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느 해질 무렵에
김경원/웅상발전협의회 이사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3년 11월 11일
 |  | | ⓒ 웅상뉴스 | 오늘 하루도 어김없이 서산에 해무리가 하루의 안녕을 묻는다. 아침부터 분주한 나의 하루는 우리 양산의 통도사 삼배를 시작으로 바빠진다.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를 묻는다면 참으로 할 말도 변명도 많을 것 같다. 지금, 내가 하는 사회활동도 결코 만만치 않다. 그래도 나의 위치에서 굴하지 않고 내 삶에 의미를 부여 한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않을 것이다.
가끔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 삶은 누구를 위한 삶인지 누구에게 잘 보이며 살아가려고 애쓰는 인내와 투쟁인지를 어쩔 때는 나도 알 수 없다. 그래도 나만의 길이기에 묵묵히 걸어간다. 때로는 아프고 슬프고 눈시울이 젖어서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이것이 어쩌면 내가 선택한 나의 길 나의 운명일지도 모르니까,
친구 연순이가 오랜만에 보자고 연락을 해 왔다 걱정 반 궁금 반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마주앉았다. 할 말들이 무척이나 많을 것 같았는데 막상 마주 앉으니,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우리 둘은 눈물부터 닦았다. 왜 그랬을까. 얼마나 가슴에 묻어 둔 아픈 사연들이 많이 있었던 것일까. 그동안 얼마나 무심했으면 서로를 한번쯤 찾지도 못했는지. 미안하고 마음 한 구석에 통증이 밀려오는 듯했다.
워낙 우리 두 사람은 여고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탓으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고 모든 것을 알아 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살았다 그렇다. 그건 내 생각이었다.n우리는 찻잔만 땀이 나도록 쥐고 놓지 않았다. 뭔가를 잡고 싶고, 매달리고 싶은 일말의 희망인지 몸부림인지 뭔지 모를 그 어떤 일탈을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그 친한 좋은 친구를 자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즘 주위를 돌아보면 온통 적들로 가득 찬 느낌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 속속들이 상대를 다 아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과연 그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세상은 제 멋에 살고 각각 자기 방식대로 살고 있지만 그 누군가를 평할 때는 좀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경우를 당할 때 좀 당황스럽긴 하지만 나를 친구처럼 오래 겪어보지 못한 자들의 소견이고 내가 하는 일이 경쟁을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보니 그럴 수 있겠다 이해해 본다.
그 친구를 생각하면서 새삼 나의 삶이 얼마나 행복하고 따뜻했는지 잠시 떠올려본다. 여자의 인생은 뒤웅박 인생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렇게 굴리면 이렇게 놓인 대로, 저렇게 굴리면 저렇게 놓인 대로 바꿔지는 여자의 팔자라지만 같은 친구지만 서로의 다른 삶이 놓인 현실이 아프고 안타까운 생각을 내내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 인생을 그 친구가 대신 살 수 없듯이 그 친구 인생 또한 내가 대신 살 수 없는 법.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친구와의 재회가 있은 후 난 갑자기 우울 모드로 전환이 되었다. 그래도 내 자리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엄마라는 소리를 듣는 집으로 발길을 옮긴다.
나의 중년은 어느 가을날의 오늘처럼 서산 노을에 해질 무렵처럼 이렇게 기울어 간다. 그래도 나의 중년을 기쁨과 사랑으로 포옹하고 안아서 감싸주고 싶다. 내일은 또 더 깊은 노을이 내 눈 앞에 펼쳐 질 거니까. |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3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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