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신의 생각’/현대 수학과 물리학을 관통하는 이론의 향연
이고르 보그다노프•그리슈카 보그다노프 지음/허보미 옮김-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3년 12월 04일
 |  | | ⓒ 웅상뉴스 | 우주 생성에 대한 ‘신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그것이 궁금했던 과학자들은 세 가지 가설을 세웠다. 첫째, 우주와 생명이 단순히 ‘우연’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믿는 것이다. 생명이 무작위로 출현했기 때문에 우리의 존재 역시 순전히 임의적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우리가 사는 곳은 무한히 많은 불모의 우주 가운데 우연히 ‘제비뽑기에 뽑힌’ 것일 뿐이라는 ‘다중 우주’가설이다. 이 설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탄생 과정에서 딱히 주목할 만한 게 없는 심심한 곳이 된다. ‘단일 우주론’은 가장 과학적인 가설이다. 세상에는 물리법칙에 의해 형성된 단 하나의 우주가 존재하고 있고 우주의 진화는 정해진 과정에 의해 진행돼 왔다고 보고 있다. 생명 역시 각종 물리법칙을 바탕으로 고도로 정밀하게 작성된 시나리오에 따라 출현했다고 얘기한다. 신의 생각을 엿보려는 과학적 시도는 오래전부터 수학이란 매개체를 통해 이뤄졌다. 그리스의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수가 우주를 지배한다’라고 얘기했고 200년 후 플라톤 역시 수학은 물리적 우주의 바깥, 즉 시공을 초월한 왕국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뉴턴의 중력 법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거치면서 수학으로 표현되는 세상은 보다 더 정밀한 모습이 됐다.
‘우리는 무지하고 앞으로도 무지할 것이다(Ignoramus et ignorabimus).’ 신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만들었을까. 과학기술을 통해 물질의 내면을 어느 정도 밝혀냈다고 자위하지만 인간이 무지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이 세상의 작은 부분까지 너무도 과학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중성자의 질량은 정확히 939.5653메가전자볼트(MeV)다. 만약 중성자의 질량이 그보다 조금 낮은 939MeV였다면 분해 시간이 15분쯤 늦어지고 빅뱅의 순간에 입자들의 균형이 깨졌을 것이다. 그러면 별들은 생성되자마자 폭발해 버리거나 생명체가 살기 힘든 얼어붙은 우주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중성자가 940MeV로 조금 더 무거웠더라면 분해 속도가 빨라 신생 우주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과학은 신의 생각을 엿보기 위한 인간의 시도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인간이 신의 생각에 대해 약간의 편린을 모으긴 했지만 여전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는 뇌의 구조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할 정도다. 그래서 신의 뜻을 짐작하기 위한 인간의 탐구는 과학이란 이름으로 계속될 것이다. |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3년 12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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