 음식도 음식이지만 건강 문제도 걱정이 되었다. 나중에 섭식으로 인해 병에 걸린다면 그건 누구의 책임일까.

미각은 사람의 감각 중에 가장 깊이 각인된다. 그만큼 인간의 감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오래 갈등에 휩싸인 관계라도 음식으로 소통이 가능하다. 음식 영화를 보면 음식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사랑을 전달하고 그 사랑의 힘으로 사람들은 위로를 받는다. 힘들고 지쳐 있을 때 우리는 엄마가 해준 음식을 제일 먼저 떠올리지 않는가.

할머니한테 시금치와 부추 등 야채를 조금씩 사고 장을 돌아다녔다. 뭘 만들면 맛있을까.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려 보았다. 세월호의 사고 이후 내가 변한 모습이었다. 아이들이건강하게 잘 자라 준 것이 눈물 나도록 고맙고 고마웠다. 제자리에 모두 그대로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아. 손에 든 검은 봉지 안의 풋것들을 들여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이미 아이들은 다 자라 있고 엄마의 손맛을 기억할 나이도 지났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정성껏 만든 요리를 가족들에게 먹이고 싶었다.

슬픈 오월을 보내면서 새삼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 무엇보다 소중한 한 것은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 때라는 것이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억울하게 참사를 당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부터라도 어른들은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말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4년 06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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