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행복도 중요....
김서련 소설가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4년 02월 21일
 |  | | ⓒ 웅상뉴스 | 날씨가 춥다. 온 국민의 대이동기간이던 명절도 끝났고, 2014년 2월도 어느새 중순에 접어들었다. 곧 봄이 올 것이고 이어 여름, 가을, 겨울이 차례차례 우리 곁을 지날 갈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조용히, 어느새 후딱 지나갈 것이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산다는 게 뭐 별건가? 시간이 흘러가다보면 어느새 삶도 끝날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 누구도 비켜날 수 없다. 가만히 있어도 자연스럽게 끝날 삶인데도 불구하고 오늘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비관하여 죽음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병에 시달리다가 혹은 예상하지 못한 사고사로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어쩌면 죽음의 신은 그 누구도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옆에서 맴돌면서 기회만 있으면 자신의 세상으로 데리고 가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죽음은 우리 곁을 맴돌고 있지만 그것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다가올 때는 정말이지 하늘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특히 타인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죽는 경우는 어떨까. 그것도 금쪽같이 키운 자식이 다른 사람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죽는다면? 몇 달 전 지인의 아이가 그렇게 숨졌다. 아직 겨울이다.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다가 들이 닥친 추위가 어릴 적 내복을 껴입고 학교에 가던 살얼음 추위를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손발이 꽁꽁 얼어 동상에 걸렸던 그 추위가 갑자기 내 몸을 파고든다. 지인의 아이가 죽게 된 신문기사를 읽고 난 뒤였다. 사실 지인의 아이가 죽게 된 이유를 대충 얘기만 들었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가슴이 아파서 구구절절 묻지도 못했다. 그 일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신만 살겠다고 도망친 명문대학생의 행동 때문이었다.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왜 소화기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았을까. 아무리 놀랐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해야할 행동을 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그렇게 행동을 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대체 그 대학생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유년 시절, 추운 겨울날 곰방대로 담배를 피우시면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던 외할머니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용돈이 궁할 때면 찾아가던 할아버지도 떠오른다. 두 분 다 세월이 흘러 자연스럽게 돌아가셨다. 하지만 자연사는 누구나에게 오는 행운은 아니다. 죽음의 신은 먹고 살기 위해 아둥바둥대는 순간에도 우릴 잡아챌 궁리를 하고 있다. 우리가 방심하는 순간을 노리고 있다. 불의의 사고와 맞닥뜨리길 노리고 있다. 사각사각 흘러가는 시간들을 붙잡아서 사진첩에 넣어두면 어떨까. 나중에 아름다운 삶으로 기억이 될까? 가끔은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황량한 들판과 사막과 산을 가로질러 쉬지 않고 가긴 하는데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가 많다. 가는 동안 이런저런 난관에 부딪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절망적인 것은 사랑하는 가족이 세상을 떠난 일일 것이다.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슬픔도 슬픔이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힘겹다고 말했다. 깊은 아픔에 심장이 산산이 찢겨져나가도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아무리 슬퍼도 세상은 자신의 아픔과 무관하게 돌아가고 시간은 흘러간다는 것. 살다보면 아무리 슬픈 기억도 마음에 각인되어 단단해진다는 것. 겨울은 추운 것이 제 맛이고 차디찬 공기가 뺨에 와 닿을 때 살아 있다는 게 느껴진다. 살이 에이는 칼바람을 맞서서 학교로 가던 시절에 가진 오기가 떠오른다. 그땐 그 어떤 추위도 칼바람도 맞서서 싸우겠다는 오기를 가졌었지. 지금은 어떤가. 얼마 전 본 영화 ‘책도둑’이 눈앞에 떠오른다. 2차대전이 관통하는 나치 하의 독일, 죽음의 신이 리젤이라는 소녀의 삶을 들여다보는 영화다. 노부부에게 입양되어 가는 길, 동생이 기차 안에서 죽고 묘지 관리인이 떨어뜨린 책을 훔치게 되면서 소녀의 책에 대한 열정이 싹튼다. 책이 결정적인 죽음에서 유태인 막스도 구하고 리젤도 구한다. 이처럼 이 영화에서 책이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리젤이 어려운 상황을 건너가는 법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접어두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법이다. 슬프고 잔혹한 긴장의 나날을 리젤은 정이 넘치는 일상을 살아간다. 죽음의 신은 말한다. ‘인간은 언젠가 죽기 마련이며, 죽음이 오더라도 당황하지 말라고’ 인생이란 긴 사막을 건너는 데 중요한 것은 바로 하루하루 이웃과 정을 나누면서 사는 것인지 모른다. 어차피 시간이 흘러가면 죽게 마련이다. 이왕이면 자연사를 하는 게 좋다. 내 행복이 중요하면 남의 행복도 중요한 것. 자신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남을 불행하게 만들지나 않는지 주의하면서 다함께 행복하게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그런 세상이 얼마나 좋은가? 추운 날은 추운 대로 따뜻한 날은 따뜻한 대로 각각 나름의 맛이 있다. 용기가 있는 자만이 삶의 맛을 제대로 느끼리라. 오늘도 나는 눈앞에 가로 놓여 있는 시간들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지 생각하고 있다. |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4년 0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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