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문장>/빛의 호위
조해진 소설가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4년 04월 29일
부엌과 방이 딸려 있지 않은 방이었다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주전자, 그리고 세면도구가 담긴 플라스틱 대야는 그 방의 많은 역할을 보여주는 듯했다. 온기 없는 그 가난한 방에서 열세 살의 그녀가 무엇을 먹으며 어떻게 살고 있는 건지, 나로선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권은의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는 짧게는 한두 달에서 길게는 반년까지 집을 비운다고 했다 비밀로 해줘. 그녀가 물이 담긴 유리컵을 내밀며 말했다. 난 고아가 아니야. 보호시설 같은 덴 절대 안 가. 할 말이 딱히 생각나지 않아 얼떨결에 벌컥벌컥 들이마신 물에서는 수돗물 특유의 비릿한 소독약 맛이 났다.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유리컵을 내려놓고는 알았어,라고 말한 뒤 서둘러 그 방을 나왔다. |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4년 0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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