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빚의 노예’에서 탈출하는 방안은
김서련 소설가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4년 03월 13일
 |  | | ↑↑ 김서련 소설가 | ⓒ 웅상뉴스 |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다. 영화관에서도 볼 때도 있고 영화카페에서 다운받아 보기도 한다. 아카데미 수상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영화 '노예12년'은 영화도 봤고 책도 봤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솔로몬 노섭이 자유인으로 살던 사람이 납치되어 12년간 노예로 살면서 겪은 일들은 구구절절 비극적이었다. 1인칭 시점으로 기록된 책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노예 소유자가 잔인한 것은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며, 오히려 그가 몸담고 있는 체제의 잘못이다.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관습과 사회의 영향을 이겨내지 못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보고 들은 모든 것으로부터, 채찍은 노예의 등을 후려치라고 있는 것이라고 배우기 때문에, 그는 성장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바꾸기 쉽지 않게 된다. … 내가 목격한 그런 부당함과 비인간성을 용인하는 제도는 잔인하고 불공평하고 야만스런 제도이다.” 책을 읽으면서 '노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여성 상위시대라고 하지만 아직 가정이나 조직 사회에선 남성들이 우월한 위치에서 군림하고 있고 장애인들은 정상인들보다 불이익을 당한다. 염전노예처럼 사람들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있다. 뜬금없이 '노예'란 말이내게 지난 해 가계빚이 1021조원, 마침내 공식 통계로 1000조원이 넘었다는 한국은행의 발표를 떠올리게 했다. 1인당 부채 금액을 계산하면 신생아들도 2000만원 빚을 안고 태어나는 셈이다. 빚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기사들이 이제 더 이상 생소하지 않을 만큼 빚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빚의 노예가 된 것이다. 그럼 '노예 12년"의 문장을 살짝 한 번 바꾸어본다. "빚을 지는 것은 당사자의 잘못이 아니며, 오히려 그가 몸담고 있는 체제의 잘못이다.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관습과 사회의 영향을 이겨내지 못한다." 우리의 눈앞에 빚의 노예가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 것이다. 저축보다 빚, 태어날 때부터 빚을 안고 태어난 빚에 익숙한 세대들과 그런 그들의 교육을 위해 빚을 진 부모들. "빚, 빚이여. 대체 어떻게 하면 너에게서 벗어날 수 있니?" 얼마 전 만난 지인이 거리를 걸어가며 외쳤다. 아주 열심히 돈을 벌고 있지만 빚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는 거였다. 과연 끝이 보이지 않는 빚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하루하루 허덕이게 만드는 이 '빚'을 걷어차 버릴 수는 없는 것일까. '노예 12년' 영화에서 솔로몬 노섭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마침내 노예 생활에서 탈출한다. 이미 빚은 우리의 발목을 붙들고 있다. 걷어차려면 정공법이 필요하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회부터 바꿔야 한다. 나라에서는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제2금융권이나 사채에선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준다. 금융회사는 아무에게나 신용카드를 발급해준다. 텔레비전에서는 소득이 없는 대학생도 가정주부도 돈을 팡팡 빌려준다고 광고를 때린다. 이러니 돈이 궁하면 어찌 돈을 빌리고 싶지 않겠는가. 한 마디로 빚 권하는 사회다. 저소득층과 중산층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빚을 안 낼 수가 없다. 주택대출금, 아이들 사교육비, 사업자금, 생계비 등등. 하나하나 따져보면 사회적인 제도와 연관되지 않는 것이 없다. 나라가 교육개선을 해줘도 사교육비가 안 들 것이고 사회복지에 돈을 좀 써주면 의료비와 생계비가 줄어들 것이고 정치를 잘하면 주택을 마련하는데 대출을 덜 받을 것이다. 고로 정치인들이 개입해서 느는 빚이 만만치 않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세계경제 위기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고 말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경기 낙관론을 전제로 한 부동산 가격 상승세 등 위기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징후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과연 땜질식 경제 처방 대신 제대로 사회 제도가 바뀌어 지긋지긋한 빚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경제의 뇌관인 가계 부채 1000조 원이 과연 줄어들 수 있을까. 솔로몬 노섭을 노예에서 벗어나게 해 준 착한 자가 과연 나타날 것인가. 과도한 빚에 허덕이며 최소한의 생계마저 힘든 현실이지만 ‘노예 탈출’이 공허한 기대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4년 0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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