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작은 징후에 주의를 기울여 큰 사고를 막자
/김서련 소설가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4년 04월 30일
 |  | | ↑↑ 김서련(소설가) | ⓒ 웅상뉴스 | 그날 비가 내렸다. 아니, 하늘이 울었다. 거리에 우두커니 선 채 오래 주위를 둘러봤다. 버스 정류장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선뜻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늘이 울고 있는 듯 비가 내렸고 거리도 나무도 건물도 눈물에 젖어 번들거리는 것 같았다. 차가운 기운이 살갗을 파고들었다.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춥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지상에 있어도 이렇게 추운데. 시퍼런 바다 속에 수장된 아이들은 얼마나 추울까. 얼마나 두려울까. 아이들의 앳된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300여 명의 아이들이 차가운 물속에서 간절히 구조를 기다리고 있음에도 구조대원들은 어찌된 셈인지 선체에 진입을 못하고 있었다.
지난 2월 경주 오리엔테이션을 하러 갔다가 건물 지붕이 내려앉아 꽃다운 나이에 참변을 당한 대학생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것 또한 황당한 인재였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랬는데…. 그리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하늘은 맑고 투명한 햇살 아래 꽃의 색깔은 선연하다. 바다도 파도도 치지 않고 고요하다고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에 친구들과 마냥 행복해야 할 아이들이 싸늘한 시신이 되어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하나 둘 셋…. 점점 숫자가 불어나고 있다. 세상에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가. 무슨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자연재해가 일어난 것도 아닌데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억장이 무너진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미안하다. 부끄럽다. 분통이 터진다. 이런 말조차 내뱉을 수가 없다. 대체 누가 어린 아이들에게 그런 짓을 했는가. 어른들이다. 바로 이기심에 똘똘 뭉친 어른들이 아무 죄도 없는 아이들을 차가운 바다 속에 수장시킨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 지시만 내리고 줄행랑을 친 선장과 선원들. 무리하게 고친 노후된 배. 늦어도 너무 늦은 구조 활동. 모든 것들이 아이들을 수장한 것이다. 게다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어째서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냐는 것이다. 현대화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생명이라고 했다. 어째서 단 한 명의 생명도 구해지 못했을까.
아침에 눈을 뜨면 기도하는 마음으로 뉴스를 검색하고 SNS를 봤다. 내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내내 슬픔이 온몸을 잠식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게 미안하고 미안했다. 몸이 아팠다. 일정이 펑크 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공분하고 깊은 상처를 받았다. 전국민이 애도했다. 사고의 실마리를 풀어가면 갈수록 부끄러웠다. 사고는 예견된 것이고 어른들은 잘못했다. 자신만 살고 보자는 어른들이 어린 아이들을 시퍼런 바다 밑에 수장시켰다.
‘메트로 마지막 탈출’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모스크바 지하 터널은 언제 벽이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을 항상 안고 살고 있다. 어느 날 터널 안을 점검하는 주저뱅이 남자가 물이 샌다는 것을 감지하고 관리실에 보고 하지만 술에 취해 하는 말이라고 무시한다. 그날 터널에 금이 가고 천정이 무너지고 모스크바 강물이 터널 안으로 유입된다. 밀려오는 강물을 본 지하철은 급브레이크를 밟고 시민들은 생존을 위해 마지막 탈출을 감행한다. 애초 술중독자 말을 관리자가 귀담아 들었다면 어땠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귀한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재난영화든 대형사고든 한 가지 규칙이 있다. 대형사고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게 아니라 그 전에 작은 징후를 보인다는 것. 1920년대 미국의 보험사 직원인 허버트 하인리히는 한 건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29건의 소형사고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또한 소형사고 발생 전에는 비슷한 원인에서 비롯되는 300번의 사소한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이번 사고도 그렇다. 여러 징후가 있음에도 사람들은 무시를 했다. 조그만 주의를 기울여서도 애초부터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는지 모른다. 아니, 그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을 중요시 했다면 결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절대 이 날을 잊지 말자.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차가운 시신이 되어 돌아온 아이들을 절대로 잊지 말자. 그리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을 일어나지 않도록 두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피자. 정부가 앞으로 재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철저하게 지켜보자. 그리고 나 자신부터 변하자. 작은 징후에 주의를 기울여 큰 사고를 막고 소중한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도록 하자. 어른들의 잘못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은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부디 좋은 곳에서 잘 지내길…. |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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